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으로부터 촉발된 '연예계 마약 게이트 사건'이 용두사미(용의 머리와 뱀의 꼬리)로 끝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이선균이 간이 검사는 물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정밀 검사에서도 마약 음성 반응을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다른 피의자로 입건된 지드래곤 또한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경찰로서는 두 유명 피의자에 대한 증거 입증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자칫 무리한 경찰수사였다는 역풍을 맞을 우려까지 따른다.

4일 배우 이선균씨는 오후 2시 인천논현경찰서에 출석 2차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경찰은 전날 이선균에 대한 국과수의 정밀 검사 결과를 받았다. 대마, 항정 모두 검출되지 않는 '음성' 결과였다. 국과수 결과는 마약 혐의 입증을 위한 핵심적 증거다. 수사기관으로서는 마약을 했다는 과학적 증거없이, 관련자 진술로서 마약 투약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 셈이다.


경찰은 이선균이 최소 8~10개월 마약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해당 기간 전에 마약을 투약했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선균이 이 결과를 토대로 검찰 수사 단계 혹은 법정에서 마약 투약 혐의를 적극 부인할 경우 마약 혐의로 처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일각의 전망이다. 관련자 진술만으로는 혐의를 명확히 입증할 수 없고, 이선균 변호인측도 이를 집중적으로 변론할 수 있게 된다.

경찰은 오는 6일 오후로 예정된 지드래곤의 1차 출석도 앞두고 있다. 지드래곤은 변호인을 통해 자신의 마약 투약 혐의를 적극 부인하고 있다. 일체 범죄 혐의를 인정하고 있지 않은 만큼 여론조차 '신중론'으로 돌아선 상황이다. 이 같은 전면 부인은 사실상 국과수 결과 등을 하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지드래곤과 변호인측이 확신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자칫하면 경찰로서는 또 다른 핵심 피의자의 혐의를 과학적 증거없이 진술과 정황 증거로만 입증해야할 수도 있다. 경찰 부실 수사 그리고 무리한 언론 플레이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번 사건의 이면에는 인천논현경찰서와 강남경찰서간의 관할 싸움을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주요 피의자의 관할지가 인천 논현동인 탓에 인천논현경찰서가 관할 수사를 시작한 사건이다. 하지만 범죄 의심 장소인 술집은 강남에 있어 관할 문제가 생겼다. '사건의 관할 및 관할사건수사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경찰의 관할은 범죄지나 피의자의 거주지를 관할하는 경찰서가 기준이다. 강남서에서는 범죄지를 기준으로 관할을 주장하고 인천서는 피의자의 거주지를 기준으로 따져야 한다고 맞설 수 있단 얘기다. 이런 이유로 법조계에서는 마약 수사는 '윗선'인 판매자까지 수사하는 게 기본이기 때문에 좀 더 은밀히 수사를 진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으로 이렇게 수사 규모가 갑자기 커진 것이 관할 문제 때문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경찰은 이선균과 지드래곤을 차례로 소환해 조사한 뒤, 관련자를 좀 더 폭넓게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이 과정에서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 있지만, 관련 증거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경찰이 신청을 하더라도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채 보강수사를 지시할 수도 있다. 영장이 청구되더라도 수사에 적극 협조한 만큼,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높지 않다고 보고 법원이 이를 기각할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게 지금까진 중론이다. 한 고위경찰 출신 변호사는 "범죄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나중에 재판을 가더라도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며 "경찰로선 확실한 증거 확보가 절실한 상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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