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때 커밍아웃을 했다. 아버지가 주방에서 식칼을 들고나와 '네가 여성으로 사는 걸 용납하지 못하겠다. 나를 죽여라'라고 하시더라"

같은 레파토리만 벌써 N번째. 트랜스젠더 방송인 풍자가 매번 같은 에피소드를 전하고 있다. 비운의 가족사, 트랜스젠더가 되기까지의 과정 등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가족들을 앞세워 캐릭터를 유지하고 있다.풍자는 18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치혀’(세치혀)에 출연해 ‘아버지에게 커밍아웃을 해보았습니다’를 주제로 입담 대결에 나섰다.

풍자는 "저는 부모님에게 커밍아웃을 세 번을 했다. 첫 번째는 중학교 때였다. 아버지께 여자로서 살고 싶다고 했는데 아버지가 웃으셨다. 이제 이렇게 반항하냐더라. 고등학교 때 또 커밍아웃을 했다. 그땐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저의 손을 잡고 '꼭 고쳐줄게. 사람처럼 살게 해줄게. 미안해.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세 번째 커밍아웃은 스무살 때였다. 풍자는 "'난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니고 남들과 좀 다르지만 난 열심히 살겠다. 여자가 되겠다'고 했다. 아빠가 아무 말 없이 주방에서 식칼을 가져와 '절대 용납 못하겠다. 정말 여자로 살 거면 이 칼로 나를 죽이라'더라"라며 "아빠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여자가 되기 위해 가출했다. 10년간 가족들과 연락도 못 하고 얼굴도 단 한 번도 못 봤다"고 가족과 10년간 연을 끊었다고 고백했다.

풍자의 '아버지 팔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벌써 올해만 해도 수 차례 언급했다.

지난 7월 풍자는 채널A 예능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이하 ‘금쪽상담소’)에 출연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 풍자는 "아버지에게 세 번의 커밍아웃을 했는데, 첫 번째 때는 믿지 않으셨는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고 두 번째 '커밍아웃' 때에는 아빠가 너무 많이 우셨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는데, 어머니의 부재로 병이 생겼다고 생각하셨다"고 말했다.

잠시 후 울컥해진 풍자는, "세 번째 때는 아버지가 칼을 들고 저와 대치했다. 수술 후 이 모습으로 찾아갔는데, 나한테 '나는 죽어도 너를 이해 못 한다. 네가 지금부터 어떤 말을 하든 나는 절대 이해할 수 없다. 오늘 이야기 끝에 네가 여자로 살겠다고 한다면 이 칼로 나를 찌르고 가라'고 말씀하셨다"고 회상했다.

'세치혀'와 '금쪽상담소'에서 꺼낸 이야기가 놀랍도록 똑같았다. 거의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아버지와의 대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풍자 개인의 가족사와 힘들었던 학창 시절은 충분히 안타까운 사연. 그러나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같은 내용을 언급한다면 보는 시청자들은 피로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가족 팔이'를 하지 않아도 이미 풍자는 19금 토크 달인으로 유명하다. 친근하면서도 유쾌한 말투, 19금을 넘어 39금을 넘나드는 마라맛 입담을 선보인다. 라이징스타 풍자가 대세로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는 식상한 커밍아웃 비하인드보다는 자신만의 매력을 드러내야 한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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