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엄정화./사진제공=사람엔터테인먼트


"저도 차정숙처럼 갑상샘암으로 수술을 했잖아요. 긴 시간 동안 외롭다는 생각도 들고, 깨어났다는 안심도 들고, 모든 시간이 감사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때가 제 나이 마흔이 될 때였어요. 그 이후로 힘든 시간을 겪기도 했지만, 마음에 어떤 걸 담아야 하는지 많이 느끼기도 했죠. 자신에게 좋은 기운을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더라고요."


'차정숙'은 엄정화 그 자체였다. 급성간염으로 간 이식 수술받고 의사로 복귀한 차정숙처럼 갑상샘암 수술 후 왼쪽 성대 마비로 왔지만, 오랜 재활 끝에 가수이자 배우로 돌아온 엄정화. JTBC '닥터 차정숙'으로 새로운 인생 캐릭터까지 경신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지난 4일 종영한 '닥터 차정숙'은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의 인생 봉합기를 담은 작품. 차정숙을 연기한 엄정화는 "요즘 어딜 가나 캐릭터 이름으로 불리는 게 놀라운 경험이었다. 더 반가워하면서 친근하게 대하더라. 차정숙이 나의 인생 캐릭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닥터 차정숙' 스틸컷./사진제공=JTBC


'닥터 차정숙'은 2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큰 인기를 얻었다. 엄정화와 그의 남편으로 등장하는 김병철은 5주 연속 출연자 부문 화제성 1, 2위를 차지했다. 인기를 실감하냐고 묻자 엄정화는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대해 해석하는 걸 챙겨보면서 느꼈다. 차정숙 이름에 대해서도 성이 '차' 씨인 이유가 서인호를 차서 차 씨라고, 서인호는 '스톱'하라는 의미로 서 씨라고 하더라. 너무 신선했다"며 미소 지었다.배우들의 연기 시너지는 '닥터 차정숙' 인기에 큰 몫을 차지했다. 엄정화는 김병철에 대해 "같이 있으면 실없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연기에 집중돼있는 사람이고, 너무 점잖고 인간적으로 진중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승희 역을 맡은 명세빈에 대해서는 "신인 배우가 아닌데 이번 작품 준비할 때는 자기가 해왔던 캐릭터가 아니라 결의를 다지고 임했더라. 우리 집에 찾아와서 같이 리딩도 해보고, 내가 생각하는 승희에 대해서도 공유했다. 관록 있는 배우인데,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승희가 되려고 하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닥터 차정숙' 스틸컷./사진제공=JTBC
엄정화는 연기하면서 가장 '사이다'였던 순간으로 병원 사람들에게 남편이 죽었다고 말하는 장면과 뺨 때리는 장면을 꼽았다. 남편 서인호가 가장 지질해 보였던 순간으로는 이혼 통보에 코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장면을 선택했다. 엄정화는 "촬영 할 때는 그냥 기절하나보다 했는데 나중에 영상으로 보니 어이가 없더라. 작가님이 설정을 재밌게 잘 써줬다"며 "눈을 열어보니 마주치는 건 상상도 못 했다. 이 장면 너무 재밌겠다 싶었다. 깊은 감정을 가지고 갔다가 바로 빠져나와서 재밌어지니까 더 신선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애드리브도 조금씩 들어가요. 아들이 여자친구와 키스하는 장면 보고 '미드를 찍네, 미드를 찍어'라는 말은 제가 만든 대사거든요. (웃음)"

'닥터 차정숙' 스틸컷./사진제공=JTBC
극중 차정숙은 지질한 서인호를 왜 좋아했던 걸까. 이에 엄정화는 "과거 영상 보면 잘생겼어요"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실제로 자신이 차정숙이라면 '서인호'가 아닌 '로이킴'(민우혁과)을 선택했을 거라고. 엄정화는 "당연히 로이 아니냐. 나에게 마음 있는 사람이 좋다"고 말했다.

작품 이후 결혼관이나 이상형의 변화는 없냐고 묻자 엄정화는 "사람 겉만 보면 안 된다는 거?"라며 "나는 정직한 사람이 좋다. 그건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금을 살아가는 많은 차정숙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없을까. 엄정화는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을 조금 더 들여다보고 사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제 와서?'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작은 거 하나라도 시작하면 다른 시야가 열린다. 자기 자신에게 선물 같은 시간을 주길 바란다"고 소망했다.시즌2에 대해서는 "나오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 할 이야기가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낭만닥터 김사부'와의 세계관 연결은 어떠냐고 하자 방긋 웃으며 "'낭만닥터 차정숙' 좋네요"라고 화답했다.

배우 엄정화./사진제공=사람엔터테인먼트


현재 tvN 예능 '댄스가수 유랑단'에 김완선, 이효리, 보아, 화사와 함께 출연 중인 엄정화. 그는 "첫 무대가 '배반의 장미'였는데, 오랜만에 하려니까 안무도 생각이 안 나더라. 효리랑 저랑 리허설 때 엄청나게 떨었다. 리허설을 하고 두 번째 무대는 희한하게 너무 익숙하더라. 노래 바꿔 부르기에서는 안무가 마음대로 안 외워져서 연습이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효리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엄정화는 "이효리라는 존재 자체가 정말 고맙다. 서로가 잘됐으면 좋겠다. 본인이 큰 인기를 다시 얻기를 원하니까"라고 웃으며 "효리 같은 사람이 없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가수로서 앨범도 준비 중이다. 엄정화는 "몇 년 전부터 해오고 있었다. 올해 안이나 내년에는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새 앨범은 많은 세대가 즐길 수 있는 곡이면 좋을 것 같다. 일단은 들었을 때 '좋다!' 싶은 곡이 제일 좋고"라며 웃었다.

배우 엄정화./사진제공=사람엔터테인먼트


올해로 55세, 데뷔 32년 차인 엄정화. 그는 "기사에서 내 나이가 앞에 나와 있을 때 내 나이를 알게 된다. 내 나이가 우스꽝스러운 건가 싶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내 나이가 자랑스럽다. 이 나이에 이렇게 할 수 있으니까"라고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자신의 현재 행복지수는 '99.9%'라며 환하게 미소 짓기도 했다.

"여태까지는 엄정화로서 잘 지내온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수식어가 붙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가진 열정만 식지 않는다면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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