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호자' 배우 김준한 인터뷰
'보호자' 오는 15일 개봉
'보호자' 오는 15일 개봉
평범하고 친근한 역할로 한없이 따스해 보이지만 어느 순간 서늘하고 낯선 얼굴을 보여주는 배우 김준한. 영화 '보호자'(감독 정우성)를 통해 정제되지 않은 욕망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캐릭터로 분한 김준한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다. 아직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많다는 그는 특히 따스하고 재밌는 이야기나 블랙 코미디를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늘 낯선 얼굴로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김준한은 '보호자'를 통해 어떤 얼굴을 보여줄까.
배우 김준한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보호자'(감독 정우성) 인터뷰에 나섰다.
'보호자'는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수혁(정우성)과 그를 노리는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작품이다. 김준한은 열등감에 시달리는 조직의 2인자 ‘성준’으로 ‘세탁기’로 불리는 ‘우진’(김남길)과 ‘진아’(박유나)를 고용해 ‘수혁’의 목숨을 노리는 인물을 연기했다.
정우성 배우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화제를 모은 '보호자'. 김준한은 '보호자'에 캐스팅된 소감에 관해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촬영 전에 '보호자' 캐스팅이 됐다. 이런 역할을 나한테 제안을 주신 것에 대해 놀랐었다"라고 말했다.이어 "이전에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뒤풀이에서도 정우성 감독님이 연락처를 달라고 하셨었다. 한동안 친구들한테 자랑하고 다녔던 기억이 났다. 선배이기 이전에 시대의 아이콘 같은 분이라서 '이분한테 내 연락처를. 연락처 절대 안 바꿔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이렇게 연락을 주실 줄 몰랐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후 정우성과 같은 소속사가 된 김준한은 "정우성 선배와 한 울타리 안에 있어서 정신적으로도 의지가 됐다"라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감독으로서의 정우성에 관해 묻자 "마음에 와닿는 디렉션을 많이 받았다. 배우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계신다고 많이 느꼈다. 현장에서 적용하기가 편하고, 재밌게 만들기가 좋았다"라고 답했다.제작보고회에서 배우 김남길은 '오히려 배우 출신이기에 감독 정우성이 처음에는 무서웠다'라고 답한 바 있다. 이에 관해 김준한은 "배우 각자의 습관이나 특징을 잘 이해하고 계신 것 같다. 특히 정우성 감독은 배우로서 가진 노하우가 있는 것 같다. 연출자로서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시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제 안에 있는 뭔가를 끄집어내 주신 것 같다. 배움의 시간과 시도를 해볼 수 있던 시간이 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극 중에서 김준한은 정우성이 맡은 수혁을 방해하고 고난에 처하게 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김준한은 "내가 이래도 되나'라고 생각했다. 평소에 액션 장면의 합이 중요하겠지만, 특별히 더 우리나라의 국보와 같은 정우성의 얼굴을 손상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평소에는 10cm 정도 두고 연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12cm 거리를 두고 연기했다"라고 설명했다.
'보호자'는 개성 강한 캐릭터만큼이나 화려한 액션으로 시각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김준한은 "액션 장면을 많이 찍어본 경험이 없다. 정우성 선배는 워낙 베테랑이다 보니, 나의 부족한 부분은 리액션으로 잘 살려주셨던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극 중에서 무자비한 악역 '성준' 역을 맡은 김준한은 캐릭터의 매력에 대해 언급했다. 김준한은 "'성준'이라는 인물이 실질적으로 사건을 일으키는 인물이지 않나. 중심이 돼서 사고를 칠 수 있는 인물이기에 배우에게는 재밌는 지점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평면적인 모습만 비치는 것이 아닌 개인의 외로움을 짐작해볼 수 있는 장면들이 있어서 담아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정제된 모습보다는 인간적인 모습이 드러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랬을 때, 조금 더 사실적이고 관객으로서 몰입이 가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사회적으로 비치는 이면에 어설픈 모습이 있다는 것을 작품 안에서도 보여졌을 때, 생동감 있는 장면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연기 철학을 말했다.'보호자'에서 '성준'을 연기하면서 찌질하거나 밑바닥이 보여지는 것을 찾아보려고 노력했다고. 김준한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인물이 그 행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했다. 자신에게 공격이 들어왔을 때, 화를 낼 수도 있지만 사정을 할 수도 있는 것이지 않나. 방법적인 측면에서도 다양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답했다.
