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 김명수의 작은 날갯짓이 거대한 훈풍을 일으킨다.
김명수는 MBC 금토드라마 '넘버스 : 빌딩숲의 감시자들'(이하 '넘버스')에서 회계법인의 악행으로 가족을 잃고 회계사가 된 '장호우' 역으로 분해 부조리에 맞서 정형과 비정형을 넘나드는 활약을 펼치며 캐릭터의 통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고졸 출신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투명인간' 취급을받던 장호우는 허드렛일 하는 '장호구'를 거쳐 끝내 모두에게 '장호우 선생'이 됐고, 이제는 태일회계법인의 핵이 되어 그토록 고대하던 한제균(최민수 분)과의 결전만을 남겨두고 있다.
지난 방송에서는 한제균의 상상을 초월하는 악행으로 장호우(김명수 분)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해빛건설 사장 장인호(남명렬 분)뿐 아니라 친부모의 죽음까지 한제균이 관련되어 있었고 이외에도 수많은 부정부패가 낱낱이 드러난 것.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고서도 죄책감 없는 한제균의 뻔뻔함에 장호우는 제대로 자극받고 각성했다.
이처럼 최종회까지 단 2회만을 남겨둔 '넘버스'가 클래이맥스로 향하면서 김명수의 연기도 절정에 다다르고 있다. 김명수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눈물을 꾹 참아내는 모습부터 격한 감정으로 일렁이는 눈빛 연기, 특히 안면 근육까지 떨릴 정도로 감정에 깊이 이입한 모습을 보여 감탄을 자아냈다.
그동안 언제나 한발 앞서나가는 지략과 뚝심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보통의 회계사가 생각하기 힘든 참신한 시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등 기지를 발휘하여 사람들의 인정을 끌어내고 마침내 한제균를 무너뜨릴 심장부에 올라선 장호우의 빠른 성장은 내내 보는 즐거움을 안겼다. 무엇보다 주변 회계사들은 물론, 한제균이 만든 적들까지 포섭하고 연대하며 반격에 나서는 장호우의 영리한 활약은 짜릿한 쾌감과 희열을 느끼게 했다.
이에 마지막 전투에 앞서 리셋 버튼을 누른 듯, 그 어느 때보다 매서운 얼굴로 새롭게 전의를 다지는 김명수의 달라진 얼굴은 변화한 캐릭터의 매력을 증가시키며 남은 사이다 활약에 방점을 찍을 최후 승부전에 대한 기대감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다.
복수의 서사를 비롯해 브로맨스와 설레는 로맨스까지 장호우라는 인물의 성장 곡선을 종합세트처럼 다채롭게 담아낸 김명수. 다시 한번 결의를 다진 만큼, 과연 어떤 강단 있는 활약으로 빌딩숲에 훈풍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혜영 텐아시아 기자 kay3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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