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연중일기≫
≪우빈의 연중일기≫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의 기록을 다시 씁니다. 화제가 되는 가요·방송계 이슈를 분석해 어제의 이야기를 오늘의 기록으로 남깁니다탑(본명 최승현)이 YG를 완전히 떠났다. 과거에 누렸던 영광과 상처를 뒤로 한 채 자신만의 길을 걷겠다는 것.
빅뱅이 공식적으로 해체하지 않았으니 연이 아주 끊긴 것은 아니다. 하지만 탑이 빅뱅의 멤버로 무대에 설 날을 기대하는 건 무모한 기다림이다. 탑이 새 출발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나머지 멤버들 또한 활동할 의지가 아직까진 없기 때문이다.
지난 16년 동안 YG엔터테인먼트는 탑의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왔다. 부정적 이슈에 휘말리며 대중에겐 '비호감' 낙인이 찍힌 회사지만, 아티스트에겐 최고의 회사가 YG다. 업계 최고 수준의 계약을 맺고 사생활은 일체 간섭하지 않는다. 아티스트에게 문제가 생기면 양현석 전 대표가 나서 직접 나섰기에 탑 역시 겁 없이 활동했다.군 복무 시절에도 재계약을 할 만큼 YG에 의지했던 탑의 돌연 홀로서기 선언. 불과 몇 년전만해도 국내 활동을 하지 않겠다며 대중과 '기싸움'하던 탑이었건만. 철이 들었다고 해야할 지 정신을 차렸다고 해야할 지 달라진 탑이 어색하다.
“5년 전 극단적 시도를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와 고통을 줬는지 나중에야 깨달았다. 음악을 그만둘까 진지하게 고민했으나 나를 앞으로 갈 수 있게 해준 것도 음악이었다. 5년간 100곡이 넘는 노래를 썼다. 받은 것을 돌려 드리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됐다. 다시 태어난 느낌이 들었다." (2022년 3월 매거진 프레스티지 홍콩 인터뷰 中)
인터뷰에서 아이돌 시스템의 문제점을 짚으며 제작자로서의 꿈을 넌지시 비쳤다. 그는 "로봇 제작자가 되고 싶진 않다. 진짜 예술가를 만들고 진짜 예술가를 돕고 싶다. 빅뱅과는 완전히 다른 그룹을 만들게 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아티스트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YG 소속이었음에도 불만을 갖게 된 탑. 돌아보면 탑이 생각을 바꾼 건 2019년부터다. 탑은 2016년 대마초를 피운 혐의가 뒤늦게 적발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 과정에서 약물로 극단적 선택도 시도했던 탑은 꽤 오랜 시간 삶을 돌아본 것으로 보인다. 탑은 2016년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가수 연습생 한 씨와 4차례 대마를 흡연했다. 2차례는 대마초 형태로, 다른 2차례는 액상으로 된 대마를 전자담배로 흡입했다. 탑은 데뷔 후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았고, 군 입대를 앞두고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이후에도 탑은 과거를 반성하는 듯하다가도 기행을 저질러 대중을 경악케 했다. 탑은 '인스타도 복귀도 하지 말고 자숙이나 해라'라는 비판 댓글이 달리자 "네! 하느님! 저도 할 생각 없습니다. 동물 사진이나 보세요"라는 답변을 남기고 삭제했다. 평소 댓글로 소통하는 일이 드물었던 탑이 감정을 드러낸 건 복귀와 관련된 글이었다. 과거부터 탑은 SNS에 난해한 사진과 영상을 올렸으나 현재는 팬과 예술 작품, 자신에 대한 게시글만 남겨뒀다.
"내 자신이 자랑스럽진 않지만, 이 순간을 저와 함께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주신 모든 팬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꼭 반성하고 반성하겠습니다." (2019년 7월 7일 탑 인스타그램)
탑은 빅뱅으로 마지막 곡이 될지도 모르는 '봄여름가을겨울'에서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머리 위 저세상 난 떠나 영감의 amazon' '지난 밤의 트라우마 다 묻고 목숨 바쳐 달려올 새 출발 하는 왕복선' '변할래 전보다는 더욱더 좋은 사람 더욱더 더 나은 사람 더욱더' '아침 이슬을 맞고 내 안에 분노 과거에 묻고 For Life' (빅뱅 '봄여름가을겨울' 중 탑 파트)
탑은 빅뱅의 컴백과 동시에 작별인사를 남겼다. 빅뱅의 탑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던 탑은 그 말을 강조하듯 "중요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까운 미래에 영감을 주는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탑은 현재 자신의 팀을 꾸려놨다.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 지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확실한 건 지금과 같은 태도론 안된다는 것. 제작자를 꿈꾼다면 팬심에 기대기보다 대중의 용서를 받는 게 먼저 아닐까.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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