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 먹방 시대 이어 '쏠쏠한 한 입'
사라진 식사 예절…'면치기'에 불편해진 대중
'소식 열풍', 식습관의 다양성 존중
사라진 식사 예절…'면치기'에 불편해진 대중
'소식 열풍', 식습관의 다양성 존중
《윤준호의 복기》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동향을 소개합니다. 연예계 전반의 문화, 패션, 연예인들의 과거 작품 등을 살펴보며 재밌고 흥미로운 부분을 이야기해 봅니다. MZ세대의 시각으로 높아진 시청자들의 니즈는 무엇인지, 대중에게 호응을 얻거나 불편케 만든 이유는 무엇인지 되짚어 보겠습니다.먹방 보다 먹전(戰)이 어울리는 요즘이다. 영상 속 사람들이 먹는 모습으로 대리만족을 느끼고 나아가 힐링이 되는 콘텐츠. 언젠가부터 '힐링 먹방'은 과열된 경쟁으로 이어졌다. '누가 더 많이 먹나?', '누가 더 자극적이게 먹나?'가 중점이 되버린 상황이다. 일명 '먹교수'라고 일컬음 받는 이들은 '식사의 정도(正道)'를 만들어냈다. 면치기와 입 안에 가득찬 한 입, 1인분이라 할 수 없는 음식량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먹방은 자극적인 콘텐츠가 되었고, 식사예절은 사라진지 오래다.
최근 연예인들이 지나친 식(食)의욕으로 뭇매를 맞았다. 방송인 이영자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 나와 배우 이정재와 국수를 먹었다. 이영자는 당연하다는듯 '면치기'를 보여줬고, 소리를 들은 이정재는 당황했다.
예능적 소재로 쓴 '면치기'는 웃음이 아니라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기이한 모습의 식습관이 더이상 재미를 유발하지 않는 것.배우 성훈은 상대에 대한 배려없는 식예절로 비판 받았다. 성훈은 한 방송프로그램에 나와 고깃집을 방문했다. 고기 굽던 짚게를 자기 입에 넣거나 이마에 흐르는 땀을 음식 앞에서 터는 등 '혼자만의 먹부림'을 보여줬다. 일률적인 대식 먹방에 대중은 피로도를 느끼고 있다.
소식이 주목받고 있다. 대식이라는 강렬한 퍼포먼스에 지친 수 많은 이들이 '소식'에 관심을 갖고 있다.
'소식'이 새 먹방 트렌드를 구축한 것. 실제로 '소식좌'라 불리는 이들이 다수의 영상 콘텐츠에 출연 중이다. 인기에 힘입어 방송인 박소현은 유튜브 예능 '밥맛 없는 언니들'에 나오고 있다. 영상 평균 조회수는 200만 회를 기록.모델 주우재, 프로듀서 코드 쿤스트 역시 '소식 열풍'으로 주목받은 스타다. 주우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개노맛 먹방'이라는 제목을 게재했다. 못 먹는 사람 중 못 먹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는 맞아 들었다. '종이 인간', '소식좌'는 주우재를 수식하는 하나의 캐릭터가 됐다.
코드 쿤스트는 먹거리 기업의 모델이 됐다. '다양한 고객·취향·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존중'이라는 업계 분위기와 코드 쿤스트의 이미지는 부합했다. '한 입을 먹더라도 맛있게'라는 니즈가 또 다른 시장을 개척했다.
그간 먹방은 '푸드 포르노'에 가까웠다. 다수의 미디어는 보다 매운맛, 자극적인 맛을 찾기에 급급했다. 소식 먹방은 조금 다르다. 카메라 앞에서 인위적인 표정을 짓지도, 억지로 맛 표현을 하지도 않는다. 억지스럽지 않은 연출이 시청자들의 부담감을 줄이고 있는 것.
'소식'이라는 새로운 접근은 타개책이 마련된 것. 한 입 가득 먹방의 시대도 저물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실속있는 한 입을 원하고 있다.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 delo410@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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