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해' 문가영./사진제공=키이스트


"제 성격이 실망을 안하려고 기대를 안해요. 표현도 크게 하지 않고요. 좋은 일이 있어도 속으로는 좋지만 불안감을 빨리 느껴요. 그건 안수영하고 비슷한 부분인 것 같아요. 그래서 느끼는 대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해요. 어릴 땐 그게 나쁘다 생각했거든요. 엄마가 제일 많이 하는 말도 '나이답게 즐겨라' 거든요. 올해는 제 나이대로 잘 즐겨보고 싶습니다."

13일 JTBC 수목드라마 '사랑의 이해' 종영 인터뷰를 위해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문가영이 올해 목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랑의 이해'는 각기 다른 이해(利害)를 가진 이들이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이해 (理解)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멜로 드라마. 문가영은 극 중 KCU 은행 영포점의 여신이자 고졸 출신 예금창구 은행원 안수영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랑의 이해'는 사랑의 설렘과 풋풋함 뿐만 아니라 망설임, 지질함 등 사랑 때문에 초래되는 감정을 다각도에서 담아내고, 동질감을 불러일으키는 직장 내 풍경 등이 몰입감을 선사하며 '하이퍼리얼리즘 멜로드라마'라는 평과 함께 마니아층을 견고히 만들었다. 시청률은 3%대 였지만, OTT나 온라인 화제성 순위 지표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에 문가영은 "입소문의 과정을 함께 느끼고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게 기쁜 것 같다. 지인 분들도 많이 연락이 왔고, '여신강림'은 연령층이 어렸는데, '사랑의 이해'는 부모님이랑 부모님 친구도 좋아하셔서 연령층을 넓어진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사랑의 이해' 배우 문가영./사진제공=키이스트

물리학자인 아버지와 음악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문가영은 "며칠 전에 아버지한테 전화가 왔다. 친구분들과 식사를 하다가 드라마 이야기가 나와서 스피커폰으로 걸었더라. 그전까지는 아버지 자녀들이 나의 드라마를 봤는데, 이번 드라마는 아버지의 친구들이 너무나 좋아하면서 옛날 이야기도 하고 첫사랑 이야기도 했다더라. 친구들 자리에서 한 전화를 처음 받았다. 끊고나니 기분이 매우 묘하더라. 부모님이 자랑스러워하는 미묘한 감정이 들어서 '이 작품 하길 너무 잘했다'고 답장을 보냈다"고 뿌듯해했다.문가영이 연기한 안수영은 사랑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모래성이라고 생각하는 인물로, 누구에게나 친절하지만 스스로에겐 친절하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쉽게 꺼내지 못할 아픔을 지니고 있다.

문가영은 안수영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가지 않았던 적이 없다며 "남들은 공감해주지 않더라도 그것이 작품 자체가 가진 의미라 예견하기도 했다. 감독님과 작가님도 '사랑의 이해'는 지극히 상수의 사랑의 이해라고 말해줬다. 그렇기 때문에 안수영의 모든 거를 풀어주지 않아 답답함을 느꼈을 수도 있다. 근데 그건 한 사람의 연애사를 듣거나 봤을때의 느낌과 같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대본을 읽고 그 자리에서 원작 소설을 바로 주문했다는 문가영. 그는 "나는 원래 책을 오프라인으로 직접 보고 만지작해야 살 수 있는데, 처음으로 온라인 주문을 했다. 그정도로 원작이 궁금했다"고 밝혔다.
'사랑의 이해' 문가영./사진제공=키이스트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 변신을 시도한 문가영은 "지금까지 밝은 모습을 일부로 안 보여드린 건 아니지만, 너무나 타이밍과 운이 좋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담겨있고,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왔다"고 설명했다.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은 어떨까. 문가영은 "100%라고는 못하겠지만 비슷한 구석이 있다. 내색하는 거 안 좋아하고, 잘 참고, 많이 생각하는 성격이다. 안수영의 모습도 문가영의 다른 이면의 모습이다. 고도의 집중력과 캐릭터 분석보다는 또 다른 나를 보여줄 각오만 필요했다"고 밝혔다.

