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D 이형진 대표

지금이야 회사의 크기와 상관 없이 많은 아이돌이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10년 전 만해도 그렇지 않았다. 대형 기획사(SM, JYP, YG, 하이브) 소속 아이돌이 음원·음반 시장과 시상식을 접수했던 때였다.

그때 중소 기획사 소속 비스트와 인피니트가 성공하며 '중소의 기적' 시초가 됐다. 이들을 이어 모모랜드가 '뿜뿜'을 히트시키며 걸그룹판 중소의 기적 중 한 팀이 됐다. 모모랜드로 '중소의 기적'을 만든 MLD엔터테인먼트(이하 MLD)의 이형진 대표는 다른 '기적'을 꿈꾼다. 아이돌 제작을 넘어 K팝 가수, 작곡가, 댄서 등 K-아티스트들이 원활하게 진출할 수 있는 통로를 구축하는 것.

그는 진입장벽이 높은 남미 및 북미 시장을 넘기 위해 해외 프로모션과 마케팅에 능숙한 KAMP Global 팀킴 대표와 손잡았다. 팀킴 대표는 미국 ICM 파트너스의 에이전트 역할을 하며 닥터 드레, 자레드 레토 등 스타들의 프로모션을 진행한 인물. 현지화 전략을 펼쳐 모모랜드의 남미 진출을 성공시킨 이형진 대표와 팀킴 대표를 만나 이들이 대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1996년 월드뮤직에서 매니저로 시작한 이형진 대표는 2015년 MLD를 설립했다. 26년 동안 연예계에 있으면서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고, 그 경험을 토대로 본격적으로 해외에 진출하기로 결심했다.

"매니지먼트를 오래하면서 한국 시장도 좋지만 외국으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모랜드를 데리고 필리핀에 진출을 했는데 브로커도 많고 큰 회사도 아닌데다 체계가 잡혀있지 않으니까 힘들더라고요. 다 무시하고 방송국과 직접적으로 연결해 현지 진출까지 1년 조금 넘게 걸렸습니다. 언어만큼이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힘들더라고요. 중소 기획사도 한류에 더 동참할 텐데 모르는 것들이 많아 경로를 잘 잡아놔야겠다고 결심했죠." (이형진 대표)

이형진 대표와 팀킴 대표는 2019년 '캠프 싱가포르(KAMP Singapore 2019)'에서 만났다. 해외 진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서로가 일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어 맺은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팀킴 대표가 프로모션을 맡고 있던 미국 에이전시 ICM 파트너스와 모모랜드가 협업을 하게 되면서 사업 파트너가 됐다.
KAMP 팀킴 대표

팀킴 대표는 "이 대표님의 무모하지만 전략적인 스타일이 좋았다. 대형 기획사들은 할 수 있는 것도 많지만 크기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도 많다. 비전 자체가 글로벌하셨고 캐스팅부터 트레이닝까지 직접 맡으셨기 때문에 믿음이 갔다. K팝 안에 모모랜드만의 장르가 있다. 에너지 있고 키치한 매력들이 먹히는 지역이 남미와 북미라 생각했다. 그렇게 모모랜드의 남미 진출을 함께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모모랜드로 인연이 됐지만 T1419도 잠재력이 있고 새로 준비 중인 신인 걸그룹도 포텐이 있다. 그 친구들과 MLD표 콘텐츠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크다. T1419와 신인 걸그룹은 언어도 기본이고 타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 진출을 2017년부터 준비했습니다. 동남아와 일본이 타깃이었는데 2019년에 팀킴 대표를 만나 세계가 무대가 됐죠. MLD는 작기 때문에 판단이 빠릅니다. 결정하면 바로 진행하면 되니까요. 예전엔 일단 부딪히고 봤는데 팀킴 대표를 만나 체계가 생겼어요. 단계를 밟을 필요 없이 불필요한 과정은 없애고 바로 직진하면 됐거든요." (이형진 대표)

방탄소년단 등 K팝 스타들의 활약으로 해외 음악 시장에서 K팝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는 상황. K팝 가수와의 협업도 원하는 팝스타들도 많은 정도로 K팝에 열려있지만 유독 남미는 진입장벽이 높다. 차별과는 다르다. 남미 음악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데다 현지 가수를 우상화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 모모랜드는 현지 시장을 이해하고 철저한 전략을 통해 남미에서 성공했다. 받아들인 건 우기지 않고 한 번에 받아들이고,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은 적절한 조율을 통해 밀어붙이는 것이 남미에 녹아들기 위한 MLD의 작전이었다.
KAMP 팀킴 대표(왼쪽), MLD 이형진 대표

