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소녀 출신 오드아이써클
기존 이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미등록 상표'
하이라이트·비비지·브브걸 등 새 팀명으로 '일종의 재데뷔'
상표권 둘러싼 이해관계 충돌
그룹 오드아이써클 / 사진=텐아시아DB


《김지원의 히든트랙》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가요계의 숨은 이야기까지 면밀하게 살펴봅니다. 가요계 이슈의 사실과 진실을 생생하게 전하겠습니다.


고전 '홍길동전'에서 홍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슬픔이 있다. 가요계에서도 '내 이름'을 '나'로 부를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곤 한다. 자신이 데뷔한 그룹명으로 더 이상 활동할 수 없어 다른 이름으로 일종의 '재데뷔'를 하는 것. 상표권을 둘러싼 이해관계 때문이다.최근 이달의 소녀 멤버 출신 김립, 진솔, 최리는 '오드아이써클'이라는 이름으로 그룹 활동을 시작했다. 오드아이써클로 이들이 활동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려면 먼저 이달의 소녀의 데뷔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이달의 소녀 전 소속사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는 2016년 10월부터 매달 1명의 멤버를 공개했고, 일정 멤버수가 채워지면 유닛으로 데뷔시켰다. 그렇게 데뷔한 3개의 유닛은 이달의 소녀 완전체로 활동했다. 이달의 소녀 멤버들은 지난 6월, 전 소속사인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와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승소하며 계약 효력이 정지됐다. 오드아이써클 멤버 김립, 진솔, 최리은 새 소속사 모드하우스에 둥지를 틀고 활동을 재개했다.

오드아이써클은 2018년 8월 등장한 이달의 소녀의 두 번째 유닛이었다. 이처럼 오드아이써클는 원래 이들이 이달의 소녀로 활동할 당시부터 썼던 이름이다. 통상 전 소속사에서 '상표권'을 주장하며 이름을 못 쓰게 하는 것과 다른 경우다. 하지만 이들이 오드아이써클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었던 건 전 소속사의 '배려' 때문은 아니다. 우연찮게도 이달의 소녀에 대한 상표권은 전 소속사가 등록했었지만, 오드아이써클에 대해서는 등록하지 않았던 것. 이러한 연유로 이들은 이달의 소녀로는 활동할 수 없지만 오드아이써클이라는 이 이름은 사용할 수 있었다. 팬들 사이에서 "기적 같은 일"이라는 반응이 나온 이유다. 최근 진행된 쇼케이스에서 멤버 김립은 "오드아이써클이라는 이름을 계속 사용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룹 하이라이트 / 사진제공=어라운드어스
전 소속사로부터 이적이나 분쟁 등으로 인해 자신들의 원래 그룹명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는 다수다. 2009년 데뷔한 비스트는 2016년 10월 전 소속사인 큐브엔터테인먼트를 나와 그해 12월 어라운드어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이들은 현재 비스트가 아닌 하이라이트라는 그룹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비스트에 대한 상표권은 큐브엔터테인먼트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친구 멤버들 중 은하, 신비, 엄지는 비비지라는 그룹명을 사용한다. 여자친구로 활동 당시 기존 팬덤명은 버디(BUDDY)였는데, 이들은 지난해 1월 브이라이브를 통해 새로운 팬덤명을 사용할 것이라고 알렸다. 현재 팬덤명은 나비(Na.V). 상표권과 관련된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상황 때문이라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롤린' 역주행으로 인기를 얻은 4인조 그룹 브레이브걸스는 오는 8월 '브브걸'로 컴백한다. 네 명의 멤버 모두 워너뮤직코리아로 이적하면서 전 소속사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가 상표권을 가진 브레이브걸스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기 난감한 상황에 처한 것. 이에 브레이브걸스의 줄임말로 사용하던 브브걸로 팀명을 새로 정했다. 워너뮤직코리아는 브브걸에 대한 상표권을 출원했다.
브레이브걸스 / 사진=텐아시아DB


굿즈를 비롯해 의류, 화장품, 문구, 음식 등 이들의 이름을 사용해 만들 수 있는 상품, 그리고 음반 제작, 공연 개최 등을 감안하면 상표권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가치는 수억에서 수십억이다. 때문에 이미 상표권을 선점한 이들이 쉽게 내주지 않는 것이다. 상표권 무단 사용은 1억 이하의 벌금, 7년 이하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아티스트들은 응원과 지지를 보내준 팬들과 계속해서 소통하길 원한다. 때문에 이름을 바꾸고라도 활동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소속사 이적 과정에서 서로 원만한 합의를 도출해내기 어렵기에 이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이라며 "금전적 협상을 터부시해온 경향이 있다. 감정적인 타협이 어렵다면 차라리 금전적 협상이 가능한 체계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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