현장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성준 캐릭터를 완성했다는 김준한은 "기본적으로 많이 믿어주셨다.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라고 하셨다. 아이디어를 많이 제안했었다. 말투나 몸짓 등 '성준'이 가진 기본 태도에 대해서 아이디어를 냈을 때, 지지를 많이 해주셨다. 그것을 토대로 감독님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전달해주셨다. 꽃을 꽃병에서 뽑아서 수혁에게 건네는 장면 등도 아이디어를 받아서 현장에서 한 장면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강렬한 문신과 조직원으로서 아우라를 보여주는 김준한은 "새로운 모습을 본 것 같다. 타투이스트분들이 직접 오셔서 4시간 정도 실제로 그려주신 거다. 가만히 누워만 있으면 되는 거니까 나는 불편한 점은 없었다. 그분들이 문신을 왜 하는지 알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약간 나 스스로 취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5kg 정도 증량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준한은 "시간이 촉박하기도 했다. 전문가의 도움도 빌렸다. 워낙 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서 억지로 먹으면서 찌운 것 같다. 나중에 필요에 의해서 해볼 수 있으니까 좋은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극 중에서 조직 보스 응국 역을 맡은 배우 박성웅과의 호흡에 관해 김준한은 "너무 재밌었다. 사우나 신이 나의 첫 촬영이었던 것 같다. 박성웅 선배와 슛을 하기 전에 열심히 팔굽혀펴기를 했던 경험이 떠오른다. 박성웅 선배와 술도 함께 기울이는 사이가 됐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김남길과의 호흡에 관해선 현장에서 많이 만나지는 못했지만, 뒤풀이에서 깊이 친해졌다고 말했다. "나를 귀여워해 주는 느낌의 형 같은 느낌이다. 최근에도 김남길 배우 집 근처를 가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연기자 후배로서 잘 챙겨주는 느낌이다"라고 답했다.
'보호자'를 통해 액션 연기를 많이 도전해봤다는 김준한은 이후에도 액션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언급했다. 김준한은 "힘들기는 한데, 재밌는 것 같다. '보호자'에서도 움직여지는 데로 움직이려고 한 부분도 있다. 응원차, 정우성 배우의 현장에 갔는데 '저건 안 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생은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목도하니까 클래스가 다르다고 느꼈다. 응축된 결과물로 빚어진다는 것이 너무 놀랐고, 자극이 많이 됐다. 움직임에 대한 연기를 많이 고민했다"라고 답했다. 이어 "'황해'나 '추격자'에서 김윤석 배우의 움직임을 좋아하고 너무 현실적으로 느껴지더라. 어기적거리면서 뛰는 움직임이 있지 않나. 그런 움직임이나 연기에 그런 방향성으로 만들어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일상에 녹아든 평범한 캐릭터들을 흡입력 있게 연기하기로 유명한 김준한은 자신의 연기 철학을 밝혔다. 김준한은 "다큐멘터리를 보듯이 접근하는 것 같다. 일상에서도 재밌는 순간들을 관찰하려고 한다. 대본이라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들도 많은데, 평소에 다양한 생각이나 입장에 대해서 생각해두지 않으면 닥쳐서 하기가 힘든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선한 얼굴뿐만 아니라 서늘함이 느껴지는 얼굴을 지닌 김준한. 드라마 '안나' 이후 빌런 역이 많이 들어온다는 김준한은 "사실 너무 감사하다. 텀이 없이 비슷한 역할을 반복하는 것이 재미가 없으실까 봐 걱정하게 된다. 빌런이라서 싫은 것이 아니라 다른 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배우의 고민이겠지만, 비슷한 역할을 했을 때 대중들이 지루해하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안나'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수지는 제2회 청룡 시리즈 어워즈에서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김준한은 "축하의 말을 건넸다. 기분이 좋았고 다들 작품을 하면서 애를 많이 썼다. '안나' 찍기 전에 '보호자'를 찍었다. '안나'를 찍으면서 '보호자'의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느냐고 묻자 "무겁고 묵직한 것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따듯하고 재밌는 이야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또한 "블랙 코미디를 좋아한다. 진지한 면도 있는데 실없는 농담도 많이 해서 사람들과 재밌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보호자'는 '달짝지근해:7510', '오펜하이머' 등 15일 동시 개봉한다. 작품의 차별점에 관해 묻자 "폭력과 남을 해치고 범죄의 중심에서 살던 사람이 비폭력을 선언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수혁은 대응을 넘어서 그들에게 복수한다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수혁이 가진 인물이 스탠스가 새로운 시도 같다고 느껴진다"라고 강조했다.
영화 '보호자'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사진 제공=(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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