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만에 제작된 실사 뮤지컬 영화 '인어공주' 리뷰
≪최지예의 별몇개≫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개봉 전 먼저 본 영화의 별점을 매깁니다. 영화표 예매 전 꼭 확인하세요. 당신의 시간은 소중하니까!'인어공주' 별몇개? = ★★☆☆☆
오늘날의 월트 디즈니를 있게 한 단 하나의 작품을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1989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를 떠올릴 것이다. 1970~1980년대 극심한 침체에 빠졌던 월트 디즈니를 일으킨 작품이 바로 '인어공주'다.
'인어공주'를 시작으로 디즈니는 르네상스의 시대를 열어젖힌다. 이후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 등 전 세계를 강타한 작품들이 줄줄이 쏟아지며 디즈니는 지금의 명성을 갖게 됐다. 월트 디즈니에게 '인어공주'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 작품이다.'인어공주'는 하얀 얼굴에 빨간 머리카락, 청록색의 지느러미를 가진 외형의 에리얼로 대변된다. 인간 세계를 동경하는 에리얼은 에릭 왕자와 사랑을 위한 다리를 얻기 위해 마녀 울슐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질 만큼 능동적인 캐릭터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많은 팬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34년 만에 제작된 실사 뮤지컬 영화 '인어공주'(감독 롭 마샬) 속 에리얼은 우리가 알던 그 에리얼이 아니다. 2023년 판 '인어공주' 에리얼은 우리 기억 속 에리얼의 외형을 완벽히 벗어나며 많은 원작 팬들의 실망을 자아냈다. 흑인 가수 겸 배우 할리 베일리가 분한 에리얼은 '인어공주' 애니메이션 팬들의 향수와 추억을 너무나 손쉽게 파괴해 버렸다. '인어공주' 세계관과 스토리 속 동떨어진 이미지의 '에리얼'은 원작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리지 못했고, 그렇다고 신선하고 새로운 확장에 성공한 것도 아니었다.
여기에는 최근 디즈니가 소리 높여 외치고 있는 'PC주의'(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가 작용했다. 인종·민족·언어·종교·성차별 등의 편견에서 벗어나자는 주의인데, 그 가치를 추구하고자 원작 속 에리얼을 훼손하며 흑인을 기용한 것이다. 편견과 차별에서 벗어나 문화적 다양성을 지향하자는 가치가 어째서 원작 캐릭터의 이미지마저 왜곡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디즈니를 보고 자란, 디즈니를 사랑하는 팬들이 이해하기 힘들어 하는 부분이다.
영화 속 에리얼은 원작과 다름없이 물 밖의 세상을 동경하고, 인간을 사랑하며,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데 그 모습이 어색하고 이질적이라 몰입을 방해한다. 특히, OST 'Part of your world'를 부르는 할리 베일리의 가창력은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지만,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며 담백하게 부르는 원작의 느낌이 사라져 아쉬움을 남긴다. 묵직한 흑인 특유의 소울이 더해져 조심스럽고 풋풋한 무드가 느껴지지 않는다.'인어공주'의 '과도한' PC주의는 에리얼과 에릭 왕자가 함께 바다로 모험을 떠나는 엔딩에서 정점을 찍는다. 인간 세계와 바닷속 다양한 인종의 사람과 인어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한데 모이고, 한 사람(인어)씩 스크린 정중앙에 잡히는데 마치 모든 인종들을 전시해 '우리는 하나'라고 외치는 느낌이다. 마치 '인종 차별은 절대 안 돼!'라는 공익 광고 시청을 강요받는 느낌이라 다소 거북스럽기까지 하다.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뮤지컬 영화의 거장 롭 마샬의 연출력은 '역시'라는 감탄사가 나올 만큼 탁월하다. 에리얼과 바다 친구들이 사는 해저 세계는 환상적인 느낌을 주고, OST 'Under the Sea'가 나올 때만큼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어깨를 들썩이며 흥겨울 수 있다.
최고 기술력과 막대한 자본으로 탄생한 '인어공주'는 과도하고 지나친 PC주의로 영화의 본질을 깨트렸다. 본질보다 가치 추구에 몰두하면 부작용이 생기는 건 자명한 일이다. '인어공주'로 흥한 월트 디즈니가 '인어공주'로 흔들리고 있다.
