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까까오톡》
미우새→돌싱포맨·나혼산→태계일주, 스핀오프 예능들 등장
같은 출연자에 같은 연출진
신선함 없는 반복된 내용
'태계일주' 기안84, 이시언./사진=조준원 기자


《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조금만 잘 된다 싶은 프로그램을 베끼는 일은 이미 부지기수다. 남의 걸 베끼기도 모자라 이제는 자기 걸 베낀다. 시청자들에게 반응이 오는 프로그램의 스핀오프 격 프로그램을 만들어 선보이는 것. 이름만 바꿔 달아 내놓는 새 프로그램에 민망함은 시청자 몫이다.스핀오프는 오리지널 작품에서 새롭게 파생돼 나온 작품을 말한다. 영화나 드라마 흥행작들 가운데 특정 캐릭터를 집중 조명하거나 프리퀄처럼 해당 작품보다 이전 이야기를 담는 경우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영화 '배트맨' 시리즈의 스핀오프 '조커' 시리즈가 있다. 국내에서는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이정재가 연기한 캐릭터로 스핀오프를 제작하고 있다.

'돌싱포맨' 출연자들. / 사진제공=SBS


최근 국내 예능에서도 스핀오프 프로그램들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시작한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은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파생된 프로그램이라 볼 수 있다. '돌싱포맨' 탁재훈, 임원희, 이상민, 김준호는 모두 '미우새' 출연자로, '미우새' 중 미혼이 아닌 돌싱들만 데려다 차린 프로그램이다. 사실상 내용도 유사하다. 이들이 매번 하는 이야기는 결혼, 이혼, 싱글의 일상뿐이다. 두 프로그램의 차별점이 없다는 얘기다.SBS '골 때리는 그녀들' 외전인 '골 때리는 외박'도 있었다. '골때박'은 지난 5월 시작해 7월까지 11부작으로 방송됐다. 축구 경기와 훈련으로 지쳤던 '골때녀' 멤버들이 시골 등지로 떠나 힐링하고 서로에 대해 더 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는 콘셉트였다. 멤버들이 편히 쉬고 노는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준 프로그램. 시청자들은 축구 문외한 여성들이 축구를 하나씩 배워가고 노력하며 열정을 다하는 모습을 보길 원했지, 그들이 떠들고 노는 모습을 원하는 건 아니었다. 이들의 모습은 종영한 SBS '불타는 청춘'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3.5%로 시작한 시청률은 마지막회 2.2%로 마무리됐다. 호평받던 프로그램에 끼워 넣기를 하려던 SBS의 안일함에 시청자들은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댄 셈이다.

'나 혼자 산다', '태계일주' 포스터. / 사진제공=MBC


MBC 장수 예능 '나 혼자 산다'의 스핀오프격 프로그램도 나왔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태계일주')라는 여행 예능이다. 기안84와 이시언의 남미 여행기를 다룬다. 기안84, 이시언만으론 '여행의 전문성'을 이야기하기엔 멋쩍으니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을 합류시켜 면피했다. 내용은 '나 혼자 산다'의 여행 에피소드 한 편과 같은 느낌을 준다. 연출 역시 '나 혼자 산다' 연출 경험이 있는 김지우 PD가 맡았다. 같은 출연자에 같은 PD, '나 혼자 산다'와 비슷한 그림이 나오는 이유다. 동시간대 방영된 SBS '런닝맨'을 제쳤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런닝맨'은 4.1%, '태계일주'는 4.6%의 시청률. 도토리 키 재기 수준이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도 스핀오프로 '난리났네 난리났어'를 지난해 초 잠깐 선보였던 적이 있다. '유 퀴즈'에서 퀴즈 요소를 뺐을 뿐, 체감되는 차이점은 없었다. 인기 예능들의 스핀오프가 소리 없이 사라져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복되는 출연자와 겹치는 내용에 특별할 것이 없는 것. 제목에 달리 해서 내보낸다고 다른 프로그램이 되는 것은 아니다. 창작자들의 '되새김질'이 민망하고 식상하다. 잘된 밥에 숟가락 얹으려 말고 새 밥상을 맛있게 잘 차려 보려는 고민이 필요한 때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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