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예의 시네마톡≫
이하늬, '유령'서 차가운 캐릭터 변신
맨몸 격투+총기 액션 등 액션배우 성장
배우 인생 전환점은 영화 '타짜: 신의 손'·'침묵'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중 단연 하이커리어
이하늬, '유령'서 차가운 캐릭터 변신
맨몸 격투+총기 액션 등 액션배우 성장
배우 인생 전환점은 영화 '타짜: 신의 손'·'침묵'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중 단연 하이커리어
≪최지예의 시네마톡≫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영화 이야기를 전합니다. 현장 속 생생한 취재를 통해 영화의 면면을 분석하고, 날카로운 시각이 담긴 글을 재미있게 씁니다."이하늬가 필요했다. 이하늬만 있으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렇게 백지 위에 이하늬를 찍었더니 '유령'이 되었다." (이해영 감독)
영화 '유령' 속 이하늬의 얼굴은 신비로웠다. 얼어붙기 직전의 무표정. 그러나 눈에는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듯한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그 속에는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감정의 소용돌이가 멈추지 않는 듯 보였다.
이하늬는 '유령'을 통해 완벽히 달라진 옷을 입었다. 드라마 '원 더 우먼'과 '열혈사제', 영화 '극한직업' 등을 통해 대중의 뇌리에 각인된 발랄쾌활한 이하늬는 온데간데없다. 끝을 알 수 없는 혹독한 겨울을 받아내며, 마음 속에 부글부글 끓고 있는 마그마를 애써 억누르는 박차경만이 보인다. 가혹했던 시대 앞에 사랑하는 사람들의 뜻을 이뤄내고자 했던 조선의 얼굴이다. '유령' 속 이하늬는 낯선 매력과 강도 높은 액션을 뿜어낸다. 새로운 분위기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에 더해 격투-총기 등 이전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액션연기를 완성했다. 여전사의 모습으로 맨몸 격투부터 각종 총기 액션까지 총망라했다. 특히, 전면에서 이야기를 이끄는 롤을 맡아 세밀하고 폭넓은 감정을 표현하며 물오른 연기로 관객을 만날 채비를 마쳤다.
올해로 데뷔 15년차인 이하늬는 배우로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하늬에게 배우란 처음부터 구체적인 꿈은 아니었다. 학창시절과 서울대학교 재학 대부분의 시간을 국악과 가야금 연주에 쏟았던 그에게 연기의 영역은 미지의 세계였다. 2006년 미스코리아 진(眞)의 왕관을 쓰며 연예계 입문한 이하늬는 준비된 배우라기 보다는 원석에 가까웠다. 2009년 드라마 '파트너'로 연기 데뷔할 때만 해도, 이하늬에게 배우는 도전해볼 수 있는 여러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다.
연기의 참 맛을 알기 시작한 것은 영화 '타짜: 신의 손'(감독 강형철, 2014)을 통해서다. 이하늬는 수위 높은 노출을 비롯해, 감정적으로 진폭이 큰 캐릭터인 우사장을 연기하며 배우로서 알을 깨고 나왔다.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를 뗀 것도 이 때다. 당시 인터뷰에서 이하늬는 "이제야 배우로서 연기할 수 있는 준비가 된 거 같다"며 "이젠 어떤 연기를 하더라도 안정적으로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소회를 털어놓은 바 있다. '타짜: 신의 손'에 이어 배우 최민식과 호흡을 맞췄던 영화 '침묵'(감독 정지우, 2017)은 이하늬의 연기 스펙트럼에 있어 터닝포인트를 가져다준 작품이다. 이하늬는 인터뷰 때마다 의미있는 작품으로 '침묵'을 언급하며 "'침묵' 덕에 오늘의 내가 있다"며 그 가치를 여러 번 되새겼다. 이 작품에서 이하늬는 연인의 딸에게 살해 당하는 유나 역을 맡아 복합적인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연기했다. 당시 이하늬의 연기를 보면서 '저렇게 연기를 잘했나' 놀랐던 기억이 난다.
쉬지 않고 분투했던 이하늬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커리어 하이를 찍으며 날아올랐다. 영화에선 '극한직업'(감독 이병헌, 2019)을 통해 천만 배우의 반열에 올랐고, 드라마 '원 더 우먼'(극본 김윤 연출 최영훈, 2021)은 '여성 원톱 주연'이란 모두의 우려를 깨고 17%의 시청률로 통쾌한 흥행을 안겨줬다. 이하늬는 잇달은 작품의 성공을 통해 배우로서 자신의 가치가 견고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연기 연습과 자기관리, 운동을 하면서 '언젠가 이 적금을 꼭 빼 먹으리라'고 자신을 채찍질했던 피땀눈물의 산물이다.
어느덧 충무로의 워너비가 된 이하늬다. 새 영화를 기획할 때 머리 속에 떠오르고, 감독에게 영감이 되는 '탐나는' 배우가 됐다. 이하늬가 과거의 어느 날엔 분명 떼버리고 싶었을 '미스코리아'라는 수식어는 오히려 그가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중 가장 훌륭하게 정상에 오른 진짜 배우 '眞'이 됐다는 걸 상기시키는 훈장이 됐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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