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필름 촬영부터 시작해 뮤비 감독이 됐죠"

"B1A4 '솔로 데이'로 데뷔해 오마이걸 '클로저'로 이름을 알렸어요"

"2021년, 무려 50여편의 뮤비를 찍었습니다"

"아이유 뮤비를 또 한 번 연출하고 싶어요"
유성균 뮤직비디오 감독./ 사진=조준원 기자


<<노규민의 만남의 광장>>
텐아시아 노규민 기자가 매주 일요일 급변한 미디어 환경에서 방송, 가요, 영화, 패션 등 연예계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전합니다. 익숙지 않았던 사람들과 연예계의 궁금증을 직접 만나 풀어봅니다.

지난 18일 정오 경기도 파주. 신인 걸그룹 버가부 뮤직비디오 촬영장에서 유성균 감독을 만났다. 세트에서 멀찍이 떨어져 앉아 50~60명쯤 돼 보이는 스태프들을 진두지휘 하는 모습에서 강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큐' 사인을 던진 유 감독은 매서운 눈빛으로 모니터를 들여다봤다. 한 장면이 끝나자마자 촬영감독, 조감독을 불러 "왼쪽 세 번째 멤버가 조금 더 높이 점프해야 겠습니다"라고 디테일한 부분을 짚는 모습에서 '고수'의 아우라가 풍겼다.


작년에만 에스파부터 아이유까지 50편이 넘는 톱 가수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다. 올해도 벌써 10편이 넘었다. 업계에서 "뮤비 참 잘 찍는다"고 인정받은 유 감독이다. 그가 '다작'을 하는 이유다. 유 감독은 지친 기색 없이 "아이유 뮤비를 한 번 더 찍어 보고 싶다"라며 여유 있게 미소 지었다.
유성균 뮤직비디오 감독./사진=조준원 기자

처음부터 뮤직비디오 감독이 꿈이셨습니까.

사실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습니다. 대학은 패션 디자인과를 졸업했습니다만, 전공과는 별개로 어릴적부터 관심이 많았던 영화를 공부했어요. 하지만 진입 장벽이 생각보다 높더라고요. 현실적으로 힘들어서 고민하던 차에, 잡지사에서 패션 필름을 찍게 됐어요.

패션 필름이란 게 무엇을 말하는 겁니까.연예인 화보 촬영 때 영상으로 담는 일종의 메이킹 개념입니다. 때론 화보 촬영과 함께 진행하는 광고 형식의 콘텐츠를 찍기도 하고요.

연예인 화보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뮤비 감독이 되신거군요.

맞습니다. 당시 디지털 콘텐츠 붐이 불 때여서 단순한 메이킹 외에 여러 작업을 많이 진행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B1A4, 오마이걸 등이 속한 WM엔터테인먼트와 인연이 닿았죠.B1A4 '솔로데이'(2014)가 데뷔작입니다.

촬영 2주 전에 갑자기 제안 받았습니요. 처음엔 경험 삼아 가볍게 찍는 줄 알았는데, 데뷔작부터 굉장히 버라이어티했어요. 멤버들, 회사와 미팅하는 과정에 서로 욕심이 생긴 겁니다. 당시 전성기를 달리던 B14 멤버들도 열정이 넘쳤죠. 결국 미국까지 가서 찍게 됐습니다. 첫 뮤비부터 미국 사람들과 글로벌하게 작업했어요. (웃음) 잊을 수 없는 기억이죠.

존재감을 알린 작품은 무엇입니까.오마이걸의 '클로저'가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아마 제가 세 번째로 찍은 작품으로 기억됩니다. 당시 인기를 끌던 걸그룹 대부분이 칼군무에 화려한 영상미를 주로 보여준 반면, 저는 스토리 위주로 차별점을 줬습니다. 의상도 한 벌로만 찍었죠. 그런데 오히려 이슈가 많이 됐습니다. '클로저' 이후에 촬영 의뢰가 굉장히 많이 들어왔어요.

스스로 '참 잘 찍었다'고 생각하는 뮤비가 뭡니까.

모두 다 소중해서 하나만 꼽기 힘듭니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작품은 오마이걸 유아의 '숲의 아이' 입니다. 제주도 로케로 촬영했는데, 선수용 드론까지 대동해서 굉장히 광활한 느낌을 냈어요. 정말 만족했습니다. 무엇보다 일반적인 아이돌 콘셉트가 아니었고, 대부분이 모험이자 새로운 시도였는데 '아이디어가 참신했다'며 좋은 반응을 얻었죠.오마이걸과 작업을 많이 하셨습니다. 호흡은 어떠셨습니까.

멤버 모두 작품의 이해도가 높습니다. 특히 각각 개성이 다 다른데 뭉치면 하나가 되는 게 참 신기한 친구들이에요. 과감한 걸 시도하는 팀이 많지 않은 반면, 오마이걸 친구들은 도전정신이 있습니다. 다소 난해한 걸 요구해도 척척 해내죠. 무엇보다 현장에서 굉장히 밝아요. 뭘 시켜도 늘 웃고 있어요.

걸그룹 버가부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

일반적으로 어떤 루트로 뮤비 감독이 될 수 있는 겁니까.

