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 보스톤' 손기정 役 하정우 인터뷰
'1947 보스톤' 27일 개봉
'1947 보스톤' 27일 개봉
배우 하정우(45)는 대학 졸업반 당시 강제규 감독을 보고 꿈을 꿨다. '언젠가는 나도 저 감독님과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바람. 그 바람은 그로부터 15년 만에 이루어졌다. '드디어, 마침내'라는 말은 아마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두달 만에 다시 만난 하정우는 조금은 신중해진 모습이었다. 여름의 정점에 있었던 7월 말 산들산들 유쾌했던 하정우는 가을의 시작 즈음엔 다소 진중한 분위기를 풍겼다.
하정우는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 관련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이 영화가 갖는 의미에 대해 소개했다. "2004년이었어요. 저는 대학교 졸업반이었고 당시 오디션 보러 다닐 때였죠. 어느 날 고깃집에서 밥을 먹는데, 저 쪽 테이블에서 강제규 감독님과 연출부가 열띤 토론을 하는 걸 봤어요. 아마도 '태극기 휘날리며' 때였을 거 같아요. 당시 '아, 나도 저 자리에 앉아서 함께 영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감독님이 언제 한 번 꼭 불러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기다리다 마침내! '보스톤' 시나리오를 받게 됐죠. '드디어 왔구나' 했습니다. 15년 만이죠."
강제규 감독과의 작업이었던 만큼, 이를 준비하는 하정우의 자세도 남달랐다. 물론 직접 뛰는 역할을 아니었지만, 영화의 소재인 마라톤에 대해 알고 느껴보고 싶어 하이와 호놀롤루 마라톤 대회에 직접 참석해 42.195km을 직접 달렸다.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는 하정우는 당시를 돌아보며 혀를 내둘렀다.
"2018년 12월 하와이에서 마라톤을 직접 뛰었거든요. 마라톤이 어떤 건지에 대해서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대회에 나가면 완주 시간 3시간대, 4시간대, 5시간대 등 이렇게 분류를 해서 위치를 잡고 뛰기 시작하더라고요. 풀코스를 뛰었습니다. 저는 6시간 만에 들어왔어요. 그걸 뛰고 들어오자마자 한시간 동안 꼼짝을 못했어요."하정우는 "이게 2시간대에 완주하려면 100미터를 17초나 18초 페이스로 뛰어서 들어와야 된다. 그런데 이 수치는 일반 사람들이 전력질주 해야 나오는 기록이다. 정말 쉽지 않은 거구나 생각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런 점에서 서윤복 역을 맡아 직접 뛴 임시완에 대해 엄지를 치켜 세웠다. 하정우는 "그래도 제가 한 번 맛을 봤으니까 그래도 (임)시완이가 어떻게 뛰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며 "시완이가 달리는 걸 봤는데 달리는 주법 같은 것도 서윤복 선생님과 놀라울 정도로 싱크로율이 좋다더라. 정말 고생 많았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임시완에 대해 "독특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후배"라며 애정을 나타냈다. 도경수, 최시원 등 아이돌 출신 후배들과 임시완을 비교하며 "독특한 친구다.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바이브를 갖고 있다"면서도 그 덕에 '1947 보스톤' 속 임시완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영화 속 마라톤을 하는 임시완을 봤을 때 남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죠. 이 역할을 잘 할 수 밖에 없는 친구에요. 맑은 눈의 광인? 그게 정말 있어요."지난 여름 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으로 텐트폴 대전을 치르고 추석 3파전까지 잇달아 관객을 만나게 된 하정우는 "왜 이렇게 됐냐"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며 웃었다.
지난 여름 개봉한 영화 '비공식작전'의 흥행 실패에 대해서는 의연한 모습이었다. 그는 "그 때는 정말 속상하고 답답했다. 당시는 '우리 영화가 왜 안 됐지'라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다. "그 때는 정말 속상한 마음이었어요. 당연하죠. 이 영화가 못났든, 잘났든 다 낳은 자식 같은 거니까요. 성시경 유튜브 채널 '먹을텐데' 나가서 한 말은 다 진심이고 솔직한 마음이었어요. '눈물 파티' 했다고 한 건, 주지훈이 먼저 터져서 '쟤가 왜 저러지' 하다가 저도 따라 눈시울이 붉어진 겁니다. 하하!"
