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예의 시네마톡≫

"환경-돌고래 보호해야" 외치던 '아바타2'
환경 보호 메시지 담고 있는 작품 홍보에 돌고래쇼가 웬말?

입장 표명 없이 200만 돌파 홍보만 열 올려 진정성 의심
/사진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최지예의 시네마톡≫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영화 이야기를 전합니다. 현장 속 생생한 취재를 통해 영화의 면면을 분석하고, 날카로운 시각이 담긴 글을 재미있게 씁니다.
돌고래 멸종 위기를 언급하며 해양 생태계 보호를 외치던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2')의 돌고래 쇼를 관람했다는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며 진정성이 의심된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 존 랜도 프로듀서, 샘 워싱턴, 조 샐다나, 시고니 위버, 스티븐 랭 등 '아바타2' 팀은 지난 10일 일본 도쿄 맥스웰 아쿠아파크 시나가와에서 진행된 '아바타2' 기자간담회에 앞서 돌고래쇼를 관람했다.

사육사들은 돌고래의 부리에 올라 점프하고, 마치 제트 스키를 타듯 돌고래를 밟고 물 위를 휘젓고 돌았다. 또, 돌고래들은 음악에 맞춰 일제히 뛰어오르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쇼가 끝나자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배우들은 박수를 쳤다. 제임스 카메론은 '돌고래 쇼가 어땠냐'는 질문에 "나는 돌고래를 사랑한다. 그들의 지성, 사회성, 인간과 소통하는 능력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어 "돌고래들 모두에게 이 쇼에 출연하는 것을 허락받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도 이 쇼에 참여하고 싶다, 돌고래를 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바타2' 제임스 카메론 감독 /사진 = 조준원 기자 wizard333@
언행불일치고 아이러니다. 평소 환경과 동물 보호를 외쳤던 제임스 카메론은 앞뒤가 다른 말로 큰 충격을 줬다. 그것이 홍보 프로모션을 준비한 월트디즈니컴퍼니 재팬의 성의를 고려한 너스레였다 치더라도 문제적 발언이다. 한 발 양보해서 뼈 있는 반어법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려 해도 오해의 소지가 충분한 언사였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분명 실수했다.

게다가 월트디즈니컴퍼니 재팬의 프로모션 방향은 한참 잘못됐다. 해양 생태계를 욕망에 따라 파괴하는 인간을 비판하는 메시지가 담긴 '아바타2'의 프로모션으로 돌고래 쇼를 기획한 것은 영화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 참사에 가깝다. 모든 지사가 본사의 컨펌을 받고 업무를 진행할테니, 이는 월트디즈니컴퍼니의 전사적인 의사소통 문제이고 업무적 차질이기도 하다.이유야 어찌됐든, 이번 논란으로 인해 '아바타2'는 뼈아픈 오점을 남기게 됐다. 해양 생물들을 아무렇지 않게 살생하는 인간의 참혹함을 고발하는 '아바타2'의 주역들이 작은 수족관에서 사육 당하며 기계처럼 움직이는 돌고래 쇼에 박수를 치는 아이러니라니. 환경과 동물 보호에 목소리를 높였던 제임스 카메론의 진정성에도 생채기가 났다.

다만, 이와 관련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나 '아바타2' 측은 어떤 입장 표명도 없었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아바타2'는 개봉 5일차에 200만 관객을 불러 모았다고 홍보 자료를 내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18일 오전 7시 기준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아바타2'는 241만4554명의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이와 관련해 '아바타2' 측은 "이는 개봉 6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던 전작 '아바타'의 흥행 추이보다 빠른 속도로, 침체를 이루던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전 세계 기대작다운 흥행 강세를 보여주고 있다"며 기뻐했다.

'아바타2' 팀은 돌고래 쇼를 관람하며 박수를 쳤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이 쇼에 참여하고 싶다. 돌고래를 타고 싶다"는 실언을 했다. 이 논란은 슬쩍 무마한 채 '전작보다 빠른 200만 돌파'라는 스코어 흥행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아바타2'. "자연과 동물 보호에 인류가 앞장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아바타2'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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