솔직히 저는 이단아 케이스입니다. 조감독 하다가 자연스럽게 입봉하는 분들이 많죠. 인디 가수 뮤비를 찍고 입소문이 나서 기회를 얻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뮤비 촬영 시간은 보통 얼마나 걸립니까.

팀마다 달라요. 보통 이틀에 걸쳐 찍습니다. 예전에 근로 시간 제한이 없을 때는 하루에 20시간씩 2~3일 찍었어요. 지금은 많이 짧아졌죠.

뮤비는 왜 그렇게 오래 찍는 겁니까.

사실 '국룰' 같은 게 있습니다. 개념 자체가 오래, 많이 찍어야 좋은 장면이 나온다는 믿음을 갖고 있어요. 또 짧게 찍으면 왜 그렇게 짧게 찍느냐는 말도 있거든요. 가수들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어느 정도 가이드만 줍니다. 시간을 두고 최대한 자신의 매력을 끌어낼 때까지 찍고 또 찍는 거죠.

그런 부분에서 요즘은 아쉬움이 있으시겠습니다.

경험이 풍부한 아티스트들은 괜찮은데 신인들과의 작업에선 아쉬움이 있습니다.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한데 제약이 있어서 '완벽'을 끌어내지 못할 때가 있죠.

현장에 몇 명 정도의 스태프가 함께하는 겁니까.

촬영팀, 장비팀, 조명팀, 헤어메이크업 팀 등 60~80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저와 조감독 빼고 대부분 외주 스태프죠.

영상 전문 회사 써니 비주얼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제 아내 이름이 선이 입니다. 써니죠. 하하. 아내와 같이 차린 회사에요. 제가 콘티 작업, 연출 등을 하면 아내가 편집합니다. 같이 일하고 있어요.


B1A4, 오마이걸의 뮤비를 시작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게 된 유성균 감독은 2019년 드림캐처부터 러블리즈, 국가스텐, 아이유, 온앤오프 등 18팀과 작업, 20편의 뮤비를 연출했다.

2020년에는 박지훈부터 체리블렛까지 14팀과 작업해 28 작품, 지난해에는 빅톤, 에스파, 에이핑크, 하이라이트, 업텐션, 브레이브걸스, 이달의 소녀, 원어스, 마마무, 비투비, 우조소녀, 시크릿넘버, 볼빨간 사춘기, 등 K팝 인기 가수들 대부분과 작업, 무려 55편에 참여했다.

올해 4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13편을 연출했다. 아이돌을 넘어 트로트 장르까지 넘나들었다 영탁의 '전복 먹으러 갈래?' 뮤비도 찍었다.


작업량이 엄청나시겠습니다. 힘들지 않으십니까.

힘든 점이 있습니다. K팝 팀이 생각보다 많아요. 할 걸 다 해버려서 어떤 새로운 콘셉트를 선보여야 할지 고민이 많죠. 사실 3주 전에 많이 아팠습니다. 고민을 정말 많이 해서 병이 난 거예요. 뮤직비디오 촬영은 결코 저 혼자 하는 일이아닙니다. 보시다시피 많은 스태프들이 함께 하죠. 힘들수록 스태프들과 대화를 많이 햐요. 서로 힘내자, 돕자면서 극복하고 있어요.

뮤비 한 편당 1억 5천 이상 받는 거로 들었습니다. 사실입니까.

천차만별입니다. 그렇게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이 많아진 만큼 회사도 많이 성장했겠습니다.

처음엔 아내와 저 둘뿐이었는데 지금은 직원이 12명으로 늘었어요. 처음엔 남의 작업실에서 얹혀살며 일했었죠. 잡지 일할 때 한 달에 100~200 정도 받으며 살았는데, 많이 좋아졌습니다.

목표가 있으시다면요.

뮤비의 퀄리티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입니다. 늘 공부하고 고민하고 있죠. 해외 작품을 레퍼런스로 삼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제 작품을 레퍼런스 삼는 걸 목표로 삼고 있어요. 더 열심히 만들겠습니다.
에필로그
아이유 '코인' 뮤비 캡처

필모그래피 곳곳에 아이유의 이름이 보입니다.

세 번 정도 만난 것 같습니다. 2010년쯤 '쎄씨' 패션 필름 촬영차 홍콩에 함께 간 적이 있어요. 아이유를 처음 봤을 때 '참 매력적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확 뜨더군요. 이후 2019년에 '다섯째 손가락' 프로젝트 영상을 찍을 때 두 번째로 만났죠. 그땐 노래하는 걸 실제로 처음 들었는데 정말 '대박이다'라고 생각했어요. 가창력부터 손동작, 집중력 모두 대단했고, 버릴 컷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코인' 뮤비를 연출했어요. 이제 관록까지 더해져서 척하면 척이더라고요. 제가 따로 할 게 없었습니다.

아이유랑 친해지셨겠습니다.

아니요. 아시다시피 연예인과 친해지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하하.

마지막으로 질문드리겠습니다. '꼭 한번 연출해보고 싶다' 라고 생각하는 가수는 누굽니까.

아이유요. 하하하. 작년에 시간이 없어서 너무 빨리 찍었어요. 이전보다 더 긴 시간 준비해서 차별화된 콘텐츠로 찍어보고 싶습니다. 워낙 독보적인 솔로니까요.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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