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넷플릭스 '마이네임'엔 로맨스가 많았어요"

"학창시절 로맨틱 코미디의 대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영화, 드라마 연출을 거쳐 제작자가 됐죠"

"드라마틱한 작품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어요"

"'마이네임2'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유정환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드라마사업본부 총괄이사./ 사진=조준원 기자


<<노규민의 만남의 광장>>
텐아시아 노규민 기자가 매주 일요일 급변한 미디어 환경에서 방송, 가요, 영화, 패션 등 연예계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전합니다. 익숙지 않았던 사람들과 연예계의 궁금증을 직접 만나 풀어봅니다.'주연배우 한소희'의 가능성을 입증시킨 넷플릭스 화제작 '마이네임'. 처절하고 냉혹한 8부작 복수극이 전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예상이나 했을까. '마이네임'과 한소희를 선택한 것은 신의 한수 였다. 영화 감독에서 드라마 연출을 거쳐 제작자로 변신, 새롭게 이적한 회사에서 처음 제작한 '마이네임'으로 대박을 터트린 유정환(46)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드라마사업본부 총괄이사다.

지난달 30일 서울 옥수동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사옥에서 처음 만난 유 이사는 수수했다. 베이지 톤 봄 재킷에 슬랙스 바지를 매치한 말끔한 옷차림의 이 남자가 과연 누아르물을 좋아할까 싶었다. "학창시절, 로맨틱 코미디의 대가가 되고 싶었다"고 말한 유 이사가 '피'로 얼룩진 '마이네임'을 제작하기 까지의 사연을 들어봤다.



'마이네임'으로 돈 좀 버셨겠습니다.

하하하.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지만 애초에 합의된 확정 수입이 지급될 뿐, 흥행 여하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진 않았습니다.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이적 후 첫 제작물이라 의미가 남다르겠습니다.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처음엔 8부작 중 대본이 2개만 나와 있었습니다. 운명이었을까요. 왠지 모르게 자신감이 붙더군요. 대본 말곤 아무것도 없었지만, 제작을 결정했습니다. '인간수업'을 연출한 김진민 감독님에 이어 한소희 배우까지 라인업을 이루면서 확신이 생겼죠.

한소희의 캐스팅 배경이 궁금합니다.길바닥에 내던져져서 처절하게 복수를 감행하는 쉽지 않은 인물을 누가 할까 싶었어요. 작가님, 감독님과 머리를 맞댄 끝에 '부부의 세계'로 주목받은 한소희를 떠올렸죠. 당시만 해도 한소희는 막 떠오르는 배우였습니다. 아름다운 외모를 극대화 시킬 작품을 해야 마땅했는데, 첫 미팅 때 그 자리에서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신인급 배우였는데 우려는 없었습니까.

저희가 선택한 배우입니다. 믿었습니다. 한소희 배우는 준비과정부터 촬영 때까지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매일 액션 스쿨에 나갔고, 무술팀을 닦달하면서까지 더 배우려고 하더군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공헌도가 제일 높았어요.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박희순의 영향력도 컸다고 봅니다.

맞습니다. '마이네임'에는 유독 젊은 배우들이 많았습니다. 박희순 배우가 감독님과 배우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줬어요. 자신이 돋보이려 하지 않고, 늘 화합하려고 했죠. 인간적으로 너무 좋은 사람이라 당연히 작품에서도 빛날 수밖에 없습니다.

넷플릭스와의 작업은 어땠습니까.제작 방식 자체에서 장점이 많았어요. 기획부터 개발, 제작까지 시간이 충분하게 주어졌죠. 보통 드라마는 촬영하면서 후반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작진 입장에선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부분에서 넷플릭스는 달랐어요. 더욱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높은 퀄리티로 완성할 수 있었죠.

애초부터 넷플릭스 공개를 생각하신 겁니까.

공중파 16부작 편성을 계획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한 여성의 복수와 관련한 이야기지만 로맨스 코드가 많았죠.
유정환 이사./ 사진=조준원 기자

#유정환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드라마사업본부 총괄이사는 영화 연출을 전공, 현장에서 '조폭마누라' '역전에 산다' '마파도' '스승의 은혜' 등의 작품에서 조감독으로 실전 경험을 쌓았다. 이후 2014년 영화 '여배우는 너무해'를 통해 상업 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영화감독이 꿈이셨습니까.

고교 시절에 방송반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했어요. 직접 방송을 기획하고 대본까지 썼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제 방송을 선보이는 그 일이 참 짜릿했어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시나리오를 써야 하는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연출까지 공부하게 된 겁니다. 그때부터 '영화, 드라마 등 대중을 상대로 하는 매체는 최대한 많은 사람을 설득해야 하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조를 갖게 됐죠.

예술성보다는 대중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신 거군요.