5월 24일 개봉.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135분.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개봉 전 먼저 본 영화의 별점을 매깁니다. 영화표 예매 전 꼭 확인하세요. 당신의 시간은 소중하니까!'인어공주' 별몇개? = ★★☆☆☆
오늘날의 월트 디즈니를 있게 한 단 하나의 작품을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1989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를 떠올릴 것이다. 1970~1980년대 극심한 침체에 빠졌던 월트 디즈니를 일으킨 작품이 바로 '인어공주'다.
'인어공주'를 시작으로 디즈니는 르네상스의 시대를 열어젖힌다. 이후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 등 전 세계를 강타한 작품들이 줄줄이 쏟아지며 디즈니는 지금의 명성을 갖게 됐다. 월트 디즈니에게 '인어공주'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 작품이다.'인어공주'는 하얀 얼굴에 빨간 머리카락, 청록색의 지느러미를 가진 외형의 에리얼로 대변된다. 인간 세계를 동경하는 에리얼은 에릭 왕자와 사랑을 위한 다리를 얻기 위해 마녀 울슐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질 만큼 능동적인 캐릭터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많은 팬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34년 만에 제작된 실사 뮤지컬 영화 '인어공주'(감독 롭 마샬) 속 에리얼은 우리가 알던 그 에리얼이 아니다. 2023년 판 '인어공주' 에리얼은 우리 기억 속 에리얼의 외형을 완벽히 벗어나며 많은 원작 팬들의 실망을 자아냈다. 흑인 가수 겸 배우 할리 베일리가 분한 에리얼은 '인어공주' 애니메이션 팬들의 향수와 추억을 너무나 손쉽게 파괴해 버렸다. '인어공주' 세계관과 스토리 속 동떨어진 이미지의 '에리얼'은 원작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리지 못했고, 그렇다고 신선하고 새로운 확장에 성공한 것도 아니었다.
여기에는 최근 디즈니가 소리 높여 외치고 있는 'PC주의'(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가 작용했다. 인종·민족·언어·종교·성차별 등의 편견에서 벗어나자는 주의인데, 그 가치를 추구하고자 원작 속 에리얼을 훼손하며 흑인을 기용한 것이다. 편견과 차별에서 벗어나 문화적 다양성을 지향하자는 가치가 어째서 원작 캐릭터의 이미지마저 왜곡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디즈니를 보고 자란, 디즈니를 사랑하는 팬들이 이해하기 힘들어 하는 부분이다.
영화 속 에리얼은 원작과 다름없이 물 밖의 세상을 동경하고, 인간을 사랑하며,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데 그 모습이 어색하고 이질적이라 몰입을 방해한다. 특히, OST 'Part of your world'를 부르는 할리 베일리의 가창력은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지만,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며 담백하게 부르는 원작의 느낌이 사라져 아쉬움을 남긴다. 묵직한 흑인 특유의 소울이 더해져 조심스럽고 풋풋한 무드가 느껴지지 않는다.'인어공주'의 '과도한' PC주의는 에리얼과 에릭 왕자가 함께 바다로 모험을 떠나는 엔딩에서 정점을 찍는다. 인간 세계와 바닷속 다양한 인종의 사람과 인어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한데 모이고, 한 사람(인어)씩 스크린 정중앙에 잡히는데 마치 모든 인종들을 전시해 '우리는 하나'라고 외치는 느낌이다. 마치 '인종 차별은 절대 안 돼!'라는 공익 광고 시청을 강요받는 느낌이라 다소 거북스럽기까지 하다.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뮤지컬 영화의 거장 롭 마샬의 연출력은 '역시'라는 감탄사가 나올 만큼 탁월하다. 에리얼과 바다 친구들이 사는 해저 세계는 환상적인 느낌을 주고, OST 'Under the Sea'가 나올 때만큼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어깨를 들썩이며 흥겨울 수 있다.
최고 기술력과 막대한 자본으로 탄생한 '인어공주'는 과도하고 지나친 PC주의로 영화의 본질을 깨트렸다. 본질보다 가치 추구에 몰두하면 부작용이 생기는 건 자명한 일이다. '인어공주'로 흥한 월트 디즈니가 '인어공주'로 흔들리고 있다.
5월 24일 개봉.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135분.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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