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SBS '미운 우리 새끼' 방송 화면 캡쳐
≪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당신이 놓쳤던 '한 끗'을 기자의 시각으로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방송사들이 자주 꺼내드는 '사골국' 아이템이 있다. 바로 '무속인', '사주팔자' 등이다. 특히, 신년이 되면 지겹도록 반복되는 '무속', '역술' 카드가 대중을 선동하며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된다.

무속인 카드를 가장 많이 쓰는 방송사는 SBS다. SBS는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를 비롯해 '동상이몽', '돌싱포맨' 등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잦은 빈도로 무속인 에피소드를 꾸렸다. 지난 14일 방송된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배우 이동건과 개그맨 김준호가 신년 운세를 보겠다며 법당을 찾는 에피소드가 그려졌다. 무속인은 이동건과 김준호의 미래를 점치고 결혼운, 이혼수, 자녀운 등에 대해 조목조목 언급했다. 특히, 해당 무속인은 이동건에 대해 "많이 외로운 사주"라며 그의 운명이 느껴진다는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에 앞서 가수 전진과 류이서 부부가 '동상이몽'을 통해 철학관을 방문해 궁합, 2세운 등을 봤고, '돌싱포맨'에는 관상가가 등장해 멤버들의 관상을 평했다. 이밖에도 무속-역술인이 등장하는 SBS 예능 에피소드는 여럿 있었다. '미우새' 뿐만이 아니다.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는 2024년 신년을 맞아 방송인 유재석을 비롯한 각 멤버들의 신년 운세를 공개했고, 연이어 타로 마스터까지 등장시켜 미래에 대한 예언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KBS Joy 예능 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살'은 방송 내용 사연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하는 형식이지만, 콘셉트가 무속인이다.

혹자는 무속신앙은 예로부터 뿌리깊게 자리잡은 일종의 문화에 가깝다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주장하기도 한다. 재미를 주는 틀 안에서 이같은 소재를 예능에 활용하는 것은 무리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사적 영역에서 개인이 무속인을 찾는 것과 매스컴을 통해 이같은 내용이 공개, 전파되는 것은 아주 다른 이야기다.가장 큰 문제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무속인의 말이 방송의 공신력과 합쳐지면서 근거 있고 믿을만한 것으로 비쳐진다는 것이다. 방송에 노출된 대중은 무속과 역술이 영험한 진리인 것처럼 오인돼 맹신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자신이 선망하거나 좋아하는 스타들이 무속인에게 미래와 관련된 말을 듣고 신뢰하는 반응을 보일 때 문제는 더욱 커진다.

나아가 이같은 방송은 출연 무속인에게 상당한 홍보 효과를 안겨준다. 실제로 무속인 중 여럿은 방송에 출연한 사진 등을 내걸고 훌륭한 영업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에 현혹돼 해당 무속인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무속인의 예언이 절대적으로 맞지 않고,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인간은 미래를 알 수 없다. 그렇기에 매일 땀을 흘려 노력하고, 한 걸음 한 걸음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것이다. 우리가 성실하게 매일을 살아내는 까닭은 각자의 미래와 운명은 정해져 있지 않고, 개척해 이뤄내는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러 방송사들은 당신의 미래와 운명이 이러하고 저러하다고 단정짓는 무속-역술인의 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같은 소재의 예능을 기획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 공익을 추구해야 하는 방송사로서 깊이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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