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외쳤던 개그맨 박성광이 오랜 꿈인 영화감독으로 변신했다. 단편 영화 연출에 이어 '웅남이'를 통해 첫 상업 영화에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그는 개그맨 영화감독의 잔혹사 다음 주인공이 됐다.
박성광은 2011년 초 단편영화 '욕'을 연출했다. 이어 2017년 단편 영화 '슬프지 않아서 슬픈', 2020년 '돈릭스2'에서 진행한 영화 프로젝트 '끈'을 연출했다. 그는 '슬프지 않아서 슬픈'으로 제11회 세계 서울 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제2회 한중국제영화제 신인감독상, 제1회 미추홀 필름 페스티벌 연출상을 받았다.박성광은 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웅남이'를 통해 첫 상업 영화 감독으로 데뷔한다. '웅남이'는 반달곰이라는 특별한 비밀을 가진 사나이가 특유의 짐승 같은 능력으로 국제 범죄 조직에 대항하여 공조 수사를 벌어지는 코믹 액션극이다.
영화 예술학을 전공한 박성광은 마음속에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품고 있었다. 그는 2007년 KBS 22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개그맨으로 데뷔했지만, 계속해서 꿈을 놓지 않고 있었다. 박성광은 "원래 연출을 할 사람이었는데 개그맨을 먼저 했다. 원래 꿈이었던 영화감독을 하게 됐다. 영화라는 꿈에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오게 됐다"고 밝혔다.박성광은 '웅남이' 캐스팅 라인업 완성에 친분을 이용했다. 그는 "친분으로 섭외한 분도 있다. 시나리오를 드리며 정식으로 드린 다음에 허락해주시기도 했고, 제작사에서도 도움 주신 분이 있다. (연출이) 처음이고, 배우님들도 낯설고 '한 번 해볼까?', '개그맨이 감독으로 연출한다면 어떨까?'라는 호기심이 비결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성광처럼 개그맨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경우도 있다. 이경규, 심형래, 안상태, 김영희가 박성광 보다 한발 앞서 영화를 연출했다. 상업 영화를 만든 건 이경규, 심형래뿐이다. 하지만 이경규, 심형래는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을 내놔 혹평을 들었다.
이경규가 연출한 영화는 '복수혈전' 한 편이다. '복면 달호', '전국노래자랑'은 기획, 제작 등에 참여했다. 이경규는 '복수혈전'으로 흥행의 쓴맛을 본 뒤 제작자로 변신했다. 심형래는 할리우드에서 '디워', '라스트 갓파더'로 혹평받았다. 안상태와 김영희는 단편영화와 성인영화를 연출했다.
박성광은 "사람들이 나를 편견으로 보면 어떡하느냐는 생각도 든다. 솔직히 개그맨으로서 감독이라는 게 마냥 감사하지는 않고, 부담이 많이 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제가 이 영화를 해서 만약 잘 안된다면 다음 우리 후배들이 올 기회를 막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지난 14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웅남이'가 베일을 벗었다. '개그맨' 박성광이 연출했기에 기대하는 부분은 단연 웃음이다. 박성광의 선택은 코미디가 아닌 드라마였다. 그는 "개그에 힘을 빼고 드라마와 내용에 집중하려고 했다. 극으로 했던 코미디와 영화로 보는 코미디를 차별화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영화계는 직격타를 받았고, 티켓값은 올랐다. 이에 관객이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높아졌다. 꿈을 꾸는 건 자유다. 꿈을 꾸는 것에 대해 막을 사람은 없다. 그 꿈에 한발 다가가기 위해 한 피나는 노력을 본인은 알고 있을 터다.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가 더 눈에 띄는 영화 시장이다. 박성광의 꿈은 원대했을지라도 관객은 그의 꿈을 외면할 수도 있다. 박성광의 꿈의 결정체인 '웅남이'는 그에게 개그맨 영화감독의 잔혹사 타이틀을 붙여줄지, 침체한 한국 영화계에 활력이 될지 지켜봐야 할 듯하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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