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뮤, 2년 만에 신곡 '러브 리' 발매
악뮤만의 개성 흐릿해진 '무난한 곡'
악뮤만의 개성 흐릿해진 '무난한 곡'
《김지원의 히든트랙》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가요계의 숨은 이야기까지 면밀하게 살펴봅니다. 가요계 이슈의 사실과 진실을 생생하게 전하겠습니다.
악뮤의 첫인상은 이랬다. 세상에 없던 음악을 들고 나온 천재 뮤지션 남매 듀오. 오빠 이찬혁의 연주와 작곡 실력, 동생 이수현의 음색과 가창력은 '충격적'이었다. '악동뮤지션'이라는 원래 팀명에 걸맞은 음악이었다. 그렇게 늘 새로운 음악을 선보였던 악뮤가 2년 만에 들고온 곡은 다소 무난했다.악뮤는 지난 21일 네 번재 싱글 '러브 리(Love Lee)'를 발매했다. 악뮤의 컴백은 2021년 컬래버레이션 앨범 '넥스트 에피소드' 발매 이후 약 2년 만이다.
타이틀곡을 앨범과 동명의 '러브 리'로, 사랑 고백을 어쿠스틱 사운드와 리드미컬한 드럼, 악뮤만의 감각적 보컬로 풀어낸 곡이다. 제목은 사랑스럽다는 의미의 '러블리(Lovely)'와 이찬혁·이수현의 성인 '이(Lee)'를 중의적으로 활용했다. 악뮤는 앞서 '기브 러브(Give Love)', '200%' 등 사랑의 설레는 감정을 재치 있는 가사로 표현한 곡들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러브 리' 역시 기존 악뮤의 러브송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이 있는 곡이다.
그간 악뮤는 고정관념을 깨는 음악을 선보여왔다. 소년, 소녀의 엉뚱한 시선으로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 사소한 장면을 음악으로 풀어낸 '다리꼬지마', '라면인건가'. 이별의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낸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어쿠스틱을 주로 해오다가 데뷔 이후 처음 EDM 장르에 도전해 선보인 '다이노소어'. 낙하가 추락이 아닌 비상이 될 수 있다는 걸 역설적으로 풀어낸 '낙하'까지. 틀에 갇히지 않은 기발한 가사와 멜로디. 이처럼 악뮤가 사랑받은 이유는 공감을 자아내는 소재를 색다른 시선으로 풀어냈기 때문이었다.
악뮤는 그렇게 자신들만의 음악으로 사랑받았다. 하지만 이번 '러브 리'는 대중이 듣고 싶은 곡을 만들었다는 게 악뮤의 설명이다.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찬혁은 "작년에 솔로 앨범을 내면서 하고 싶은 걸 다했다. 지난 악뮤의 행보가 수현이보다 제가 하고 싶은 것에 초점을 맞추면서 다양하고 실험적인 것들을 선보였다. 이제 하고 싶은 거 말고 잘할 수 있는 걸 선보여야겠다 싶었다. 악뮤가 더 나이 들기 전에 상큼한 것도 해보고 기분 좋게 들을 수 있는 것을 해보자 싶었다"고 말했다. 이수현은 "악뮤를 하면 할수록 오빠의 색깔을 맞추기가 조금씩 버거워졌다. 이번에야 말로 내가 원하는 앨범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낙하', '넥스트 에피소드' 앨범 이후로 저는 선언했다. 더 이상 도전은 싫고 10년 전으로 돌아가자. 나는 '200%' 같이 가볍고 기분 좋게 부르고 싶은 노래를 하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점차 세상과 사람에 대한 고찰을 깊이 있게 담아가던 악뮤의 음악에 이수현은 지쳐갔던 것. 이번 앨범에는 즐겁게 음악을 하던 '음악 천재 남매 듀오' 시절을 담으려 했던 것이다.
악뮤의 의도는 좋았지만 작은 오류가 생겼다. 대중이 악뮤를 사랑했던 이유는 그들이 대중이 듣고 싶은 '요즘 노래'가 아닌 '악뮤만의 개성이 담긴 음악'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러브 리'는 듣기 편한, 소위 유행하는 '이지리스닝'의 속성은 가지고 있지만 멜로디도 가사도 다소 평범하다. 악뮤만의 통통 튀는 맛이 부족하다. 기존 곡들은 듣기만 해도 '악뮤의 노래'임을 알 수 있지만 이번 곡은 '듣기 편한 누군가의 곡' 정도다. 악뮤만의 개성이 흐릿해진 것이다.
악뮤는 음악 그 자체가 즐거웠던 시절이 그리웠을 것이다. 심오함과 진중함을 내려두고 싶었을 것이다. 그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한 시도가 '다시 돌아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트렌드를 끼얹었고 악뮤만의 색이 흐릿해졌다. 심오함을 내려두며 악뮤만의 개성도 놓쳤다는 점이 아쉽다. 그래도 악뮤라는 이름값 덕분에 '러브 리'는 발매 직후 각종 음원 차트에서 1위를 했다. 대중이 원하는 것과 악뮤가 하고 싶은 것, 그 사이의 균형점을 다시 되짚어봐야하지 않을까.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