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 사진=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방송화면

"채널 돌려 버렸다"

버거집 사장으로 변신한 전 야구선수 김병현을 향한 시청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버거집 오픈 첫날, 사장이라는 사람이 벌인 말도 안 되는 행동 때문이다. 일반 가게에선 벌어질 수 없는 손님에 대한 몰상식한 태도, 그것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낸 제작진이 더 문제다.

지난 20일 방송된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는 김병현의 청담동 버거집 오픈 첫날 모습이 담겼다.이날 버거집 오픈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홀 담당 정우진, 주방 막내 유연식이 몸이 좋지 않아 출근하지 못한 것. 김병현은 수석 셰프 이재영과 수셰프 전은혜가 오픈을 미룰 것을 제안했지만, 이를 무시했다. 급기야 그는 "하루 매출 목표 300만 원이 목표"라고 말해, 셰프들을 당황하게 했다.

김병현은 문제없다는 듯 당당하게 홀서빙에 나섰다. 오픈과 동시에 여성 3명이 첫 손님으로 등장했고, 김병현은 포크, 나이프 등도 세팅해 주지 않은 채 음식부터 서빙했다. 손님들은 서빙 초보이기도 하고, 방송 촬영 중인 것을 감안 한 듯, 그저 웃어넘겼다.

이후 후배 유희관과 스포츠 에이전시 이예랑 대표가 방문했다. 김병현은 주문하는 메뉴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고, 포스기에 주문서를 작성하는데도 한참을 버벅거렸다. 김병현은 "청담동 포스기가 전에 쓰던 것과 다르다"고 변명했고, 전현무는 "가오픈 기간 두 달 동안 뭐 했냐"고 타박했다.

지인들로 시작해 일반인 손님들이 들이닥쳤다. 그러면서 진정한 난장판이 됐다. 특히 한 남자 손님이 고르곤졸라버거 세트와 블렉퍼스트버거 세트 2개 메뉴를 포장 주문했고, 김병현은 여기저기 손님들과 대화하고 주문받고 정신없어 하다가 그 손님을 놓쳤다. 그 남자 손님에게만 무려 6번을 "뭐 시키셨냐"고 되물었다.옆에서 보다 못한 어린이 손님이 메뉴를 대신 말해주며 "제발 까먹지 말아달라"고 했다. 급기야 김병현은 먼저 온 그 손님이 아닌 다른 손님에게 먼저 음식을 내놓기도 했다.

일반 가게였다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아마 크게 화를 내며 자리를 떠났을지 모른다. 전현무 또한 "엄청난 컴플레인 감이었다"라며 심각하게 바라봤다.

우여곡절 끝에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음료수 하나라도 더 챙겨줘야 할 판에 김병현은 쿠폰마저 제대로 체크 안 하고, 자신의 사인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엉터리 서비스를 안겼다.그러면서 김병현은 "주문이 많다 보니 잠깐 일하는 사이 (주문을) 까먹었다. 단기 기억상실증이 있는 것 같다. 제 잘못이 아니고 갑자기 많이 시킨 고객들 잘못이 더 크다"라며 손님 탓으로 돌렸다. 전현무는 "고마운 분들에게 잘못이라니"라며 어이 없어 했다. 백종원이 이 방송을 봤다면 욕설을 퍼부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가운데 김병헌은 새로운 손님이 들어왔는데도, 전화 주문에만 급급했다. 양해도 구하지 않고 자기 할 일만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한 전화기까지 쓰레기통으로 떨어뜨렸고, 이를 찾기 위해 한참 동안 시간을 허비했다. 그동안 배달 주문을 기대한 손님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불만을 터트렸을 것이다.
김병헌 인스타그램

이날 매출은 150만원이었다. 셰프들은 "전화주문 놓치지 않고, 정신 똑바로 차렸다면 더 됐을 것"이라며 김병현을 원망했다. 그런데도 김병현은 마냥 장난치듯 웃으며 "시작은 절반의 어머니"라며 말도 안 되는 명언까지 내뱉었다.방송 직후 '사장님 귀 당나귀 귀' 시청자 게시판에는 "김병현 때문에 채널 돌렸다" "방송에서 보기 싫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한 시청자는 "여유 없는 자영업자들은 한 테이블, 배달 전화 한 건이 소중하고 아쉽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포스도 다룰 줄 모르고, 메뉴 숙지도 안 되어 있는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버거집이 되고 싶다니"라며 "자영업자들과 시청자들을 향한 기만이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외에도 여러 시청자가 "장사가 장난이냐?" "돈 좀 있다고 기본이 안 된 상태로 장사를 하는 모습 불쾌하다" "만 원짜리 한 장 벌어보려고 아등바등 매달리는 사람 입장에선 화밖에 안 난다" "시청률을 올리고자 하는 방송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했다.

방송말미 김병헌은 제작진에게 "편집 좀"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편집이 무슨 소용인가. 오픈 전부터 김병헌은 어떤 간절함과 진중한 태도 보다 그저 매사에 장난인 듯 웃어넘기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지난 방송에서는 직원들이 뼈 빠지게 고생하는 동안, 한가롭게 피부과에서 관리받고 전화마저 받지 않았다.

단순히 '초보 CEO니까' 라고 이해하고 넘기기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태도가 너무 많았다. 초보의 미숙함이 아니라, 개념과 태도 자체의 문제로 보인다. 이를 있는 그대로 내보내는 제작진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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