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뉴진스 다니엘/사진 = 월트디즈니 코리아
≪최지예의 시네마톡≫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영화 이야기를 전합니다. 현장 속 생생한 취재를 통해 영화의 면면을 분석하고, 날카로운 시각이 담긴 글을 재미있게 씁니다.
가창력 논란은 잠재웠지만, 대사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다. 한국의 에리얼로 발탁된 그룹 뉴진스 다니엘의 이야기다.

지난 2일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는 영화 '인어공주'(감독 롭 마샬)의 한국 더빙판 제작을 확정했다며 세바스찬 역에 배우 정상훈, 울슐라 역에 뮤지컬 배우 정영주가 캐스팅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주인공인 에리얼 역의 캐스팅은 실루엣만을 공개하며 'GUESS WHO?'라는 이벤트를 펼쳤다. 네티즌들은 에리얼 역의 실루엣이 다니엘과 같다고 추측했고, 이 추측은 논란으로 이어졌다. 한국판 '인어공주' OST 'Part of your world' 티저 속 에리얼의 목소리는 어색했고, 한국어 발음은 부정확했기 때문.

한국 에리얼의 정체가 공식 발표되기도 전이었지만, 다니엘의 캐스팅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며 논란이 일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아직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다니엘의 가창력과 한국어 발음을 문제 삼으며, 한국의 에리얼 역에 적합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니엘은 지난 2022년 7월 뉴진스로 데뷔, 프로 활동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데뷔 1년차 아이돌. 또, 다니엘은 호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이중 국적자로, 호주와 한국을 오가며 생활하긴 했지만 실제로 한국에서 정규 교육을 받은 경험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뉴진스 다니엘/사진 = 월트디즈니 코리아
이후 한국의 에리얼 역에 다니엘이 캐스팅됐다는 공식 발표와 함께, 다니엘의 'Part of your world' 풀 영상이 공개됐다. 일부 티저만 들었을 때보다는 좋은 반응이 주를 이뤘는데, 주목할만한 점은 다니엘의 청아한 음색이었다. 인간 세상을 궁금해하는 순수한 인어공주 에리얼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진다는 평가였다. 또 힘을 빼고 깨끗하게 부르는 고음도 안정적이라 가창력에 대한 논란도 어느 정도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 다만, 역시 다니엘의 한국어 발음이 정확하지 않고, 억양이 다소 어색해 가사 전달력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남았다. 가사를 알고 보면 그럭저럭 들을 만한 수준이지만, 자막 없이 보기엔 몰입도가 떨어졌다.

OST 풀 영상 공개를 통해 가창력 논란을 잠재운 다니엘이지만, 여전히 한국어 발음과 관련한 우려는 존재한다. OST 가창에 있어서 발음에 대한 아쉬움을 남긴 다니엘이 한국어 더빙에서 문제없이 대사를 전달할 수 있을지 대중의 의문을 사고 있다. 가창의 경우 멜로디와 함께 버무려지기 때문에 발음 문제가 크게 도드라지지 않지만, 연기 더빙은 대사 전달력이 필수다. 다니엘을 통해 구현되는 에리얼의 발음이 어색해 한국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면 한국판 '인어공주' 존재 이유가 흔들리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니엘의 전무한 연기 경력 역시 걱정거리다. 더빙의 경우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감정과 대사를 전달해야 하기에 엄청난 준비가 요구되고, 이 탓에 전문 배우들도 도전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감독 신카이 마코토)은 배우 지창욱과 김소현을 남녀 주인공 더빙에 캐스팅했다가 수준에 맞지 않는 퀄리티로 원작 팬들의 거센 뭇매를 맞았다. 이후 '너의 이름은.' 배급사는 전문 성우들로 다시 더빙해 한국 더빙판을 재개봉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를 고려할 때, 연기 경험이 없는 다니엘이 문턱 높은 더빙 연기에서 관객들의 만족을 얻어낼 수 있을지 하는 일각의 우려가 무리는 아니다.
영화 '인어공주' /사진 = 월트디즈니코리아
때문에 다니엘을 에리얼 역에 발탁한 월트디즈니 코리아에 많은 팬들이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MZ 세대에 큰 인기를 끌고있는 뉴진스 멤버인 다니엘을 통해 홍보 효과를 누리고자 하는 것인데,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거대 팬덤을 가진 배우나 아이돌을 캐스팅하면 홍보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많은 제작사들이 더빙에 전문 성우들을 기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관계자는 "외화를 수입하고, 한국어 더빙을 제작할 때 유명한 배우나 아이돌을 쓰고 싶은 유혹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더빙은 생각보다 전문성을 요구하는 작업인지라, 배우나 아이돌이 연기할 경우 완성도를 해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홍보도 좋지만 한국어 더빙판에서도 고유의 작품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에 전문 성우 중에서도 고심해서 발탁한다"고 귀띔했다.

많은 팬을 지닌 '인어공주'의 한국판 에리얼에 연기력이 전무한 데뷔 1년차 다니엘을 캐스팅한 월트디즈니 코리아. 한국어가 조금 어색하지만 거대 팬덤을 가진 다니엘의 에리얼이 한국 흥행에 묘수가 될지, 악수가 될지는 두고 봐야한다. 다만, 그 동안 왜 많은 외화 대작의 더빙을 배우나 아이돌이 아닌 전문 성우가 맡아 연기했는지는 곱씹어볼 일이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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