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까까오톡》
'우영우' 속 명소 팽나무에 몰린 관광객
쓰레기·주차난으로 주민 몸살
'보호수' 팽나무, 생육에도 우려
'무형의 가치' 되돌아보길
사진=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영상 캡처


《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지금이야 뭐, 지하철이며 행복로며 다 우리 마을에 좋지 않은 일인 건 아는데. 그때는 참 땅값도 안 오르는 소덕동에 호재가 두 개나 터지겠구나 싶더라구요."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속 대사. 우영우(박은빈 분)는 작은 교외 마을 '소덕동'을 가르지르는 '행복로' 공사를 막아달라는 주민들이 의뢰한 사건을 맡게 된다.그 가운데 주민 박유진이 팽나무의 천연기념물 지정조사를 문화재 위원회에 문의했다는 거짓말이 들통 나자 위와 같이 말했다. 박유진은 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지하철, 도로 등 마을에 호재가 될 거라 여긴 공사가 착공되지 못할까봐 '선의'에서 한 말이었다. 몇 년 후 그의 작은 선의는 마을에 '악재'로 되돌아왔다.드라마에서는 다행히 이 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고 행복로가 마을을 우회하도록 설계 변경이 되는 '해피엔딩'을 맞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실제로 문화재청이 보호수인 이 팽나무의 천연기념물 지정조사까지 나선 상황에서, 팽나무와 이 마을이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선사하려했던 제작진의 의도와는 달라진 행태다.



500년 된 팽나무가 있는 곳은 경남 창원의 동부마을. 드라마의 인기로 인해 '인증샷'을 찍기 위해 모인 관광객들로 작은 동네가 북적이고 있다. 문제는 갑작스럽게 몰린 인파로 부작용이 생긴 것. 논 옆 길가는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차량이 늘어섰고, 관광객들이 '나 하나쯤'이라는 생각으로 버린 쓰레기는 마을 여기저기 굴러다닌다. 마을 인근 주민이라는 한 네티즌은 최근 SNS에 "즐겁게 보고 가시고 쓰레기는 가져가 달라. 쓰레기가 많아 어르신들과 마을 사람들이 치우느라 고생하신다"고 당부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쓰레기 소굴이 될 것 같다", "울타리를 둘러야 할 것 같다", "마을 관광이 활성화되는 것 좋지만 나무 관리를 잘해야 할 것 같다" 등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창원시는 쓰레기통과 공중화장실 설치 등 급히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많아진 관광객들의 '발길'로 인해 나무의 생육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창원시가 최근 땅을 덮고 있던 풀을 베어 낸데다, 사람들이 땅을 밟는 '답압'으로 인해 뿌리 활력이 나빠진다는 진단이 나온 것.



화제가 된 TV 속 명소가 급작스레 늘어난 인파로 몸살을 앓은 건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신민아, 김선호 주연 tvN '갯마을 차차차'의 포항 촬영지도 몰려든 관광객에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당시 제작진은 tvN 드라마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극 중 혜진집, 두식집, 감리집, 초희집은 저희가 촬영 기간 사유지를 임대해서 촬영한 곳이며 현재 주인들께서 거주하고 계신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좋은 뜻으로 드라마에 힘을 보태주셨는데, 방문객들로 인한 일상생활의 피해를 보는 상황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촬영지 방문 시 당해 가옥들 출입은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정유미, 최우식이 출연한 tvN 예능 '여름방학'의 제작진도 고성 촬영지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었다. 제작진은 "개인 공간인 마당에 무단으로 들어오거나, 거주 중인 분들이 계신 집의 창문을 불쑥 열어보거나, 밭에 들어가 작물을 따라가시는 분들도 계시다고 한다. 이로 인해 현재 거주 중인 가족 분들이 일상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로 많은 불편함을 겪고 계신다. 또한 인증샷을 찍는다는 이유로, 양해도 없이 뽀삐(강아지)를 만지고 안고 들어 올리는 행위들로 인해 뽀삐 또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애정을 가지고 있는 작품 속 장소를 직접 느껴보고 싶은 '팬심'은 존중 받을 수 있다. '드라마가 경험시켜준 환상적 공간'이 현실에서는 주민들이 일상적 공간이다. 일회성 관광지가 아닌 누군가 오래도록 지키고 있는 터전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소덕동이 가지고 있는 무형의 가치와 주민들의 애향심을 보여주고 싶었던 우영우의 마음을 조금 더 헤아리고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팬심을 발휘하는 길이 아닐까.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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