말 학대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던 KBS1 드라마 '태종 이방원' 제작진이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전범식 판사는 동물보호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KBS PD 김모씨, 무술감독 홍모씨, 말 소유자이자 드라마 승마팀장인 이모씨 등 에게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KBS에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이들은 2021년 11월 드라마 촬영 과정에서 낙마 장면을 생동감 있게 촬영하기 위해 말 앞다리에 밧줄을 묶어 일부러 넘어지게 했고 이후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이에 동물권 보호단체 등은 2022년 1월 '태종 이방원' 제작진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고, 경찰은 사건을 수사한 후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7월 김씨 등 3명을 동물보호법위반죄로 불구속 기소했고, 양벌규정을 적용해 KBS도 함께 기소했다.
재판부는 "말이 로프의 존재를 알지 못 한 채 빠르게 달리다가 앞으로 고꾸라지며 상당히 큰 물리적 충격을 받았다"며 "그로 인해 말이 받았을 고통과 스트레스를 종합하면 피고인들의 행위가 동물보호법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로프가 전기 충격 등 다른 방법에 비해 가장 안전한 방식이라고 주장했지만 말을 넘어뜨리지 않고도 스턴트맨이 낙마하는 장면을 촬영하거나 모형물 또는 컴퓨터그래픽 등 다른 방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들은 관행적인 방법을 답습해 촬영했고 기본적인 사실 관계도 인정했다"며 "이후 KBS가 동물 관련 제작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시행하는 점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태종 이방원' 제작진은 2021년 11월 2일, 낙마 장면 촬영을 위해 말의 뒷발에 올가미를 씌우고 전력 질주하게 했다. 말은 팽팽해진 올가미로 인해 목이 꺾이면서 그대로 땅에 처박혔고 말 위에 있던 배우도 멀리 날아갔다. 말은 몸을 일으키지 못한 채 뒷발을 차다 움직임을 멈췄다. 말은 촬영 닷새 후 죽었다.
동물자유연대에 의해 해당 사실이 알려지며 불매 운동 및 드라마 폐지를 요청하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고, ‘태종 이방원’은 6주간의 휴식기를 가지게 됐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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