'비공식작전'의 흥행 실패에 대해 "오답노트를 쓰겠다"고 말했던 하정우는 일련의 이유들을 파악했다고 했다. 그는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아 그런 이유들이 있었구나' 싶긴 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오답노트를 썼냐는 말에 하정우는 "비밀입니다"라며 싱긋 웃었다. "사실 누구나 영화를 만들 때 이 작품이 잘 되어서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바라죠. 정말 그러하기를 기대했는데 그런 결과를 받아서 아쉽지만, 얼마 전에 다 같이 만나서 위로하고 다 같이 손잡고 감정의 교감을 나눴어요. '열심히 살자'고 했죠. 그때도 눈물 파이팅 좀 했죠. 하하, 하지운이 울었고요, 저는 눈시울 좀 붉어진 정도의 감정은 있었습니다."
이번 '1947 보스톤'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저는 재미있게 봤다. 모든 영화는 제 자식같은 존재"라며 "경쟁작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만의 강점은 명절에 잘 어울리고 정말 누구나 볼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소재가 마라톤인 만큼 승리와 만세를 외치는 그런 느낌이 아닐까 했는데 기대보다는 쿨한 느낌이었어요. 감독님이 캘리포니아 스타일로 풀어주신 거 같아요. 감정이 더 갔어도 되지 않았나 싶지만, 그래도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정우는 "스포츠라기 보다는 휴먼 드라마에 더 가까운 영화다"라며 "재미있게 부담 없이 큰 고민 없이 만끽할 수 있는 작품 아닐까 싶다"며 '1947 보스톤' 관람을 당부했다.
'1947 보스톤'은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하정우는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의 영광이 일생의 치욕이 된 마라토너 손기정 역을 맡아 다층적인 내면을 자신만의 색깔로 그려내 평단의 호평ㅇ을 받고 있다. 오는 27일 개봉.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두달 만에 다시 만난 하정우는 조금은 신중해진 모습이었다. 여름의 정점에 있었던 7월 말 산들산들 유쾌했던 하정우는 가을의 시작 즈음엔 다소 진중한 분위기를 풍겼다.
하정우는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 관련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이 영화가 갖는 의미에 대해 소개했다. "2004년이었어요. 저는 대학교 졸업반이었고 당시 오디션 보러 다닐 때였죠. 어느 날 고깃집에서 밥을 먹는데, 저 쪽 테이블에서 강제규 감독님과 연출부가 열띤 토론을 하는 걸 봤어요. 아마도 '태극기 휘날리며' 때였을 거 같아요. 당시 '아, 나도 저 자리에 앉아서 함께 영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감독님이 언제 한 번 꼭 불러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기다리다 마침내! '보스톤' 시나리오를 받게 됐죠. '드디어 왔구나' 했습니다. 15년 만이죠."
강제규 감독과의 작업이었던 만큼, 이를 준비하는 하정우의 자세도 남달랐다. 물론 직접 뛰는 역할을 아니었지만, 영화의 소재인 마라톤에 대해 알고 느껴보고 싶어 하이와 호놀롤루 마라톤 대회에 직접 참석해 42.195km을 직접 달렸다.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는 하정우는 당시를 돌아보며 혀를 내둘렀다.