평소 연애 스타일을 묻자 문가영은 "수영, 상수(유연석 분), 미경(금새록 분), 종현(정가람 분) 4명의 모습이 골고루 닮아있는 것 같다"며 "상수처럼 진심을 다하고 최선을 다하면서도 수영이 만큼 내색하지 않고 잘 참고 신중하다. 내가 여유가 있을 때는 미경이의 말투나 시원시원함도 닮은 것 같고, 종현이처럼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도 있다"고 말했다.
'사랑의 이해' 문가영./사진제공=키이스트

극 중 안수영은 상수와 종현을 모두 끊어내기 위해 소경필(문태유 분)와 하룻밤을 보냈다는 거짓말을 하며 스스로를 파괴하는 선택을 한다. 이에 대해 문가영은 "그 선택을 제외하거나 없앨 수 없었던 이유는 그게 원작의 결말이라 빼놓을 수가 없었다. 두 번째 이유는 그게 안수영의 이기적이지만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 불편한 관계들을 다 끊어내버리고 싶은 욕망이 든 적이. 너무 힘들때는 전선 자르듯이 관계를 끊고 싶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하지 않나. 수영이는 건강한 방법은 아니지만 나를 파괴함으로서 모든 것을 끊어내고 싶었던 마음이었던 것 같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함으로서 상수에게 못 돌아가게끔 하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첫 전문직 캐릭터를 연기한 문가영. 그는 "명찰줄을 받았을 때 기분이 좋더라. 누군가가 무슨 역할하냐고 물어볼 때 은행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좋았다"며 "촬영이 다 끝나고 은행을 갈 일이 있었는데 그 전에는 안보였던 것 것들이 보이더라. 마치 내가 은행을 다니다 그만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며 미소 지었다.캐릭터를 위해 외적으로 신경쓴 부분이 있냐고 묻자 문가영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앞머리를 자른 거다. 옷은 많은 분들이 편하게 찾아서 구입할 수 있는, 일상에서 많이 입을 수 있는 옷들로 입었다. 시청자 반응 중에서도 내가 입는 옷들이 금액대가 높지 않아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사랑의 이해' 문가영./사진제공=키이스트

유연석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문가영은 "유연석 오빠는 멜로 장인이라 중심을 너무 잘 잡아줘서 수월했다. 유연석 오빠와는 많은 리허설을 하지 않았음에도 호흡이 정말 잘 맞았다. 둘이 긴 대사가 있어도 충분히 기다려줬다. 멜로의 재미를 알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또 의도한 건 아닌데 찍다 보니 종현이 하고 촬영 할 때는 눈을 보면서 누나처럼 대사를 하다가도 상수를 만나면 눈을 못 보겠더라. 편안함과 설렘이 주는 차이가 있겠다는 걸 알게 됐다"고 밝혔다.

문가영과 유연석의 실제 나이차는 12살 띠동갑. 이에 문가영은 "내가 유연석 오빠한테 오빠는 동안으로 보이고 나는 반대라 접점으로 만날거라고 농담식으로 말했다"며 "또래들과 한 작품도 많지만 비교적 나는 선배들과 한 게 많았다. 어렸을때도 선배들과 하는 게 익숙하다 보니까 익숙했다. 오히려 '여신강림' 때 굉장히 어색해했다. 선배들과 있으면 항상 해왔던 현장이라 익숙하다"고 말했다.

상수와 수영의 결말에 대한 만족도는 어떨까. 문가영은 "상수와 수영 다운 결말이었다. 열린 결말이지만 보는 분들에 따라 해피엔딩일 수도, 세드엔딩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두 사람이 돈가스는 같이 먹으러 가지 않았을까. 시선은 다르더라도 같은 곳을 향해 걸었으니까"라고 밝혔다.
'사랑의 이해' 문가영./사진제공=키이스트

'사랑의 이해'는 문가영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을까. "작품을 선택함에 있어서 좋은 기준점이 될 것 같다. 대중성과 흥행을 떠나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잘 담긴 이야기면 된다는 걸. 내가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이 나쁜 길이 아니었다는 걸, 내 발자국을 내 눈으로 본 작품이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먼저 선택하는 눈을 가지게 해준 작품으로 남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로코퀸'에 이어 '멜로퀸' 수식어를 얻게 된 문가영은 "너무 좋다. 장르적인 거에 직책을 얻었다는 거에 대한 감사함이 너무 크다. 뿌듯하기도 하다. 많은 분이 멜로하는 나의 모습을 좋아해준다는 게 입증된거니까 너무 좋다"며 "앞으로 하나씩 도장깨기로 수식어를 얻고 싶기도 하고,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수식어를 얻고 싶기도 하다. 어제 일기장에도 연기로 탑이 되고 싶다고 적었다. 어떻게 하면 연기 잘하는 배우를 물었을 때 10명 중 9명이 문가영의 이름이 나오게 할 수 있을 하는 생각밖에 안 한다"며 웃었다.

"사랑은 정말 어렵다는 걸 이해하게 됐어요. 사랑이 어려운 이유는 나도 나를 모르니까, 나도 나를 잘 알면 사랑도 쉬워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선지 제가 했던 연애들도 너무 소중해지더라고요. 누군가의 감정을 알려고 하는 노력 자체가 예쁜 마음이라는 걸 알게 됐죠.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관계성의 소중함도 다시금 느끼게 됐습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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