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나는 솔로' 방송 화면.


방송은 해야겠고, 명확한 해결책은 없고, 비난이 쏟아지니 사과는 해야겠다 싶었던걸까. ‘나는 SOLO(이하 '나는솔로') 제작진의 알맹이 없는 사과에 헛웃음이 나오는 상황이다. 성병을 옮기고 다녔다는 논란에 휩싸인 출연자를 편집하기는커녕 ‘마성의 남자’로 등극시키며 주인공 몰이까지 나선 제작진. 진위 여부가 파악되지 않은 상황 속 폭로자도 가해자로 지목된 출연자도 상처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걸까. 웃는 건 결국 제작진뿐이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나는 솔로' 13기에 출연 중인 30대 후반의 남성 B씨 때문에 헤르페스 2형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A씨의 폭로글이 올라왔다. 헤르페스 2형 바이러스에 걸리면 두통 발열 수포 등의 증상이 있고, 면역력이 저하될 때마다 재발돼 완치가 불가능하다.A씨는 B씨와 성관계를 한 이후인 2020년 11월 성병에 옮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B씨와 대화를 나눴지만, B씨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방관하다 갑자기 이별을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산부인과 검사 결과지 및 당시 B씨가 입었던 재킷 사진 등을 공개했다.

A씨의 폭로글로 인해 성병남으로 주장되는 B씨는 커뮤니티를 통해 실명과 얼굴이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사진='나는 솔로' 포스터
그러나 제작진은 “사실관계 확인 중”이라는 말로 5일동안 침묵을 고수했다. 재차 입장을 요구했지만, 해당 이슈에 관해 할 말이 없다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방송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그제야 얄팍한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제작진은 시청자 여러분이 ‘나는 솔로’를 시청하시는데 있어서, 불편을 느끼는 일이 없도록 더욱더 신중하고 사려 깊게 프로그램을 만들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촬영에 임한 모든 출연자들의 입장도 고려해 방송하겠습니다.”

무엇이 유감인지, 어떻게 사려 깊게 만들건지, 출연자의 어떤 입장을 고려하겠다는 건지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그야말로 알맹이 업는 형식적인 사과. 여기에 B씨의 입장을 대신 전하며 "게시판 글은 사실과 다르다.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나는 솔로' 남규홍 PD/ 사진=SBS플러스 제공


결국 A씨의 폭로가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A씨는 성병에 옮았다고 주장하고 B씨는 사실과 다르다고 맞서는 상황이기 때문. 그러나 B씨가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논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솔로’ 제작진은 이런 상황 속 방송 강행을 택했다. 물론, B씨 말이 사실이라면 편집 당하는 게 억울한 일일 수 있지만, A씨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선택이다. 더군다나 제작진은 논란의 출연자 분량을 가장 많이 할애, 13기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난감했을 터다. A씨의 말만 듣고 방송을 편집하거나 삭제할 수는 없을 테니. 그러나 나몰라라식의 사과와 마이웨이 방송은 실망스러운 대응이 아닐 수 없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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