"2018년 12월 하와이에서 마라톤을 직접 뛰었거든요. 마라톤이 어떤 건지에 대해서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대회에 나가면 완주 시간 3시간대, 4시간대, 5시간대 등 이렇게 분류를 해서 위치를 잡고 뛰기 시작하더라고요. 풀코스를 뛰었습니다. 저는 6시간 만에 들어왔어요. 그걸 뛰고 들어오자마자 한시간 동안 꼼짝을 못했어요."하정우는 "이게 2시간대에 완주하려면 100미터를 17초나 18초 페이스로 뛰어서 들어와야 된다. 그런데 이 수치는 일반 사람들이 전력질주 해야 나오는 기록이다. 정말 쉽지 않은 거구나 생각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런 점에서 서윤복 역을 맡아 직접 뛴 임시완에 대해 엄지를 치켜 세웠다. 하정우는 "그래도 제가 한 번 맛을 봤으니까 그래도 (임)시완이가 어떻게 뛰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며 "시완이가 달리는 걸 봤는데 달리는 주법 같은 것도 서윤복 선생님과 놀라울 정도로 싱크로율이 좋다더라. 정말 고생 많았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임시완에 대해 "독특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후배"라며 애정을 나타냈다. 도경수, 최시원 등 아이돌 출신 후배들과 임시완을 비교하며 "독특한 친구다.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바이브를 갖고 있다"면서도 그 덕에 '1947 보스톤' 속 임시완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영화 속 마라톤을 하는 임시완을 봤을 때 남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죠. 이 역할을 잘 할 수 밖에 없는 친구에요. 맑은 눈의 광인? 그게 정말 있어요."지난 여름 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으로 텐트폴 대전을 치르고 추석 3파전까지 잇달아 관객을 만나게 된 하정우는 "왜 이렇게 됐냐"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며 웃었다.
지난 여름 개봉한 영화 '비공식작전'의 흥행 실패에 대해서는 의연한 모습이었다. 그는 "그 때는 정말 속상하고 답답했다. 당시는 '우리 영화가 왜 안 됐지'라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다. "그 때는 정말 속상한 마음이었어요. 당연하죠. 이 영화가 못났든, 잘났든 다 낳은 자식 같은 거니까요. 성시경 유튜브 채널 '먹을텐데' 나가서 한 말은 다 진심이고 솔직한 마음이었어요. '눈물 파티' 했다고 한 건, 주지훈이 먼저 터져서 '쟤가 왜 저러지' 하다가 저도 따라 눈시울이 붉어진 겁니다. 하하!"
'비공식작전'의 흥행 실패에 대해 "오답노트를 쓰겠다"고 말했던 하정우는 일련의 이유들을 파악했다고 했다. 그는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아 그런 이유들이 있었구나' 싶긴 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오답노트를 썼냐는 말에 하정우는 "비밀입니다"라며 싱긋 웃었다. "사실 누구나 영화를 만들 때 이 작품이 잘 되어서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바라죠. 정말 그러하기를 기대했는데 그런 결과를 받아서 아쉽지만, 얼마 전에 다 같이 만나서 위로하고 다 같이 손잡고 감정의 교감을 나눴어요. '열심히 살자'고 했죠. 그때도 눈물 파이팅 좀 했죠. 하하, 하지운이 울었고요, 저는 눈시울 좀 붉어진 정도의 감정은 있었습니다."
이번 '1947 보스톤'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저는 재미있게 봤다. 모든 영화는 제 자식같은 존재"라며 "경쟁작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만의 강점은 명절에 잘 어울리고 정말 누구나 볼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소재가 마라톤인 만큼 승리와 만세를 외치는 그런 느낌이 아닐까 했는데 기대보다는 쿨한 느낌이었어요. 감독님이 캘리포니아 스타일로 풀어주신 거 같아요. 감정이 더 갔어도 되지 않았나 싶지만, 그래도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정우는 "스포츠라기 보다는 휴먼 드라마에 더 가까운 영화다"라며 "재미있게 부담 없이 큰 고민 없이 만끽할 수 있는 작품 아닐까 싶다"며 '1947 보스톤' 관람을 당부했다.
'1947 보스톤'은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하정우는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의 영광이 일생의 치욕이 된 마라토너 손기정 역을 맡아 다층적인 내면을 자신만의 색깔로 그려내 평단의 호평ㅇ을 받고 있다. 오는 27일 개봉.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