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성민이 80대 노인으로 변신, 20대 청년 남주혁과 동행한다. 이성민의 목적은 단 하나. 그의 복수를 위한 것이었다.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G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리멤버'(감독 이일형)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시사 후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는 이일형 감독, 배우 이성민, 남주혁이 참석했다.오는 26일 개봉하는 '리멤버'는 가족을 모두 죽게 만든 친일파를 찾아 60년간 계획한 복수를 감행하는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이성민 역)와 의도치 않게 그의 복수에 휘말리게 된 20대 절친 인규(남주혁 역)의 이야기.
'리멤버'는 '검사외전' 감독과 각본을 맡은 이일형 감독이 각본을 쓰고 두 번째 연출하는 영화다. 복수극의 모든 통념을 깨고 나아가는 '리멤버'에 전공 분야 버디 케미를 녹여내어 한층 더 다채로운 재미 속으로 관객을 초대할 예정.이날 이일형 감독은 '검사외전' 이후 6년 만에 '리멤버'로 관객과 만난 소감을 밝혔다. 그는 "'리멤버'는 두 번째 영화고, 새로운 영화 작업을 하긴 했지만, 연출이 편하다는 건 아니다. '검사외전'을 찍을 때는 많이 아팠다. 몸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번 영화는 크게 아프지 않고 촬영했다. 그래도 기술적으로 나아지지 않았나 싶다. (아픔을) 이겨내는 부분과 관련해 연출에 대한 짐을 이겨낸 거 같다. 영화를 찍는 건 힘들다"고 강조해 웃음을 안겼다.
이일형 감독은 "동시대를 사는 관객에게 설득력을 얻기 위해 장치를 쓰는 데 집중했다. 속도라든지 장르적 특성, 액션, 복수극에 대해 고민하고 연출했다. 그 속에서 영화가 가진 메시지, 단순히 친일에 대한 문제, 현대 사회에 있는 잔재를 넘어서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어떻게 고민을 해야 하는지 필주의 사적 복수마저도 옳은 것으로 봐야 하는지 여러 가지 측면에 대해 고민하는 영화로 만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일형 감독은 "반드시 이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맥락보다는 한 번쯤은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살아오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생각이 들지 않나. 교과서로 배우고, 살면서 느끼는 것들 저도 한번 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라"며 "그래서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그 속에서 반드시 처단해야 한다는 맥락 보다는 과연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왜 이렇게 됐고, 한필주라는 인물을 통해 영화가 가진 장르적 외형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길 바랐다"고 했다.
극 중 이성민은 필주 역을 맡았다. 필주는 가족을 앗아간 친일파들에게 복수를 완성해야 하는 알츠하이머 환자다. 이성민은 남주혁과의 호흡에 대해 "촬영 당시에는 늘 즐거웠다. '찰떡같은 호흡을 맞췄구나', '앙상블을 만들어냈구나' 하면서 촬영했다"고 말했다.
이성민은 "영화를 보고 나서 남주혁 군이 굉장히 고생했겠구나 싶더라. 필주는 어차피 가야 할 길이 정해져 있고 그것만 바라보면서 가야 하는데 남주혁 군은 캐릭터상 그렇지 않다"며 "한필주와 동행하는 과정에서 설득력을 가지려고 했구나. 그 지점은 촬영하면서 못한 지점이라서 지금 미안하다. 감사하고 고맙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80대 노인 연기를 위해 분장을 한 이성민. 그는 "무엇보다 제가 캐릭터의 나이가 아니어서 저한테는 호기심이 가는 캐릭터였다. 도전해볼 만한 캐릭터였다. 제가 하는 일 보다는 훌륭한 스태프들이 필주의 얼굴을 만들어주느라 고생했다"고 털어놨다.이성민은 "같이 출연한 선생님들과 같이 카메라 앵글에 걸렸을 때 어색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몰입 방해되지 않기를 바란 마음으로 신경 써서 연기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이 드는 건 이상한 필주의 걸음, 자세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이 나더라. 거의 촬영 중반부터는 목 디스크 걸린 상태였다"고 전했다.
극 중 남주혁은 인규를 연기했다. 인규는 의도치 않게 필주의 복수에 가담하게 된 상황이 당황스러운 20대 청년. 남주혁은 이성민과 마찬가지로 영화를 처음 봤다고. 남주혁은 "영화를 찍은 지 2년 만에 처음 본다. 촬영할 때는 인규의 입장으로 인규의 시선으로 인규라는 역할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촬영했다. 영화관에서 '리멤버'를 처음 보니 개인적으로 재밌게 즐기면서 봤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남주혁은 "첫 촬영부터 (이성민) 선배님과 (촬영을) 하면서 긴장을 많이 했다. 한 회차, 한 회차 흘러가다 보니까 현장에서 편안하게 해주셨다"며 "촬영하다 보니 재밌는 시너지가 크게 나왔다. 스스로 촬영장이 기대됐다. 행복했던 촬영들이었다"고 미소 지었다.
남주혁은 "('리멤버' 촬영 후)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생각한다. 요즘 그 당시를 많이 돌이켜보고 있다. 현장에 가서 많이 느끼고 열심히 촬영했던 거 같다. 시간이 지나서 오랜만에 영화를 보니 화면 속에 있는 제 모습을 보면서 '많이 어렸었구나'라는 생각이 잠시나마 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연기적으로는 지금도 그렇고, 이전에도 현장에서 늘 집중했었다. 저 역시도 제가 나온 작품을 보지 못하는 성격이다 보니 늘 최선을 다해서 했던 기억이 크게 남는다"고 전했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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