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 탈출' 황정음, 조윤희./사진제공=SBS


또 하나의 문제작 작품이 탄생했다. 김순옥 작가의 신작 SBS 금토드라마 '7인의 탈출'이다. 아동 학대부터 존속 살인미수, 불륜, 원조교제, 미성년자 출산, 고문 등 '펜트하우스'보다 더욱 파격적인 '막장'으로 방송 첫 주부터 시청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이런 가운데 '첫 악역'에 도전한 황정음과 조윤희의 연기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기존의 캐릭터를 벗은 도전이지만, 과장된 표정과 말투가 극의 몰입도를 깨트렸다는 평이다.

황정음과 조윤희는 '7인의 탈출'에서 남다른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재결합, 이혼 등 가정사의 큰 변화를 겪은 뒤 첫 본업 복귀작이자 데뷔 후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7인의 탈출' /사진제공=SBS


두 사람이 출연하는 '7인의 탈출'은 거짓말과 욕망이 뒤엉켜 사라진 한 소녀의 실종에 연루된 7명의 악인의 생존 투쟁과 그들을 향한 피의 응징을 그린 피카레스크(악인들이 주인공인 작품) 복수극. '황후의 품격'과 '펜트하우스' 시리즈를 흥행시킨 김순옥 작가와 주동민 감독이 세 번째로 뭉친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엄기준, 윤종훈, 신은경 등과 달리 황정음, 조윤희는 김순옥 작가와 처음으로 작업하는 배우. 황정음이 맡은 금라희는 유능하고 저돌적인 드라마 제작사의 대표로, 돈과 성공을 인생 최대 가치로 여기며, 엄청난 유산 상속을 위해 자신이 버린 딸을 15년 만에 찾는 독선적인 여자다. 조윤희는 이사장 아들과의 불륜이라는 치부를 들키지 않기 위해 학교에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는 인물이다.
사진=SBS '7인의 탈출' 방송 화면.


첫 악역 도전인 만큼 각오도 남달랐다.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황정음은 "김순옥 작가님 팬이었다. TV로만 작가님 작품을 보다가 전화가 왔다. 딱 한 마디였다. 요즘 뭐하냐고, 악역 해보지 않겠냐고 하더라. 바로 1초 만에 '네'라고 답했다"며 "당시 아기 기저귀를 갈고 있었다. 연기가 너무 절실할 때 딱 연락을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조윤희는 "사실 악역이라 처음에 망설였다. 착하게 살고 싶었다. 평상시나 역할에서도. 아이에게도 모범적인 엄마가 되고 싶어서 뭐든 착하고 선하게 하고 싶었다"면서도 "나쁜 짓을 혼자 하면 자신 없는데 7명이 같이 하니까 너무 재밌더라. 적성에 잘 맞는 것 같다. 앞으로 계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SBS '7인의 탈출' 방송 화면.


그러나 갑작스레 '악역'이라는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걸까. 평소 연기력 논란이 없었던 황정음, 조윤희의 연기가 다소 어색하다는 평이 잇달았다. '펜트하우스' 속 김소연 같은 존재감을 원했지만, 현실은 과장된 목소리와 어색한 표정이었다. 무엇보다 황정음은 친딸을 폭행하고 거짓 눈물을 흘리는 등 감정신이 많은 인물. 그러나 일관되게 악을 쓰는 듯한 모습이 비쳐 아쉬움을 자아냈다.

조윤희 역시 아직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불륜이 들키자 학생을 협박하는 모습과 다이아몬드 팔찌에 탐욕스러운 면모를 드러내는 장면은 그간의 조신했던 이미지를 꺾을 정도로 임팩트를 안기지 못했다.

'7인의 탈출'은 최고 시청률 29.2%를 기록했던 '펜트하우스' 시리즈를 잇는 마라 맛 막장극을 보여주고 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예전만 못하다. 자극적인 소재를 넘어 원조교제, 학교 내 출산 등 보기 불편한 요소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시청률 역시 6%대로 '펜트하우스' 시즌1 첫 주보다도 낮은 수치다.

'펜트하우스'가 시청률 수직 상승을 이뤄낼 수 있었던 데에는 엄기준, 김소연이라는 '악역'들의 열연이 있었다. 김소연만큼의 존재감 있는 악역이 없는 상황 속, 황정음과 조윤희의 연기가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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