연출 수업 시간에 '좋아하는 감독'과 관련해 이야기했는데, 대부분의 학생이 러시아를 비롯해 동부 유럽권 감독 이름을 대는 겁니다. 교수님 앞에선 굳이 그분들을 언급해야 했을까요? 저는 'E.T'나 '인디아나 존스'에 미쳐 있었습니다. 당당하게 스티븐 스필버그를 이야기했어요.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까.

학창 시절에 어드벤처 모험극이나 판타지를 즐겨 봤어요. 저는 최고의 판타지는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랑할 때만큼 드라마틱한 순간이 없잖아요. 솔직히 '로맨틱 코미디의 대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흥행' 하고 싶었고요. 제가 처음 만든 이메일 아이디가 '흥행 감독'이었어요.

감독 데뷔작 '여배우는 너무해'로 흥행을 이루지 못하셨습니다.

제가 쓴 시나리오로 로맨틱 코미디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29살 때쯤 한 회사와 감독 계약을 맺고 입봉을 준비했는데, 어쩌다 엎어져 버렸죠. 그러다 우연히 제안받은 영화가 '여배우는 너무해'였어요. 결과적으론 아쉽지만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2014년, 유정환 이사는 당시 여운혁 CP와 JTBC 드라마 '선암 여고 탐정단' 공동 연출을 맡았다. 아 드라마를 계기로, 드라마 제작자의 행보를 걷게 됐다.

어쩌다 드라마 연출을 하게 되신 겁니까.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미련을 계속 가지고 있었어요. 써 놓은 시놉시스, 아이템 노트가 계속 책꽂이에 꽂혀 있었죠. 영화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편입니다. 특히나 제작 기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애초에 선보이려던 작품이 시기적으로 맞지 않게 되는 경우가 생겨요. 어쩌면 로맨틱 코미디나 청춘들의 이야기를 반영하는 데는 영화보다 드라마가 적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와 제작 방식이 달라 적응이 쉽지 않았겠습니다.

밤샘 촬영이 다반사였어요. 분량이 엄청났죠. 첫 드라마부터 호된 경험을 했습니다. 그만큼 배운 것도 많았어요. 처음엔 심의 기준을 잘 모른 채로 방송에 내보낸 키스신이 문제가 된 적도 있습니다. 방송심의위원회에서 벌점까지 받았고요.

'선암 여고 탐정단' 이후에 바로 제작에 뛰어드셨습니다.

'선암 여고 탐정단'을 만든 회사에 제작 이사로 들어가게 됐어요. 갑작스러운 면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SBS '딴따라' '원티드' KBS2 '오늘의 탐정' 등을 제작했죠.

연출가일 때와 어떻게 달랐습니까.

돈 관리부터 개런티 딜까지, 해야 할 일 자체가 달라서 처음엔 자신 없었습니다. 어느 순간 아이템을 발굴하고, 작가, 감독, 배우까지 매칭해 캐스팅하는 작업이 재미있어지더군요. 무엇보다 시청자 반응이 좋았을 때 희열이 느껴졌어요. 고교 시절 방송반 아나운서로 활동했을 때 처럼요.

제작자로서 신념이 있으시다면.
저는 '드라마틱하다'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드라마틱한 순간으로 기억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4월에 로맨스 드라마 한 편, 연말에 판타지 로맨스 한편을 크랭크인할 예정입니다. 시청자들에게 꿈같은 이야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꼭 제작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까.
많은 사람이 즐겨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판타지 로맨스에 기반을 둔 사람 사는 이야기로 세계관을 넓힐 수 있는 작품을 기획해 보려고 합니다. 작품 자체에 생명력이 있어서 파생시킬 수 있는 일종의 '어벤져스' 시리즈 같은 거죠.

'마이네임2'도 볼 수 있는 겁니까.
여러 갈래로 이야기를 논의 중이에요. '복수'에 테마를 둔 작품인데, 거기서 더욱 확장된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수에게 남는 비운의 작품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 첫 이메일 아이디가 '흥행 감독' 이었어요. 제작자가 된 지금까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흥행' 입니다."
유정환 이사./ 사진=조준원 기자
에필로그
입봉작으로 선보이지 못한 그때 그 로맨스물을 제작한다면, 어떤 배우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고 싶으십니까.

저희 회사에 매니지먼트가 있어서 특정 배우를 언급하기가 어렵습니다. 하하하. 아무래도 회사 배우 중 한명이면 좋겠죠. 지금 준비 중인 12개 프로젝트가 있는데, 김윤석 배우부터 류경수 배우까지 좋은 배우들과 색다른 이야기를 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당시엔 어떤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으셨습니까.

솔직히...손예진 배우를 좋아했습니다. 모든 걸 다 잘할 수가 없는데 로맨스, 스릴러, 코미디 등 장르를 타지 않고 다 잘하시니까요.

이번에 결혼도 참 잘하셨고요.

그렇게 말입니다. 하하하.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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