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이 '마지막 소원 프로젝트'라는 신선한 소재와 매력 만점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지난 10일 첫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이하 '당소말') 1회에서는 시청률 3.6%(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경찰 조사를 받던 강태식(성동일 분)이 윤겨레(지창욱 분)의 사연과 뒷목의 상처를 발견하는 순간은 분당 최고 시청률 4.8%(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흥미진진한 전개를 펼쳤다.캐릭터와 혼연일체 된 지창욱, 성동일, 최수영을 비롯해 양희경, 길해연, 유순웅 등 중년 배우들의 빈 틈없는 내공으로 시청자들을 단숨에 몰입시켰다.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묵직한 감동으로 안방극장을 매료시키며 웰메이드 '힐링 드라마'의 포문을 열었다.
첫 방송에서는 교도소에서 출소한 윤겨레가 세상 밖으로 나오자마자 그의 돈을 노리던 장석준(남태훈 분)에게 쫓기는 모습으로 시선을 모았다. 윤겨레는 다른 제소자가 입은 츄리닝과 자신의 명품 정장을 바꿔 입어 장석준을 따돌리는 데 성공했고, 보육원 시절 인연을 맺은 왕진구(박세준 분)의 동물병원으로 가 숨겨뒀던 3억 2000만 원을 무사히 손에 넣는 스토리가 펼쳐졌다.
윤겨레는 수감되기 전 왕진구에게 맡겨놓은 반려견 아들이가 시한부라는 사실을 알고 절망에 빠졌고, 웬만하면 안락사를 시키라는 왕진구의 조언에 격분하며 병원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자신의 집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장석준을 발견, 윤겨레는 황급히 발걸음을 옮겨 호텔로 향했다. 스위트 룸에 도착한 그는 아들이와 함께 돈뭉치 케이크 앞에서 셀프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쓸쓸한 출소 첫 날을 보냈다. 지창욱의 능청스러우면서도 거친 말투는 물론, 시시각각 변하는 섬세한 눈빛 연기가 돋보이는 장면이었다.이어 우리 호스피스 병원 '팀 지니' 멤버들이 등장하며 분위기는 180도 전환됐다. 병원 속사정을 꿰뚫고 있는 반장 강태식(성동일 분), 청소노동자 최덕자(길해연 분), 조리 봉사자 염순자(양희경 분)와 간호사 서연주(최수영 분)는 약속된 시간에 맞춰 윤씨(정동환 분) 할아버지를 위한 '마지막 소원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 극의 흥미를 제대로 끌어올렸다.
서연주와 여고생 봉사자 유서진(전채은 분)은 강렬한 빛이 내리쬐는 병원 옥상에서 눈 스프레이를 뿌리기 시작했다. 창밖으로 흩날리는 눈을 본 윤씨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자 강태식은 "형님 눈 오는 거 보고 가고 싶다고 그렇게 노래를 부르더니 하늘도 소원을 들어주네"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맞은 호스피스 병원 마당에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비롯해 겨울 옷을 입은 병원 식구들로 붐볐다. 수녀는 구급차에 오른 윤씨를 향해 "그동안 환자분들 소원 들어주셔서 감사했어요. 마지막 소원 꼭 이루시길 기도할게요"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 뭉클함을 자아냈다.
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고성 지역 광고 문구를 본 윤겨레는 마지막으로 아들이와 바다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 그 길로 중고차 매장으로 향해 고민없이 외제차를 구입했다. 하지만 윤겨레의 손목에 새겨진 장미 문신을 본 직원은 장석준에게 전화를 걸어 그에 대한 정보를 폭로해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했다.윤씨 할아버지의 아내가 잠들어 있는 산소로 향하던 '팀 지니'는 갑작스레 윤씨의 호흡이 일촉즉발의 순간을 맞았다. 같은 시각 자신을 뒤 따라오던 장석준의 차를 발견한 윤겨레는 난데없는 추격전을 벌여 보는 이들의 손에 진땀을 쥐게 만들었다. 윤겨레는 아슬아슬한 칼치기로 장석준을 겨우 따돌리는 데 성공했지만 그로 인해 '팀 지니'의 구급차가 가드레일에 충돌하며 마지막 소원 프로젝트에 위기가 찾아왔다. 강태식은 사고로 다친 다리를 끌고 윤겨레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구급차를 운전하라고 소리쳤고, 저 멀리 자신을 찾고 있는 장석준을 본 윤겨레는 다급하게 구급차 운전대를 잡게 됐다.
가까스로 '팀 지니'의 도움으로 아내의 묘지에 도착한 윤씨는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는 가운데, 저물어 가는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다들 고마워"라고 말해 모두의 눈시울을 적셨다. '팀 지니'는 아내 옆에서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다는 윤씨의 마지막 소원을 성공하며 안방극장에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해질녘의 수평선을 바라보던 윤겨레는 아들이를 품에 안고 천천히 바다로 향해 걸어가 극에 대한 긴장을 배가시켰다. 그 순간 윤겨레의 어깨를 누군가 붙잡았고, 앞서 자신을 구급차에 태운 강태식을 본 그는 휘청거렸다. 강태식은 윤겨레를 향해 "애프터서비스까지 결자해지해야지"라며 그를 경찰서로 끌고 갔다.경찰 조사를 받던 강태식은 그의 아버지 이름이 윤기춘이라는 경찰의 말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내 윤겨레의 뒷목에 남겨진 화상자국까지 확인한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어 두 사람 사이 범상치 않은 연결고리가 있음을 암시했다.
방송 말미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사회봉사명령을 받게 된 윤겨레는 법원이 지정한 사회봉사 장소인 우리 호스피스 병원으로 향했다. 서연주는 윤겨례에게 "니가 오늘 온다던 그 사회봉사자야?"라고 물었고 윤겨레는 "어, 그런대"라고 답했다. 서연주는 달려가 윤겨례가 타고온 고급 스포츠카의 사이드미러를 발로 차서 부서뜨렸다. 이렇게 윤겨레와 '팀 지니'의 예사롭지 않은 인연의 서막이 예고됐다.
이렇듯 첫 회부터 '당소말'은 각양각색의 매력을 자랑하는 캐릭터에 완연히 녹아든 배우들의 호연과 김용완 감독 특유의 감성이 느껴지는 감각적인 영상미, 따뜻하고 희망적인 메시지가 돋보이는 조령수 작가의 극본이 어우러지며 첫 회부터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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