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프로젝트 벌여 놓고 선택과 책임은 시청자가? 유료 투표하고 기부로 포장
주주 시크릿./사진제공=MBC


≪태유나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프로젝트 그룹 원탑과 주주시크릿이 시청자의 '선택'을 받아 향후 활동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유료 투표 방식으로 사실상 이들을 응원하는 팬들만이 선택하게끔 '설정'해놓고 대중의 뜻이라고 해석하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이다. 시청자에게 결정을 떠맡겨 놓고 기부로 예쁘게 '포장'시킨 500만 원짜리 그룹에 응원과 박수가 쏟아지지 않는 이유다.

'놀면 뭐하니'는 땡처리 엔터테인먼트의 보이그룹 원탑(JS(유재석), 하하, 이이경, 조세호, 양세형, 황광희, 유병재)과 걸그룹 주주 시크릿(박진주, 이미주)의 향후 활동을 확정했다. 본 방송중 진행된 실시간 ARS 문자 투표를 통해서다. 해당 투표는 정보이용료 100원이 드는 유료 방식을 택했다. 그러면서 '놀면 뭐하니?' 측은 "보내주신 마음에 보답하고자 동일한 금액을 기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유재석 역시 적극적으로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결과는 'GO'였다. 총 투표수는 5만 1240표로, 이중 'GO'는 87%에 해당하는 4만 5027표였다. STOP 은 6213표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상황은 예상된 결과였다. 대부분의 투표는 프로그램을 애청하는 팬들이 대다수다. '누구'를 뽑을지가 아니라 '활동 유무' 자체를 선택하는 투표에서 당연히 'GO'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땡처리 엔터테인먼트 활동이 불만인 사람이 유료 정보이용료까지 내면서 'STOP'를 누르기는 쉽지 않다. 안보면 그만일 테니 말이다. 문제는 땡처리 엔터테인먼트 프로젝트를 벌려놓고, 선택과 책임은 시청자에게 떠넘기는 제작진의 행태다. 이 프로젝트는 초반부터 잡음이 많았다. 희극인 정준하와 신봉선만 프로젝트 그룹에서 제외되고 분량이 실종돼 멤버 차별 논란이 일었고, 남창희는 동시간대 예능에 출연하게 되면서 돌연 하차하게 됐다.

반복되는 음악 프로젝트에 음원 성적도 예전만 하지 못했다. '톱100귀' 유재석이 휴대폰에 보관 중이던 미공개 곡을 현실화시킨 주주 시크릿의 '밤이 무서워요'는 7일 기준 멜론 일간 음원 차트서 17위를 기록 중이다. 주간 차트서는 19위에 이름 올렸다. 이전 MSG워너비, WSG워너비 등의 곡이 10위권 내에 진입했던 거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사진=MBC '놀면 뭐하니' 방송 화면.
그룹은 만들어놨는데, 반응이 좋지 않으니 투표를 통해 활동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을 택한 제작진. 찬성이라는 결과를 받아내 자신들의 프로젝트가 의미 있는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책임을 시청자에게 떠넘기겠다는 얕은 수법일 뿐이다.

투표로 벌어들인 돈은 약 510만원. 그 중에서도 60만원은 돈을 내면서까지 땡처리 엔터테인먼트 프로젝트의 'STOP'을 원했던 이들의 액수다. 500만원이라는 나름 '값싼' 금액으로 데뷔를 이어가게 된 원탑과 주주 시크릿. 그러나 이들이 언제 다시 활동할지는 미지수다. "GO가 된다면 바로 이어서 하는 게 아니라 적당한 시기에 돌아오겠다"는 유재석의 말에 따라 재정비 후 컴백을 예고한 것.

컴백보다 더욱 시급한 건 '놀면 뭐하니'의 반복되는 포맷과 연출의 역량 부족으로 돌아선 대중의 마음을 돌리는 거다. 그러나 '놀면 뭐하니'는 8일 방송에서 또다시 '전국 간식 자랑'를 진행한다. 앞서 '놀뭐 복원소'를 통해 목포 쫀드기가 화제를 모으자 기다렸다는 듯이 전국으로 범위를 확대한 것. 보기도 전에 식상하다는 반응이 줄을 잇는 '놀면 뭐하니'의 고민이 깊어져야 할 때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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