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인서트》
CJ ENM, 2021년 배급사 관객 점유율 6위
2003년 이후 3위권 밖 밀려난 적 없는 CJ ENM의 굴욕

'몸 사리기' 전략에 신작 부진
'서복'·'해피 뉴 이어' 등 티빙 전환 성과도 미미
영화 '서복', '보이스' 포스터. / 사진제공=CJ ENM


《김지원의 인서트》
영화 속 중요 포인트를 확대하는 인서트 장면처럼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영화계 이슈를 집중 조명합니다. 입체적 시각으로 화젯거리의 앞과 뒤를 세밀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영화 배급 명가' CJ ENM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2003년 이후 배급사 관객 점유율 3위권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던 아성은 2020년까지였다.

CJ ENM이 지난해 받은 성적표는 6위. 전체 박스오피스 흥행작 TOP10에는 단 한 작품도 올리지 못했다. 굴지의 배급사 CJ ENM의 굴욕이다.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배급사별 관객 점유율은 디즈니가 24.3%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13.9%의 소니 픽처스, 3위는 9.0%의 롯데엔터테인먼트, 4위는 8.8%의 유니버설 픽쳐스, 5위는 7.0%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였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5위권 내 유일한 국내 배급사로 체면치레를 했다.

<2017년~2021년 배급사 관객 점유율>
자료=영화진흥위원회


CJ ENM은 관객 점유율 6.9%로 6위까지 밀려났다. 거대 배급사로 명성을 쌓아 올리던 회사에 명성에는 금이 간 상황. CJ ENM은 2003년부터 2017년까지 전체 배급사 관객 점유율에서 15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2018년 3위, 2019년 2위를 기록했다가 2020년 다시 17.6%로 전체 1위였다.
영화 '해피 뉴 이어' 포스터. / 사진제공=CJ ENM


CJ ENM의 부진의 주된 원인은 '몸 사리기 전략'이 꼽힌다. CJ ENM은 2021년 개봉 계획했던 11편 중 고작 5편만 선보였다. 이 가운데 공유, 박보검 주연 '서복'의 경우 티빙과 극장 동시 개봉을 선택해, 극장 관객이 분산되는 영향도 있었다. 대작으로 분류되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 윤제균 감독의 '영웅' 등은 위험 부담을 안고 가지 않는 대신, 개봉을 올해로 미뤘다. 이외에 이선균·주지훈 주연 '사일런스', 설경구·유준상 주연 '소년들', 설경구·이하늬·박소담 주연 '유령', 진선규 주연 '카운트' 등도 묵혀둔 채 올해로 개봉을 연기했다.

CJ ENM도 할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회사는 실제로 자사 OTT 채널을 통해 '서복'에 이어 '미드나이트', '샤크', '해피 뉴 이어'를 티빙 오리지널 영화로 선보이는 실험을 했다고 자부한다. 코로나 시대에 맞춰 영화관에 공급하던 콘텐츠 공급의 루트를 티빙으로 전환했다는 논리.

하지만, 배급사로서 성적표가 초라해지기는 OTT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실질적인 화제성 면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티빙 성장의 밑거름은 '서복' 등 영화가 아니다. '환승연애', '술꾼 도시 여자들' 등 예능,드라마가 플랫폼의 성장을 이끌었다. 김태호PD의 '서울체크인'을 공개하면서 하루 하루 유료가입기여 합산을 발표하던 티빙 역시 영화의 기여도를 물어보면 묵묵부답일 뿐. '긍정적'이라고만 자체 입소문을 내고 있는 실정이다.

CJ ENM의 전략은 외화 배급사들에게 관객 점유율 최고의 자리를 내주는 결과로 고스란히 돌아왔다. 뿐만 아니라 국내 경쟁 배급사들에게도 밀리게 됐다. 순위를 끌어올리는 것만큼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어려운 일. CJ ENM이 그간 쌓아온 노하우와 노련함으로 한 번 무너진 기단을 올해는 다시 세울 수 있을까.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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