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K팝에 대해 팬층이 한정적인 음악이라 평한다. 그간 우리의 음악을 통해 세계에 인정받기에는 문화적 차이란 장벽이 존재했다. 2010년대 후반쯤이었다. 미국의 어디, 영국의 어디 권위 있는 시상식에 K팝 아티스트들의 수상 소식이 들려왔다.
"K팝에 대한 관심은 흘러 지나가는 바람과도 같다". K팝 아티스트들이 세계에서 주목받을 때 내부에서는 비관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수십년간, 문화를 선도하기보다 외국 문화를 따르는 것이 익숙했기 때문.2020년대부터는 어땠을까. K팝은 더 이상 '우리만의 리그'라 하기에 그 규모와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국내 수요로 먹고사는 노래가 아닌 외부에서부터 주목하기 시작한 그런 음악 말이다.
엔하이픈이 13일과 14일 도쿄돔에 입성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약 14만명을 모이게 했다. K팝은 이제 노래에 대한 이해를 넘어 문화적 존중의 매개체로 성장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 듣기만 했던 K팝의 파급력을 눈과 귀로 직접 담았다.
"K팝 가수와 노래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조만간 가볼 예정이죠"취재 기자가 한국인임을 먼저 알아본 엔하이픈의 일본인 팬이 서툰 한국말을 건넸다. 한국 문화에 대해 알고 싶다는 열정이 눈에 가득 담긴 듯했다. 언어는 곧 그 나라의 얼과 정신을 상징한다. K팝 아티스트들이 문화를 알리고 한국이라는 나라의 긍정적 인식 변화를 불러온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란 순간이기도.
"K팝은 유행이 아니에요. 친구들 사이에서는 이미 하나의 문화가 됐죠"
유행 넘어 문화가 된 K팝. 이 단어가 타국 사람이 말하니 새로웠다. 이제 막 중학교에 입학한 듯한 여학생이었다. K팝은 그 세대 사이에서 이미 문화로 자리 잡았다. 향후 10년, 20년을 더 기대하게 만든 이야기였다.
"엄마와 함께 왔어요. 제가 먼저 팬이 됐는데, 엄마도 팬이 되신 거죠"
엔하이픈의 공연을 보기 위해 지바시에서 왔다는 모녀를 만났다. 모녀가 같이 엔하이픈의 공연을 보러 왔다는 것이 신기한 것은 아니다. 이 모녀 외에도 가족 단위로 도쿄돔을 찾은 이들은 다수였다. 엔하이픈이 폭넓은 음악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방증이다. 더 나아가 K팝이 특정 세대에 국한된 음악 장르라는 오명이 사라진 순간이다.
엔하이픈은 2020년 11월 첫 미니 앨범 'BORDER : DAY ONE'(보더 : 데이 원)으로 정식 데뷔했다. 데뷔 음반으로 음반 판매량 31만 장을 돌파하며 2020년 데뷔한 신인 가수 음반 판매량 1위, 신인상 4관왕 기록을 세웠다.
기록 경신은 계속되고 있다. 엔하이픈이 지난 5월 발매한 미니 4집 앨범 'DARK BLOOD'(다크 블러드)를 포함, 데뷔 2년 6개월여 만에 총 3개 앨범을 밀리언셀러로 만들었다.
도쿄=윤준호 텐아시아 기자 delo410@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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