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토일드라마 '웰컴투 삼달리'가 개천의 참된 의미를 일깨우며 숨 차오른 도시인들을 위한 청정 휴식처로 등극했다.
'웰컴투 삼달리'는 한라산 자락 어느 개천에서 난 용, 삼달(신혜선 역)이 모든 걸 잃고 추락한 뒤, 개천을 소중히 지켜온 용필(지창욱 역)과 고향의 품으로 다시 돌아와 숨을 고르며 사랑도 찾는 청정 짝꿍 로맨스. 조삼달에게 '개천'이란 벗어나고픈 곳이었다. 사진작가라는 꿈을 키우고 있는 자신을 품기엔 고향 삼달리는 너무 작았다. 그렇게 제주 언덕에서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를 세며 자신도 언젠가 그 비행기에 탈 날을 고대하던 삼달은 결국 상경했고, ‘개천에서 난 용’이 되어 잘나가는 사진작가로 훨훨 날아올랐다.꿈을 이루기 위해 오랫동안 죽어라 일만 하며 정상의 자리까지 올라왔는데, 그 노력도 무색하게 추락은 한순간이었다. 더 쓰라린 건 '후배를 괴롭힌 사진작가'라는 억울한 오명을 쓴 삼달에게 손을 내미는 이는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13년을 함께 일한 에디터는 삼달의 기사가 뜨자마자 연락이 두절됐고, 우연히 마주쳐도 못 본 척 외면했다. '내 사람: 人' 사진전에 참여한 삼달의 화려한 인맥들도 자신들에게 불똥 튀는 걸 막기 급급해 사진을 내려달라 등을 돌렸다. 가뜩이나 타지에서 마음 둘 곳 없어 혼자 감내해야 했던 삼달은 괜찮은 척 참고 버티며 힘들게 이뤄왔던 것들이 모두 허황한 빈 껍데기였음을 깨닫고 마음도 허해졌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잘나가는 사진작가 조은혜'를 드러내고 텅 비어 있는 마음을 가득 채운 건 다름 아닌 개천에서 8년 만에 마주한 삼달리 사람들이었다. 그곳을 소중히 지키고 있던 전 남친 용필은 여전히 몸에 배어 있는 삼달을 향한 다정함과 따뜻한 말들로 웅크리며 숨어다니던 그녀의 기를 세웠다. 힘들 때마다 어떻게 알고는 "괜찮냐?"라고 제일 먼저 물어주고, "그런 짓 할 애 못 된다는 거 안다"라는 담백한 말로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었다. 조은혜라는 사회적 가면을 쓰고 있던 그녀에게 "진짜 조삼달 찾자"라며 제주와 날씨 공모전 참가를 제안한 것도 바로 그였다.
용필과 헤어지고 그를 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끊어내야만 했던 절친 '독수리 오형제' 경태(이재원 역), 은우(배명진 역), 상도(강영석 역)도 변함없는 우정으로 삼달의 비상을 도왔다. 연락 없던 그 8년의 시간 동안, 삼달의 성장을 지켜보며 그녀의 성공을 제 일처럼 기뻐해 주고 응원해주던 그들이었다. "너는 우리 자랑이고, 자부심"이라는 친구들의 진심은 그렇게 삼달뿐만이 아닌 안방극장에도 뭉클함을 선사했다.삼달을 향한 '내 편'들의 무조건적인 응원 폭격은 지난 12회 방송에서 폭발했고, 분당 최고 시청률이 11.7%까지 치솟으며 시청자들의 폭발적 응원을 입증했다. (닐슨 코리아 제공, 수도권 유료 가구 기준) 여론이 잠잠해지면서 업계에서도 다시 삼달을 찾는 분위기이자 '피해자 코스프레' 하며 따낸 일들이 슬슬 어그러지기 시작한 방은주(조윤서 역)의 열등감은 또다시 터졌다. 그래서 "다시는 못 일어나게 확실하게 밟아준다"라며 삼달이 분노한 자신의 엄마에게 맞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이를 본 삼달리 사람들은 영상의 장본인보다 더 속상해하며 은주와 바람피운 삼달의 전 남자 친구 천충기(한은성 역)에 대한 분노를 키웠다.
그런데 삼달은 그 동영상을 보며 왜인지 전처럼 무너지지 않았다. 그동안 개천에서 숨을 고르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었다. 서울에 있을 땐 사방에 있는 적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자신을 쳐다보는 기분에 숨이 막혔는데, 제주에 내려오고 나서부터 그 적들 사이로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는 '우리 편', '내 편'이 있음을 알게 된 것. 그래서 답사 차 삼달리 땅을 밟은 은주에게 "서울에선 내가 어떻게 당해줬는지 몰라도 여긴 내 구역이다. 여기서 깝죽거리다가 뼈도 못 추린다"라는 통쾌한 한 방을 날려줄 수 있었다.
삼달리 사람들은 진실로 가만히 있지 않았다. 경태, 은우, 상도 그리고 해녀 삼춘들 금술(백현주 역), 부자(김미화 역)는 설치는 은주와 충기에게 제대로 본때를 보여줬고, 엄마 미자(김미경 역)는 딸의 가슴에 상처를 낸 이들에게 식초를 들이부었다. "내 새끼 받은 거 나가 똑같이 갚아준다"는 엄마 미자는 그렇게 든든히 곁을 지켰다. 용필 또한 다시는 눈에 띄지 말라며 충기에게 으름장을 놨고, 삼달의 언니 진달(신동미 역)은 은주에게 "한 번만 더 내 동생 건드려"라며 무섭게 경고했다. 그렇게 이 시대에 사라져가는 정(情)을 가득 품고 있는 삼달리 사람들은 쓰러져가는 한 사람을 단단히 지탱하는 힘이 되어줬다. 개천의 진정한 의미이자 가치였다.
그 무조건적이고 무한한 응원과 지지를 받은 삼달의 목표는 이제 더 이상 '진짜 조삼달'을 찾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조삼달로서 해낸다"라는 그녀는 삼달로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 이루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해 나아갈 예정이다. 따뜻한 용필과 '우리 편', '내 편'의 힘을 받아 개천에서 날아오를 그녀의 진짜 비상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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