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논란이었다. 부캐릭터라지만, 일본 호스트바 출신 콘셉트의 방송인 다나카 유키오(김경욱)를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기리는 축제에 섭외하는 건 '발상의 전환'이 아닌 '경솔한 선택'이다. 매춘남 캐릭터는 호불호가 명확하다. 유튜브 콘텐츠에서 벗어나 지상파, 축제까지 영역을 넓히는 다나카의 행보가 반갑지 않은 이유다.
'2023 명량대첩축제' 측은 최근 다나카(김경욱)을 섭외했다가 출연을 배제시켰다. 일본 수군과 목숨을 걸고 싸운 이순신과 명량대첩을 기리는 축제에 일본인 콘셉트 개그맨을 스페셜 게스트로 초대하는 건 옳지 않다는 비난의 목소리 때문이다. 여기에 홍보 글도 "명량! 축하쇼에서 함께 즐길 준비 되어있으므니까"라는 일본어 발음을 차용한 한글 표기로 적어 공분을 불러일으켰다.'명량대첩축제' 측이 해명한 다나카 섭외 이유는 반전 기획을 통한 애국의 표현이었다. 일본인 캐릭터로서 독도는 한국의 땅이라고 인정하고, 이순신 장군를 무서워하는 모습들을 통해 두려움과 사과, 존경의 메시지를 표현하려고 했다는 것. 그러나 이러한 주최 측의 안일한 판단에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불똥은 김경욱에게도 튀었다. 출연을 결정한 그의 선택 역시 경솔했다는 지적이다. 다나카는 개그맨 김경욱의 부캐 중 하나로, 4년전 유튜브를 통해 탄생됐다, 일본 유흥업소 호스트지만, 지명을 받지 못해 온종일 대기하고 있다는 '짠한' 설정이다. 과감한 샤키컷에 세기말 패션,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은 '한본어'를 어눌하게 발음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나카의 활동 영역은 유튜브를 넘어 지상파 방송으로까지 이어졌다. MBC '라디오스타'부터 '복진면가왕', KBS '더 시즌즈'까지 출연하는 등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난 20일 첫 방송된 TV조선 '킹 받는 대경-이 구역의 노래왕'은 대놓고 다나카가 주인공인 예능. '한국 최고의 가수'가 꿈인 다나카가 스타들과 버스킹 무대를 걸고 노래방 대결을 펼치는 음악 프로그램으로 첫 회에 송가인이 출연했다.
그러나 다나카의 방송 출연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불호는 갈렸다. 호스트바는 술 시중을 드는 남자 종업원을 두고 영업하는 술집. 몸을 파는 매춘 남성 캐릭터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캐릭터를 방송에서 보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과 단순히 재미로 보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무엇보다 유튜브는 선택적 시청이 가능하지만, 방송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저급한' 설정의 캐릭터를 보는 것이 불편하다는 시선 역시 적지 않다.
이런 상황 속 '명량대첩축제' 섭외는 논란의 방아쇠를 잡아당기는 꼴이 됐다. '명량대첩축제'는 지난해 첫 미디어 해전 재현과 드론쇼 등을 통해 15만여명의 내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모았던 축제. 불특정다수가 함께하는 축제인 만큼 섭외에 더욱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다나카뿐 아니라 김경욱도 이번 논란에 결코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다나카가 짧은 전성기를 뒤로 다시 '무한대기'에 들어갈 조짐이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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