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잘 나가던 걸그룹 멤버에서 불법 알바의 사기 피해자가 된 권민아. 어린 나이부터 아이돌을 해 세상물정에 어둡다고 해야 할지 쉽게 돈을 벌려다 역으로 당했다고 해야 할지, 여러모로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있다.
권민아는 지난 6일 고수익을 보장해준다는 말에 채팅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권민아는 "재택근무를 치다가 채팅 알바가 뜨길래, 대화만 해주면 되는 거 아닌가 해서 (하게됐다)"고 말했다.
채팅 아르바이트는 남자가 채팅방을 잡고 있으면 여자가 방에 들어가 대화를 하는 일. 상대방이 '선물코인'이라는 포인트를 주면 포인트를 나중에 현금으로 바꾸는 구조였다. 권민아는 하루에 800만 원 상당의 포인트를 받았고, 업체에 환전을 신청했다. 업체는 "환전하려면 등급을 높여야 하니 현금 100만 원을 입금하라"고 요구했다. 입금하자 여러 핑계를 대며 추가금을 요구했고 이렇게 6차례에 걸쳐 1500만 원을 뜯어 갔다.
'채팅 아르바이트'는 지난해부터 문제가 됐던 사건이다. 채팅방 이용자는 평범한 대화로 시작해 알바생에게 점차 지나친 요구를 한다. '선물 코인'을 핑계로 성적 요구를 하고 응하면 더 큰 코인을 쏜다. 채팅 사이트 운영자는 이용자에게 코인을 유통하며 수수료를 챙긴다.
일정한 코인이 모여야 돈으로 환전할 수 있다는 것도, 환전에 여러 조건이 붙는 것도 '고소득'을 보고 쫓아온 알바생을 유인하기 위한 사기 중 하나다.
결국 '월 300만 원 이상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이 '꿀알바'는 디지털 성착취의 시발점이었다. 지난해부터 문제가 됐지만 이런 사이트를 단속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우후죽순으로 생겼고, 이를 이용한 사기도 생겼다. 권민아도 이 불법 채팅 알바에 당했다. 그는 "고객님 지금 빨리 안 주시면 이거 다 날아간다고. 너무 불안했어요. 이 돈을 넣으면서 내 돈 못 받을 거는 생각을 못하고 이 알바비 못 받을까 봐"라고 말했다.
업체는 이후에도 추가금 800만 원을 더 요구했고 권민아가 대화 상대방에게 보낸 다리 사진을 빌미로 협박했다. 권민아는 채팅을 하면서 신체 사진을 여러 장 보낸 것으로 추측된다.
코인을 돈으로 환전할 때 계좌번호 등을 입력해야하니 신상이 공개됐을 터. 이를 토대로 권민아의 타투나 신체적 특징을 알아보고 그의 정체를 파악했을 가능성이 크다. 업체는 권민아에게 "그냥 유출할까요? 각종 온라인으로?"라며 협박했다.
권민아는 "'당신 사진 SNS에 올려볼까요?'부터 시작해서 다른 멤버들 두 명의 사진을 보내달라는 협박도 했다. 1500만 원 돌려주겠다, 사진도 지워주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권민아는 피해 사실을 밝히면 비난받을 걸 짐작했다. 고발 과정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모두가 알게 되기 때문. 대부분 이런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않지만, 권민아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여성이 혹 할 수 있는 일이기에 권민아는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며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까지 보냈으니 권민아를 비난하는 의견도 분명 있을 거다. 시작이 어떻든, 과정이 어떻든 권민아는 사기 피해자다. 권민아는 2월 7일 SNS에 "절박할 때에는 그 어떤 소리에도 희망이 생기는 법이다 본인 탓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피해자들이"라고 적었다. 스스로에게도 이 말을 해주길.
AOA를 탈퇴한 뒤 끊임없이 사건 사고로만 접하게 되는 권민아의 근황.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권민아의 '무소식'을 접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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