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1회 5억 원" 제의
2009년 故 장자연 사건…여전한 악습
'특권층' 지배 의식으로부터 비롯 돼
맹승지 / 사진=텐아시아DB


연예인과 스폰서의 개인적 만남. 연예계에 가장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성숙한 문화로의 발돋움이 지지부진한 이유이기도. 연예인들이 스폰서 제의로 몸살을 앓고 있다. 13년 전 故 장자연 리스트로 한 차례 경종이 울렸다. 다만 잠깐의 성장통일 뿐 연예계의 씁쓸한 민낯은 여전하다.

개그우먼 맹승지가 답답함을 토로했다. 맹승지는 최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스폰서 제의' 메시지를 공개 박제했다.메시지를 보낸 상대는 자신의 키와 몸무게, 나이를 밝히며 "한 달에 2~4회, 한 번에 1~2시간 정도 데이트가 가능할지 조심스럽게 여쭙는다. 만나 뵐 때마다 부족하지 않게 챙겨 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메시지에는 "의뢰가 잡혀 연락을 드린다"며 "현재 한국에 거주하시는 중국계 싱가포르 재벌가 20대 남성분께서 그쪽 픽해서 연락드린다. 데이트 1회 5억 정도 드릴 수 있다고 한다"며 스폰 금액을 상세히 제시했다.
하연수 / 사진=텐아시아DB


한 번의 만남으로 상당한 이익을 얻는 제안. 과거 다수의 연예인이 '왜 유혹에 빠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매력적인 제의에도 거절하는 이들도 있다. 맹승지가 그랬고, 배우 하연수 역시 마찬가지.하연수는 과거 '스폰서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언급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나와 시청자들의 '스폰서' 댓글을 오해했다는 하연수. 그는 "(잘못 이해해) 월세에서 산다"고 고백, 당시의 답답함을 이야기했다.

'스폰서'라는 단어만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 스폰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의미. 사실이 아니라면 이미지가 생명인 연예인에게는 치명적이다. 하연수는 이를 의식해 직접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故 장자연 / 사진=텐아시아DB


연예계에 뗄 수 없는 단어는 '스폰'이다. 그만큼 오래도록 함께 자리해온 것. 연예계의 실상이 드러난 것은 2009년 故 장자연 사건이었다. 일명 '장자연 리스트'. 기업인과 유력 언론사 관계자는 물론, 연예 기획사 인물들까지 엮였다는 참혹한 파문.장자연은 술은 기본, 성 접대까지 했다고 폭로했다.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됐지만, 큰 이슈와 달리 결과는 미미했다. 장자연이 지목한 이들 모두 무혐의로 끝났고,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모양새가 됐다.

연예계를 향한 한 차례 경종이 울리고 10여년이 지났다. 여전히 성행 중인 '스폰서 제의'. 대다수의 연예인이 제안을 거절하지만, 생계가 힘든 일부 연예인들은 유혹에 넘어간다.

스폰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스폰서라는 의미 자체가 '특권층'의 지배 의식으로부터 나온 것. 연예계의 고질적인 관행, 사업 문화가 스폰이라는 그림자를 만들었다. '스폰서 제의' 소식에 단순히 쓴웃음을 짓지 못하는 이유다.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 delo410@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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