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갈매기' 아르까지나 역 소유진 인터뷰
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소유진이 연극 '갈매기' 출연 이유로 이순재를 꼽았다.지난해 12월 21일 개막한 '갈매기'를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는 소감은 어떨까. 소유진은 "이번 겨울이 춥지 않나. 그런데도 접근성이 조금 좋지 않아도 찾아 와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 오시는 분들이 극장과 공연이 잘 어울린다고 말씀 해주시더라. 무대 뿐만 아니라 공연장 로비부터 관객석까지 모든 게 '갈매기'와 하나가 됐다. 저 역시도 무대 위에서 연기하면서 공연장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옛날 러시아를 온 느낌이다. 하루하루가 아깝다는 생각으로 공연을 하고 있다. 함께하는 배우들끼리도 호흡이 좋아서 공연이 없는데도 공연장에 온다. 같이 밥을 먹고 수다도 떤다. 서로 공연이 없는 날이어도 서로 응원해준다. 그정도로 사이가 좋다. 평소 배우들과의 케미스트리가 무대 위에서도 다 드러난다. 연기할 때 앙상블, 호흡에서 이 사람들이 얼마나 함께 하고 있는지가 보인다"고 덧붙였다.
소유진은 '갈매기'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리어왕' 때 이순재 선생과 작업하면서 정말 좋았다. 앞서 말한 적이 있는데, '이순재 선생님을 내가 왜 좋아하지?'라고 생각해봤다. 지금은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7년째인데, 이순재 선생님보다 아버지의 나이가 10살이 더 많다. 우리 아버지도 이순재 선생님처럼 박식하시고, 그냥 같이 있으면 좋다는 느낌이 든다"며 웃었다.
소유진은 "이순재 선생님은 말이 많이 없으시다. 그런 선생님이 한 번 웃어주고, 토닥여주면 믿음이 생긴다. 든든하면서 감사하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도 얻는다. 선생님과 함께 있다는 걸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순재 선생님이 연출을 해서 선택했다기 보다 함께 하는 게 좋아서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배우들끼리 '이순재 선생님의 말에는 다 뜻이 있다'고 말한다. 선생님의 말을 듣고 고민을 하게 되는데, 선생님이 말하는 대로 하고 있더라. 선생님도 계획이 있으시고, 배우들에게 숙제를 주신 것 같다. 연출이 디테일하면 끌려가는데 선생님은 그렇지 않고, 큰 그림을 그려준 뒤 각자의 매력을 펼치게 해주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소유진은 "선생님이 추구하는 연출 방향은 끝이 모아져 있다. 규율이 있지만, 그 안에 자유로움이 있다. 선생님의 연출에는 감동이 있다. 그리고 함께 연기할 수 있기에 선생님의 많은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이순재 선생님은 입을 쉽게 열지 않으시는 분이다. 그래서 질문을 잘 해야한다. 질문을 하면 자상하게 대답 해주신다. 저도 좋아하지만, 모든 배우들이 선생님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소유진은 "전문가가 공연을 보는 게 아니고, 이순재 선생님의 이름을 걸고 하기 때문에 '갈매기'를 관객에게 어떻게 보여줄 지 숙제였다. 희곡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도 공연을 보러 올텐데 우리가 캐릭터의 관계나 성격을 더 알기 쉽게 표현하면 좋을 것 같았다. 희곡은 정말 인생을 담고 있다. 그래서 희곡을 보셨던 분도 안 보신 분들도 와닿지 않을까 싶었다. 대중이 보기에 익숙한 배우들이 우리 공연에 많이 출연한다. 그 흐름으로 드라마 한 편을 보듯이 1막부터 4막을 다 보여주고 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평가가 '고전이라 긴장하고 갔는데, 어떤 드라마인지 알았다', '어렵지 않고 드라마 한 편을 잘 봤다'는 거다"고 밝혔다.
'갈매기' 속 아르까지나를 통해 도전에 나선 소유진. 그는 "아르까지나는 도전해보는 캐릭터다. 지금까지 '소유진'을 떠올렸을 때 떠올랐던 그런 캐릭터가 아니다. 완전 색다른 캐릭터다. 저도 연습하고 무대 위에서 연기를 펼치는데, 관객이 그런 모습을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아르까지나는 명성은 떨어져 가고 있는데 명성에 집착하는 인물이다. 아들을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방법을 모른다. 저는 지금 세 아이의 엄마고, 아이들에게 잘하고 있다. 저와는 정반대의 캐릭터다. 그런데 나와 정반대인 캐릭터를 연구하는 것도 재밌더라. 저도 겉으로 보기에는 여배우에다가 아이도 있지만, 여배우로서 살아온 삶이 20년이 넘는다. 그래서 아르까지나와 비슷한 게 많다. 처음에는 잠이 안 잡혔는데 합의점을 찾는 게 재밌었고, 나와 반대인 역할도 매력이 있더라"고 전했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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