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박해준
40대 아저씨 ‘남금필’ 역
첫 단독 주연→코믹 연기 도전
40대 아저씨 ‘남금필’ 역
첫 단독 주연→코믹 연기 도전
배우 박해준이 욕심 없이 꿈을 좇는 남금필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매 순간을 즐겁게 살아가며 그 안에서 보람과 기쁨을 느끼는 두 사람은 닮아 보인다.
3일 티빙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연출 임태우, 극본 박희권, 박은영)의 배우 박해준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박해준은 극 중 대책 없이 회사를 때려치우고 만화가 지망생이란 이름으로 백수가 된 40대 아저씨 ‘남금필’ 역을 맡았다.‘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이하 ‘아직 최선’)은 의무, 헌신, 책임에 ‘최선’을 강요당하는 대한민국 40대 가장이 자신을 찾기 위해 용기 있는 방황을 선택하며 펼쳐지는 중년 코믹 성장 드라마. 국내에서도 다수의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는 동명의 일본 만화가 원작이다.
박해준은 JTBC ‘부부의 세계’ 이후 1년여 만에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을 선택했다. 더불어 해당 작품을 통해 본격적인 첫 코믹 연기 도전을 알려 화제를 모았다.
‘부부의 세계’를 통해 ‘국민 불륜남’에 등극한 박해준. 이번엔 ‘지질남’으로 코믹 연기에 도전했다. 그는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지질한 역이건, 여우 같은 역이건 가두지 않고 결정하는 편이라고 전했다.“전체적으로 작품이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때 보통 결정하게 되는데 역할로서도 도전한다,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했던 것 같다. 평소에 그런(‘남금필’ 같은) 성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박해준은 백수 역할을 위해 외적인 면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영화 ‘너는 내 운명’ 속 황정민의 짤막한 앞머리와 웨이브 진 헤어스타일, 민낯에 가까운 메이크업으로 ‘자연스러움’을 위해 노력했다. 먹는 것도 편하게 하는 바람에 시간이 지나면서 살도 쪘다고. 그간 묵직한 역할을 소화해온 그이기에 망가지는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았지만, 모든 걸 내려놓은 생활 연기에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금필’을 통해 코믹한 캐릭터도 완벽히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금필은 우리하고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가 할 수 없는 판타지를 가진 인물 같다. 하고 싶은 것하고, 꿈꾸는 것을 빨리 선택해서 이뤄나가고, 즉흥적으로 뭔가 결정하고, 놀고 싶으면 놀고. 금필이 한심하고 지질하고 성공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어서 그렇게 보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자유롭게 어느 정도 눈치 없이 사는 것 같다. 인물에 대해 공감을 많이 해서 그가 말하고 움직이는 점에서 수월했다. 저도 사실은 철도 없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하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금필과 비슷한 것 같다.”
작품 속 캐릭터와 닮은 듯 닮지 않은 박해준은 ‘금필’에게 부러운 점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실 저는 남금필이 부러웠다. 사회적으로는 낮은 곳에 있지만, 자유롭고 자기가 아직도 꿈꾸고 있는 것에 대해 포기하지 않는 면, 어려움이 닥쳤을 때 빨리 잊고 금방 넘어가는 마음이 ‘되게 편하게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본받을 건 아니지만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성실히 산 대가를 받은 사람의 관점에서 ‘왜 저러고 사냐’고 할 수도 있지만, 열심히 살다가 돌아봤을 때 ‘내가 왜 이렇게 살았나?’ 싶을 때 금필에게 위안받을 만한 것들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해준은 남금필을 동해 웹툰 작가에 도전 중이다. 다니던 회사를 ‘보쌈’ 때문에 그만두고 선택한 길이 웹툰 작가다. 작품 속에서 금필의 그림 실력이 점점 발전해 가는 듯한 모습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 실제로 박해준은 평소 웹툰을 따로 즐겨보진 않지만, 드라마나 영화 원작의 작품들이 많다 보니 참고될 만한 작품은 종종 챙겨본다고.
“그림은 실제 제가 그린 것도 있긴 있다. 사실은 장탈기라는 작가분이 그림 장면이 있을 때 매번 와서 도와주신다. 그분은 그림을 굉장히 잘 그리는 사람이다. 그 작가님이 거의 다 도와주셨다고 보시면 된다. 제 손이 나와야 하는 장면에서는 그분의 그림을 따라 비슷하게 그린 것이다. 그림에 소질이 워낙 없는데 그분이 구도를 잡아주셔서 따라 그리다 보니 조금 나아지기도 한 것 같다.”
‘아직 최선’은 금필의 가족 관계가 자세하게 그려진 작품. 박해준은 부모님에게 어떤 자식이고 아이들에게 어떤 부모일까. 작품을 통해 자신의 가족 관계를 돌아본 그는 가족들을 향한 미안한 마음, 그리고 고마운 마음을 동시에 드러냈다. 모든 자식, 부모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공감 가는 모습이다.“부모님께 제가 싹싹하지도 못하고, 그렇게 잘 챙겨드리지도 못했다. 삼 형제의 막내로 태어나서 예쁨만 받고, 도움만 많이 받고 베풀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런 것들이 죄송하다. 부모님은 배우 해서 잘 하는 모습만으로 효자라고 하시는데, 저는 그렇게 챙겨드린 것도 없고 해서 죄송하다. 자식들한테는 최대한 잘 놀고 좋은 남편이 되려고 애를 쓰고 있다만, 여러 가지 바쁘다는 핑계로, 몸이 피곤하다는 핑계로 많은 시간을 같이 이어주지 못하는 부분들이 미안하다.”
박해준에게 ‘갓생’(성공한, 꿈꾸는 인생)은 그저 매일 그 순간을 즐겁게 사는 것이라고 했다. 남금필의 대사처럼 그렇게 원대한 꿈을 꾸고 있진 않은 셈이다. 가정의 평화, 주변 사람들과 좋은 얘기를 나누면서 사는 것. 욕심 없이 살다가 잘 먹고 잘 죽길 바라는 게 박해준에게 ‘갓생’이다. 그 안에서 느끼는 보람과 감동이 그가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미생’, ‘나의 아저씨’ 이런 작품들을 좋아한다. 많은 사람한테 인생작으로 거론되는 작품들이다. 그 뒤로 좋은 얘기를 하고 사람의 마음에 위안을 주는 작품이 없을까 하는 와중에 이 작품을 만나게 됐다. 남금필이란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그런 위안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다는 아니겠지만 몇몇 분들한테 ‘그 드라마 참 좋았다. 그 드라마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는 얘기를 듣는 게 최고 아닌가 싶다. 그런 좋은 작품이 되었으면 한다.”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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