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조짐≫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에서 일어나거나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 이슈를 짚어드립니다. 객관적 정보를 바탕으로 기자의 시선을 더해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시대가 변하는한 영원한 1인자는 없다. 역사와 전통이 있다고 해도 고이면 썩고 정체되면 쇠퇴한다. 변하지 않아도 괜찮은 건 없다. 변화의 다른 이름은 발전이다.

변화를 꾀하지 않아도 살아남은 건 KBS 주말드라마였다. '가족극'을 표방하며 비슷한 소재를 우려먹어도 '고정 시청자'가 있다는 건 권력이다.

KBS 주말드라마가 시청률 보증수표, 흥행 불패라는 말은 사라진 지 오래. 하지만 새로운 주말극이 나올 때마다 높은 시청률에 대한 기대는 항상 있었다. 명이 다했다고 여길 때 구원투수가 등장했기 때문.그래서 KBS의 믿을 구석은 주말드라마였다. 매주 토, 일요일 저녁 8시를 책임지는 드라마는 30%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KBS의 면을 살려줬다.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드라마'라는 칭찬은 KBS 주말극의 원동력이었다.
최고 시청률 29.4% 현재는 아름다워(왼쪽), 최고 시청률 32.6% 오케이 광자매

하지만 이젠 욕도 안 하고 안 본다. KBS 주말드라마 고정된 구성에 지쳤기 때문이다. KBS 주말드라마의 주제는 항상 가족. 다루는 소재는 출생의 비밀, 꼬인 족보, 주요 인물의 큰 병 혹은 시한부다.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가족의 화해가 되거나 남녀의 로맨스가 된다. 결혼은 필수고 고부간의 갈등도 필요하다.

주요 시청층이 중장년층이었기에 필수인 요소라 여겨졌다. 지금의 중장년층을 과거의 세대와 동일시 한다면 오산이다. 시청자는 젊어졌고 사고방식도 변했는데 KBS 주말극 속 인물들만 제자리다. 거기다 결말은 짧고 과정만 길다. 의미 없는 이야기의 반복은 지루함만 안긴다.

기본 50부작이기 때문에 호흡이 긴 건 불가피하다. 그래서 등장인물도 많고 사건·사고도 많은 게 주말드라마다. 하지만 방송을 하다 보면 시청자의 흥미를 자극할 사건만 반복해서 보여준다. 진전이 없으니 시청자는 다른 채널에 눈을 돌리고 시청률도 떨어진다.

현재 방송 중인 '삼남매가 용감하게'의 실패 요인은 사라진 주인공, 무의미한 스토리의 반복이다. 배에 올라탄 사람이 많아 노를 쥘 사공이 정해져 있었는데 갑자기 튀어나온 인물이 노를 뺏었다.'삼남매가 용감하게'의 소개는 가족을 위해 양보하고 성숙해야 했던 K-장녀 이하나와 톱스타로 가족을 부양해야 했던 K-장남 임주환이 만나 행복을 찾아 나선다는 한국형 가족의 '사랑과 전쟁' 이야기다. 하지만 장녀 장남의 사랑 이야기는 쏙 빠졌고 고모를 향한 조카의 복수, 친자 확인을 위한 유전자 검사 전쟁만 남았다.

'삼남매가 용감하게'는 두 달째 유전자 검사 중이다. 장지우(정우진 분)가 이상준(임주환 분)의 혼외자가 맞는지 확인만 여러 번. 장영식(민성욱 분)이 매번 문서를 위조했고 인물들은 매번 속았다. 이상준의 아이를 낳았다고 주장하는 이장미(안지혜 분)는 협박과 납치, 폭력적 행위로 시청자의 속을 뒤집었다.

지난 29일 방송에서야 '친자가 아니다'라는 결론에 도달했지만, 시청자는 지쳤다. 설득력도 없고 재미도 없었다. 갈등이 심화되는 '고구마' 구간이 짧아야 재밌게 보는데 알맹이도 없는 답답한 구간만 몇 주간 지속되니 흥미를 잃을 수밖에. 답답했던 만큼 사이다도 크게 주는 게 규칙인데 '삼남매가 용감하게'에선 통쾌함을 찾을 수가 없다.

KBS는 주말드라마에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걸까. 꽉 막힌 방식은 고쳐질 듯 고쳐지지 않고 있다. 안정적인 것에 기대면 파급력을 기대할 수 없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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