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청약 범죄, 사이비 교주의 만행에 이어 버닝썬 게이트까지 SBS 드라마 '모범택시2'가 치를 떨게 했던 범죄 사건들을 소환했다. '드라마틱'하지만 실제 현실은 드라마보다 덜하지 않았다.

'모범택시2'는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해주는 사적 복수 대행극. 시청률 18.3%까지 오르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이제훈의 부캐 플레이, 무지개 운수팀의 케미, 화려한 액션 등 다양한 볼거리와 억울한 피해자들을 위한 이들의 응징은 시청자들에게 쾌감을 선사한다. 그 가운데 '모범택시2'가 주목 받는 또 다른 이유는 '모범택시2'가 다루는 에피소드가 실제 사건들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이다.

사진=SBS '모범택시2' 캡처


10~11회에서는 김도기가 범죄 소굴로 불리는 클럽 '블랙썬'에 가드로 위장해 잠입 수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김도기는 VIP룸에서 부유층들의 사치와 향락이 점철된 블랙썬의 실체를 마주했다. '블랙썬 에피소드'는 버닝썬 게이트를 연상시켰다. 버닝썬은 성범죄, 마약, 폭행, 경찰 유착 등 의혹으로 충격을 안겼다. 극 중 클럽에서 향락을 즐기는 유명인으로 등장한 빅터는 버닝썬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가수 승리의 이름을 떠올리게 했다. 성매매, 성매매 알선, 성폭력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 업무상 횡령, 식품위생법, 상습도박,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총 8개 혐의로 기소됐던 승리는 최근 출소했다.

사진=SBS '모범택시2' 캡처


7~8회에서 김도기는 사이비 종교 교주에게 참교육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사이비 교주는 아픈 신도들의 병원 치료를 막고 자신을 믿는 것만이 낳을 수 있는 것이라 세뇌한다. 김도기는 사이비 무당이 되어 사이비 교주를 단죄했다.최근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를 통해서도 종교의 이름으로 만행을 저지른 이들의 실체가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의 정명석 총재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17차례에 걸쳐 여신도 2명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준강간·준유사강간·준강제추행·강제추행)로 구속기소돼 대전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나상훈)의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정 총재는 2009년 4월 비슷한 혐의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2018년 2월 출소했다. 출소 직후 2018년 2월~2021년 9월 충남 금산군 소재 수련원에서 홍콩 국적 여신도 등을 총 17회에 걸쳐 강제 추행하거나 준강간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SBS '모범택시2' 캡처
5~6회에서는 김도기가 부동산 불법 청약 브로커를 응징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김도기는 안고은(표예진 분)과 신혼부부로 위장해 아파트 불법 청약 브로커 강필승(김도윤 분)에 접근했다. 강필승은 '내 집 마련'이 간절한 신혼부부들을 꼬드겨 고아를 입양하게 하고 청약 가산점을 얻게 한 뒤 파양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 역시 2009년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 모티브가 됐다. 브로커 김모씨는 무주택자들에게 허위입양신고를 하게 해 다자녀가구 세대로 만들어 특별분양신청을 했다. 신청한 뒤에는 아이를 파양하게 했다.

3~4회에서는 시골 노인들을 상대로 한 사기행각을 주제로 다뤘다. 시골 노인들의 약한 마음을 파고들어 악랄한 사기행각을 벌이는 사기조직을 참교육했다. 이 같은 노인 사기 조직은 지금도 꾸준히 적발될 만큼 자주 일어나는 범죄다. 건강기능식품의 효능을 과장광고해 비싼값에 파는 게 일반적인 수법이다. 특히 모범택시2에서 트로트 공연으로 노인들을 꾄 것 처럼, 실제로도 공연이나 관광 등을 빌미로 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강매를 하는 게 전형적 수법이다. 1~2회에서 다뤘던 인터넷 불법 도박 문제도 지금까지 사회 곳곳에 만연한 문제다. 지난해 10월 검거된 인터넷 도박 사이트 조직의 매출 규모만 해도 5조7000억원.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8년 이상 올린 규모다. 20명이 구속되고, 171명이 입건되는 대형 사건이었다.


<인천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5조7000억원 상당의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을 적발해 현금을 압수하고 있다. 인천경찰청>

모범택시2는 가상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지만, 드라마에서 그려내는 사회 문제는 실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던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쩌면 현실이 더 잔혹할 지도 모른다. 모범택시2가 그려내는 '초법적' 복수가 그동안 경악할 만한 범죄행각을 보며 치를 떨었던 국민들 마음에 위로가 된 것은 아닐까. 모범택시2를 보는 시청자들이 통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쓰린 이유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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