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간이 레전드다. 한 달을 넘게 괴롭힌 감기도 그로 인한 엉망인 컨디션도 보아를 꺾을 수 없었다.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보아의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 '보아 20th 애니버서리 라이브 – 더 보아 : 뮤지컬리티(BoA 20th Anniversary Live - THE BoA : Musicality)'가 열렸다. 11일 개막 후 두 번째 공연. 두 번의 공연 모두 매진이었다.
'더 보아 : 뮤지컬리티'는 2020년 데뷔 20주년을 맞은 보아의 역사를 한번에 되돌아볼 수 있는 콘서트이자, 2019년 라이브 투어 이후 4년만에 선보이는 단독 공연이다. 보아는 K팝의 전설이면서 현재진행형이다. 보아가 이날 공연에서 부른 노래는 국내는 물론 해외 차트를 휩쓴 곡들. 보아는 밴드 세션과 함께 모든 공연을 '라이브'로 소화하면서 클래스가 다른 콘서트를 보여줬다.
세트리스트는 보아 음악의 역사 돌아보기였다. 그를 '아시아의 별'로 만들어준 '넘버원(No.1)' '발렌티(VALENTI)'부터 히트와 이미지 변신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마이 네임(My Name)', 시대를 앞서갔던 '걸스 온 탑(Girls On Top)' '싱어송 라이터로서 능력을 입증한 '온리 원(Only One)'까지 대표곡·히트곡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볼 맛, 들을 맛, 따라부를 맛이 나는 완벽한 콘서트. 가만히 앉아 보아의 공연을 보기만 하기엔 아까운 공연이었다. 팬들은 보아가 등장하기도 전에 일어나 보아를 맞을 준비를 마쳤고, 응원원의 황금빛, 팬들의 함성 속에 보아가 무대에 올랐다.
보아는 오프닝곡 'Breathe' 'Camo' 'Copy & Paste' 'Hurricane Venus' 'Forgive Me' 'Eat You Up' 'My Name'까지 7곡을 연속으로 내달렸다. 보아는 "올해가 23주년인데 코로나 때문에 3년 동안 만날 수가 없지 않았나. 그래서 오늘 20주년 타이틀로 여러분을 뵙게 됐다"고 인사했다.
보아는 콘서트를 앞두고 감기에 걸렸다. 완벽한 공연을 만들기 위해 휴식할 틈이 없어 콘서트 당일까지 감기는 낫지 않았다. 어제(11일) 공연은 말하는 목소리와 노래하는 목소리가 달랐을 정도였다고.
그는 "한 달 전에 감기에 걸렸는데 나을 틈이 없었다. 한 달 동안 리허설만했다. 진짜 안 낫는다. 근데 내일 나을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공연이 너무 힘들어서 13일에 은퇴한다고 했다"고 하자, 팬들의 분노 섞인 아쉬운 소리가 터졌고 "농담으로 그랬다고, 이 사람들이 너무 진지하다"며 웃었다.
보아는 "공연 콘셉트는 '다같이 죽자'다. 자비 없는 콘서트 보여줄 것"이라고 말해 팬들의 함성을 자아냈다. 보아는 정말 자비가 없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보아가 왜 솔로 '원 톱'인지를 스스로 증명했다.
'ZIP' 'Better' 'Women' 'Kiss My Lips' 'After Midnight' '공중정원' '내가 돌아' 'VALENTI' 'Spark' 'ONE SHOT, TWO SHOT' 'L.O.V.E 'Smash' 'Gravity'까지 보아는 지치지 않았다.
보아는 '메리 크리'를 소개하며 "좋은 컨디션으로만 부르고 싶은 노래고, 명곡이다. 최선을 다해 부를테니 한음 한음 열심히 부를 건데, 혹시나 음이 '삑'해도 예쁘게 봐달라"고 말했다. '메리 크리'는 일본에서 발표한 노래로 현지에서 큰 인기에 한국어 버전으로도 재발매된 보아의 명곡 중 하나다.
떨리는 목소리로 '메리 크리'를 마친 보아는 'Only One'과 'NO.1' 을 밴드 버전으로 소화했다. 앙코르곡은 'Girls On Top' 'MOTO' 'Little Bird'.
팬들은 '나의 청춘이 되어줘서 고마워, 새로운 스무살을 축하해'라고 적힌 슬로건을 들고 보아를 응원했다.
보아는 "누군가의 청춘에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어 뿌듯하다. 제가 더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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