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보다 매력적이다. '서브여주'가 서러운 시대는 지났다. 이젠 누가 뭐라 해도 '서브여주'의 시대가 도래했다.
서브(Sub) 여주를 피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과거와 달리 요즘 드라마계에서는 매력적인 서브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다. 그 결과 주인공 못지 않은, 아니 그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하는 것.
최근 서브여주 황금시대를 이끄는 주인공들은 바로 박지현, 차주영, 금새록이다. 그중 첫 스타트는 박지현이 끊었다. JTBC '재벌집 막내 아들'에서 현성일보 사주의 장녀인 모현민 역을 맡은 그는 독한 야망캐로 시선을 끌었다.당당하고 도회적인 매력의 모현민을 찰떡같이 소화한 그는 매회 눈에 띄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진도준(송중기 분)으로 회귀 된 과거에서 박지현은 호피무늬 의상으로 강렬하게 첫 등장, 진성준(김남희 분)에게 정략결혼을 엎자고 제안하고, 진도준의 기질을 단번에 파악하는 이지적인 모습으로 상대 배우들과 묘한 분위기의 케미를 이끌어냈다. 이에 박지현의 전작들까지 재조명되고 있는 상황.
박지현에 이어 조명받은 이는 넷플릭스 '더 글로리'의 스튜어디스 혜정이, 차주영이다. 연진(임지연 분)과 학폭 가해자 무리 중 한 명인 '최혜정'의 성인 시절을 연기했다.
평범한 세탁소 집 딸이지만 미모로 항공사 승무원이 된 최혜정. 돈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기도 하는 인물. 강자엔 약하고 약자엔 강한 전형적인 '강약약강' 스타일이다.
실제로는 유타대학교 출신 엄친딸인 차주영은 현실과는 정반대되는 캐릭터를 맡으며 일약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누구보다 비굴하게 살면서 신분상승만을 목표로 하는 극 중 캐릭터를 너무나 리얼하게 소화해내기도.
서브여주의 시대의 정점을 찍은 건 JTBC '사랑의 이해' 금새록이다. 금새록은 극중 모든 것을 가졌지만, 딱 하나 사랑을 못 가진 여자 박미경으로 등장해 하상수(유연석 분), 안수영(문가영 분), 정종현(정가람 분) 등과 함께 사각관계를 이루며 공감을 받았다.
주체적인 캐릭터의 매력은 금새록의 연기로 드러났다. 사랑스러우면서도 당찬 성격은 물론, 깊은 감정선으로 무게감을 잡는가 하면, 럭셔리한 스타일링으로 시청자들의 눈까지 즐겁게 만드는 영리함을 보여줬다. 특히 금새록은 금수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직접 촬영 전 한남동을 돌아다니며 소품을 준비했다고 고백하기도.
작품에 대한 믿음과 깊은 연기력으로 서브여주라는 자리를 기회로 만든 배우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도 서브여주 전성시대는 계속되고 있다. 박지현, 차주영, 금새록은 단역 배우를 하며 얻은 노련한 연기로 캐릭터에 숨을 넣었고, 개성으로 매력을 살렸다. 결정적인 순간에 결정적인 한방을 터뜨린 세 배우의 미래가 기대된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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