팀킴 대표가 모모랜드와 남미 가수 나티 나타샤와의 다리를 놨다. 나티 나타샤는 60억 뷰의 유튜브 기록을 가진 라틴 톱가수다. 이형진 대표는 "나티 나타샤가 얼마나 대단한 가수인지 몰랐다. 알아보니 완전 톱 중의 톱이었다. 팀킴 대표가 나티의 노래를 틱톡으로 찍어서 보내자는 전략을 세웠다. 전략적으로 영상을 찍고 나티 쪽과 소통을 시작했다. 우리가 '아시아에 진출하고 싶지 않냐. 모모랜드를 발판으로 삼아라'라는 제안을 했고, 나티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T1419와 대디 양키와의 협업도 팀킴 대표가 전략을 세웠다. 안무를 짜서 영상으로 찍어서 바로 보냈다. 이런 노래가 있으니 피처링을 해보는게 어떠냐, 함께 작업하는 거 어떠냐 러브콜을 보냈다. 6개월 넘게 이어져도 계속 보냈다"면서 "팀킴 대표가 워낙 미국에서 오래 일했고 아티스트와 공연, 전시 등 비즈니스를 많이 해서 기획력과 아이템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나티 나타샤와 '야미야미 럽(Yummy Yummy Love)'으로 협업한 모모랜드. '야미야미 럽'은 발매 당시 아델, 체인스모커스, 제니퍼 로페즈 등 쟁쟁한 팝스타를 제치고 차트 1위를 차지했고, 여전히 차트 순위권에 머무는 중이다. '야미야미 럽'의 돌풍으로 현지 프로모션에 돌입한 모모랜드는 멕시코 입국과 동시에 100여개에 달하는 현지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지 TV쇼와 라디오에 출연하는 등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멤버들의 코로나 이슈로 모든 일정을 다 소화하진 못했지만, 오히려 코로나로 인해 그 다음 스케줄을 계획할 수 있었다고.

이형진 대표와 팀킴 대표는 "기회가 나는대로 잡으러 다닌다. 처음부터 전략은 없었고 공격적으로 모든 기회를 잡자는 생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해외에서 코로나 정책이 완화되는 것을 보며 일정만 조율할 계획. 하반기에 모모랜드와 T1419, 신인 걸그룹의 북미 및 남미 프로모션 계획이 잡힌 상태다. 특히 MLD엔터테인먼트는 댄스팀 코카앤버터, 이승철을 영입하고 성규, 김용준 등이 소속된 더블에이치티엔이, 나비, 리사 등이 소속된 알앤디컴퍼니, 비엠엔터테인트와 레이블 계약을 체결하며 다양한 장르로 발을 넓히고 있다. 이 역시 이형진 대표가 그리는 청사진 계획 중 일부다.
MLD 이형진 대표

이형진 대표는 "멕시코의 마돈나로 불리는 가수와 이승철의 협업을 준비 중이다. 한국의 라이브의 황제와 멕시코의 라이브 여왕의 만남을 기대하셔도 좋다. K팝도 좋지만 K드라마 진출로 OST 인기도 뜨겁지 않나. 이승철은 OST로 외국에서도 유명하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팀킴 대표는 "KAMP 페스티벌을 기획 중이다. 오는 10월 미국, 11월은 동남아, 2023년은 멕시코에 예정됐다. 가장 좋은 모습으로 쇼케이스를 하는 것도 소속사의 의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K팝을 플랫폼화 시켜서 경험하실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형진 대표와 팀킴 대표는 모모랜드로 시작한 남미 시장에 T1419, 이승철, 코카앤버터가 현지 아티스트들과의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으로 성공 사례를 만드는 걸 첫 번째 목표로 한다. K팝의 아이덴티티는 가지고 가되 홍보, 매니지먼트, 방송 등을 현지화에 맞추는 전략이 통했으니 부족한 것들은 보완해 나갈 예정. 그렇게 시작해 K팝이 주체가 되어 여는 첫 페스티벌을 열고 싶다는 것이 두 사람의 궁극적인 목표다. 미국의 최대 음악 축제 '코첼라'처럼 국내에서 모든 장르의 아티스트가 설 수 있는 K-페스티벌을 시도하겠다는 것.

"대형 가수를 하는 것도 좋겠지만 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 가수들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들을 알리고 싶습니다. K팝 하면 아이돌만 떠올리는데 장르를 불문하고 아티스트가 통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죠. 작곡가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해외 작곡가의 곡을 받듯, 국내 작곡가의 곡을 해외 가수들이 받는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이형진 대표)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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