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닐하우스' 언론배급시사회
7월 26일 개봉
7월 26일 개봉
영화 '비닐하우스'는 돌봄을 소재로 끊이지 않는 하나의 굴레를 그린 작품.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온 이들이 겪었거나 혹은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배우 김서형의 밀도 높은 연기력과 숨을 쉴 틈이 없이 몰아붙이는 상황은 마치 나도 같은 상황을 경험하는 듯하다. 관객들 역시 김서형이 연기한 악착스러운 인물 '문정'에 몰입하며 공감할 수 있을까. 익숙한 소재가 서스펜스로 변모하는 상황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11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 입구에서 영화 '비닐하우스'(감독 이솔희)의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감독 이솔희와 배우 김서형, 양재성, 안소요가 참석했다.
영화 '비닐하우스'는 요양사로 일하며 비닐하우스에 사는 '문정'(김서형)이 간병하던 노부인이 사고로 숨지자 이를 감추기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면서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이야기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상, 왓챠상, 오로라미디어상까지 3관왕을 수상한 이솔희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에는 반복적으로 '돌봄'이 이어진다. 문정이 근무하는 공간에서 노인을 돌보거나, 아픈 자신의 어머니를 돌보거나, 자기 아들을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이솔희 감독은 "이 영화는 돌봄이라는 키워드로 시작했다. 돌봄으로 얽힌 인물들의 깊고 어두운 욕망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런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문정이 거주하는 공간은 비닐하우스. 이솔희 감독은 비닐하우스에 관한 개인적인 일화를 밝혔다. 그는 "개인적인 이야기다. 자란 곳에 화훼 단지가 근처에 있어서 비닐하우스가 많았다. 어린 시절에는 비닐하우스가 좋아 보였고 환상이 있는 공간 같기도 했다. 커가면서 비닐하우스는 그대로인데 나만 변한 것 같다고 생각해서 이것을 소재로 쓴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영화를 통해서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고 묻자 "그럼에도 살아낼 수 있고 희망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큰 욕심을 갖지 않아도 살아내는 것은 힘든 일이다. 문정이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살면 좋겠다. 조금 이기적이지만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사는 용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배우 김서형은 비닐하우스에서 살고 있지만 아들과 함께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문정' 역을 맡았다.
극 중에서 '문정'은 악착스럽고도 고단한 삶을 이겨내는 인물로 그려진다. 어떤 마음으로 연기했느냐고 묻자 김서형은 "피하고 싶은 여자였다.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 엄청나게 울었다.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보다는 '왜 그런 삶은 착한 사람에게 와야 할까'라는 점에 중점을 뒀다.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을 마주하는 것이 힘들었다. 현장에는 그 자체가 돼서 가야 했다. 1년이 지난 이 시점에는 현장에서의 힘듦이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마주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설명했다.드라마 '종이달'에서도 남편에게 핍박받는 캐릭터 유이화를 연기했던 김서형은 연달아 삶을 이겨내야 하는 캐릭터를 맡았다. 그는 "흡수가 빠른 편이다 문정 캐릭터는 자해 아닌 자해를 하는 캐릭터다. '나는 얼마나 더 아픈 역할을 만나야 할까'라는 안쓰러움이 들기도 했다. 일단 감독님을 만나고 의도를 물어본 뒤에 작품을 결정하게 됐다"고 답했다.
문정이 비닐하우스에서 사는 만큼 현장에서 비닐하우스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김서형은 "지방에서 자라다 보니 비닐하우스를 많이 봤다. 시골에 살면 비닐하우스에 대한 이상한 동경이 있다. 큰 빌딩이 없다. 그것을 추억해보면, 비닐하우스가 그렇게 이상하지 않았다. 비닐하우스에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잠깐 해봤다. 문정이 으레 살았을 것 같다고 흡수하니, 현장에서 마냥 누워있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순남'을 연기한 배우 안소요와 연기 호흡에 관해 "안소요 배우가 날 것을 많이 보여줬다. 제 대사를 하지 못할 정도로 날 것이다. 이건 좋은 의미다"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배우 양재성은 '문정'이 일하는 노부부의 집 교수이자 후천적으로 시각 장애를 가지게 된 '태강' 역으로 분했다. 어떤 부분에 포인트를 두고 연기했느냐고 묻자 그는 "등장인물이 다들 끙끙대면서 사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래서 가슴이 아프다. 우리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제법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고 답했다.
연륜 있는 배우지만, 후천적으로 시각 장애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는 만큼은 고민도 많았다고. 그는 "사실 그들은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다. 티를 안 내고 시선을 어디에 두는 것이 자연스러운지를 생각하는 부분이 조금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서형과의 연기 호흡에 관해 묻자 "김서형 배우는 워낙 경험이 많으니까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편하게 해주려고 하더라. 연기하면서 후배, 동료들한테 '불편하면 얘기해'라고 하는 편이다. 보기보다는 훨씬 편한 사람이라는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우 안소요는 문정이 치료받기 위해 나간 모임에서 만나 그를 동경하고 따르는 '순남' 역을 연기한다.
안소요는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학폭 피해자 경란을 연기하며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비닐하우스'의 순남 캐릭터를 어떤 점에 중점을 뒀느냐고 묻자 그는 "시나리오를 볼 때, 이야기가 너무 재밌었다. '미쳤다'를 연발하며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었다. 이 캐릭터에 깊게 매료됐다. '순남'은 악의는 없지만, 천진난만함 때문에 보는 시각에 따라 께름직한 인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인물에 푹 빠져서 연기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치료 모임에서 처음 등장하는 순남 캐릭터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점에 대해 그는 "맡은 바를 열심히 해내기 위해서 그저 열심히 했다. 순남이 어떻게 보면 평범한 인물이 아닐 수도 있지만, 모두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지 않나. 순남이 가진 어떤 특성도 고유한 특성으로 보고 기질을 하나하나 쌓아나가며 역할에 임했다. 순남은 마냥 사랑스럽지 않아서 더 사랑스러웠다"라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변화무쌍한 연기 변신을 보여주는 배우 안소요.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에 대해 "연기에 대한 갈증과 목마름이 많다.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달게 마실 것 같다. 순남 캐릭터도 달게 먹었다. 사회적으로 소수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 평범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특별한 매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배우 김서형과 연기 호흡에 관해 묻자 "극 중에서 '순남'으로 '문남'을 바라보는 시선과 현실의 시선은 다르지 않았다. 은근히 선을 그으신다. '문정'이 조금 더 쳐다봐 줬으면 좋겠다는 동경의 눈빛으로 선배님을 봤다"라고 말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비닐하우스'는 오는 26일 개봉한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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