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이자 축구 스승인 손웅정 감독이 다정한 아버지면서 엄격한 스승, 완벽한 에이전시의 면모를 뽐냈다.
지난 14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손웅정 감독이 출연했다. 1986년 프로 팀에 입단해 4년을 뛴 손웅정 감독은 통산 37경기 중 7골을 넣었다. 그럼에도 그는 "나는 삼류 선수다. 무늬만 프로였다. 어디 가서 내가 '나 축구했다'고 내 입으로 말해본 적이 없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왼발을 잘 쓰고 싶어서 자신의 오른쪽 축구화에 압정을 넣었던 일화도 소개됐다. 신발 혀 쪽에 압정을 꽂아 오른발을 쓰면 찔리도록 했다는 것.
손웅정 감독은 "손흥민은 운동 시작할 때부터 발 씻을 때 왼발부터 씻었다. 양말이나 신발 신을 때, 옷 입을 때도 왼발부터였다. 경기장 들어가서 공 터치할 때도 왼발 먼저였다. 슈팅 연습도 오른발보다 왼발 연습을 1.5배 많이 시켰다"고 말했다.그는 "왼발로 행위를 해야 할 때 오른발로 접는다면 상대가 쉽게 대응할 수 있다. 그래서 양발이 바로 반응할 수 있도록 왼발을 연습시켰다"고 설명했다.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사고로 은퇴를 할 수 밖에 없던 손웅정 감독. 그는 막노동과 헬스 트레이너, 초등학교 방과 후 교실 강사, 시설 관리 등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생활했다고.
손흥민이 '월드 클래스'로 성장할 수 밖에 없던 배경엔 손웅정 감독이 있었다. 손흥민이 분데스리가 바이어 04 레버쿠젠을 떠나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으로 이적하게 된 것 역시 손웅정의 활약이 컸다.
손웅정 감독은 "레버쿠젠에서 토트넘 갔던 게 엄청 힘들게 갔던 게 토트넘 다니엘 회장이 개인 헬기를 타고 와서 레버쿠젠 단장하고 계속 협상하는데 안 됐다"면서 "세 번째 협상에 앞서 다니엘 회장은 '이번에 안 되면 (이적이) 힘들다'라고 말했다. 당시 레버쿠젠 감독은 (손)흥민이를 불신해 자꾸 교체했다"고 회상했다.
세 번째 협상마저 결렬되자 손웅정 감독은 이들을 찾다가 4층 복도를 지나가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제가 4층을 세 계단씩 뛰어어 잡았다"고 말했다. 잡고 설득해 런던에서 재협상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손흥민은 토트넘으로 향할 수 있었다.
손웅정 감독은 "내 자식을 인정 안 하는 감독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 나중에 들리는 이야기로 단장하고 부단장이 내가 뛰어오는 모습을 보고 북한 사람인 줄 알았다더라. 나중에 악몽까지 꿨다고 한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손웅정 감독은 여전히 손흥민이 월드 클래스가 아니라고 한다. 그는 "이건 처음 말씀드리는 건데, 흥민이가 득점왕 됐을 때 그 얘기를 했다. '전성기'라고 하면 가장 좋아하지 않나. 근데 전성기란 내려가란 신호다. 단 내려갈 때 아름답게 내려가야 한다. 한 번에 추락하는게 아니라 점진적으로. 흥민이가 나락으로 떨어지면 팬들이 허무하실 수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늘 흥민이가 축구에 관한 모든 부분에서 10% 성장을 (하길) 갈구하면서 지내고 있다. 누가 은퇴하면 흥민이 이름이나 불러주겠냐. 은퇴하면 기억도 안 하잖나. 지금 현역에 있다고 해서 뭐 교만 떨고 할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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