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한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 곽윤기가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앞두고 '성희롱 의혹'에 휩싸였다. 네티즌들은 진위를 두고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고, 곽윤기는 침묵으로 일관한 채 TV에 등장할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곽윤기가 MBC '나 혼자 산다' 예고편에 등장했다. 지난 25일 '나 혼자 산다' 방송 말미 "숙소에서 9년째 혼자 살고 있다"라며 등장해 반가움을 안겼다. 이어 곽윤기는 '나 혼자 산다'의 마스코드 윌슨 인형을 향해 "널 만나려고 4년을 기다렸다"라며 메달을 걸어줬다. 곽윤기는 '동네 핫가이'였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고, 사진과 사인 요청을 했다. 또한 '곽윤기가 I(아이)라니 대혼란' '오빠 MBTI 다시 해 봐라'라는 댓글을 확인한 이후 MBTI 검사를 다시 하는 모습도 담겼다. '궁금하다 나란 남자'라는 자막까지, 다음 주 담길 곽윤기의 일상에 기대가 높아졌다.곽윤기의 '나 혼자 산다' 출연은 2022년 베이징 올림픽 기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올림픽이 끝난 후 가장 기대되는 게 뭐냐'는 물음에 "나 혼자 산다"라고 말했다. 이에 제작진도 곽윤기가 남자 5,000m 계주 결승 경기에 나서기 전 공식 인스타그램에 "곽윤기 선수 저희도 기다릴게요"라며 화답했다.
곽윤기는 올림픽에서 투혼을 발휘해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과거 막내 시절부터 남다른 쇼맨십으로 주목받았던 그는, 팀 내 맏형이 된 지금까지 변함없는 유쾌함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올림픽 내내 핑크색 머리 스타일로 전 세계인들의 시선을 빼앗은 곽윤기는 메달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 댄스까지 춰 보이며 존재감을 뿜어냈다.
그런 그를 방송가에서 가만둘 리 없었다. 올림픽을 마친 곽윤기는 이미 MBC '라디오스타', JTBC '아는 형님',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출연을 확정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나 혼자 산다' 등장까지 알렸다.
그러나 '나 혼자 산다' 예고편에 등장하기 전 곽윤기는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한 여성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11년 전 곽윤기로부터 몰카를 당했다고 주장한 것이다.여성 A 씨는 "곽윤기 선수가 10년 전에 올린 허벅지 몰카 당사자"라며 "나는 그 사건을 알게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잊은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앞서 2014년 4월 11일 곽윤기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피곤한 지하철 여행. 옆 사람(여자) 허벅지 나보다 튼실해 보임"이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에는 곽윤기가 지하철에서 승객의 허벅지와 자신의 허벅지를 비교한 모습이 담겼다.
당시 곽윤기는 비판 여론이 생기자 "여동생과 장난친 것이다. 다른 의도는 없었지만 그런 모습으로 비쳤다면 저의 큰 잘못이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라고 사과했다.A 씨는 "저는 당시 상황을 기억한다. 새파란 남색에 스트레이트 줄무늬가 있는 슈트를 입은 남성이 제 옆에서 갑자기 허벅지를 갖다 댔다"라며 "제 허벅지에 자신의 허벅지를 딱 붙였는데 체온이 높아서 당황했던 기억이 남아있다"라고 설명했다.
A 씨의 폭로는 잘 나가던 곽윤기에게 직격탄이 됐다. 여러 예능 출연을 앞둔 상황이라 진위에 관심이 쏠렸다.
곽윤기 측은 일단 침묵했다. 그러는 사이 일부 네티즌들은 해당 글이 조작이라며 여러 증거를 제시했다. A 씨는 10~11년 전에 벌어진 사건이라고 주장했지만, 곽윤기는 8년 전인 2014년에 게시물을 올렸다는 것. 이에 A 씨는 "기억 오류다. 2014년이다"라며 말을 바꿨다.또한 네티즌들은 A 씨가 곽윤기에게 사과를 요구한 다이렉트 메시지 사진이 합성이라며 증거를 제시했다. 아울러 A 씨 주장이 과거에도 인터넷 카페 등에 올라왔고, 당시 카페지기 등에 의해 반박당해 삭제 됐다고 알렸다.
여론이 '합성' 쪽으로 기울자, A 씨는 지난 24일 스타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너무 오래전이라 다른 증거가 없다. 나라는 걸 알릴 수 있는 사진도 운 좋게 얻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대학생 때가 맞다"라며 "증거가 수두룩했다면 (사실을) 알았던 시점에 이미 사과받으려고 했을 것이다. 그 시절 사진은 오로지 셀카만 있다. 자신감이 없어서 셀카만 찍었지 멋쟁이인 사람들처럼 전신사진을 남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 사건은 저의 평범한 일상 속의 단 하루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A 씨는 "제 말을 못 믿을 수도 있다. 지하철을 자주 타다 보니 마주 앉아 있는 사람이 나를 찍는 건지 의심을 하게 되더라"라며 "이런 일이 반복됐고, 곽윤기 선수가 떠올랐다. 원래는 글을 안 올리려고 했는데 곽윤기 선수의 얼굴을 보는 것이 마치 트라우마 같은 불편함으로 느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 씨는 사과를 받고 싶다는 뜻을 강조했다.
현재 곽윤기 소속사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합성이다. 거짓이다"와 "A 씨 주장이 사실인 것 같다"라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곽윤기는 여러 예능을 통해 TV에 등장할 것이다. 논란이 어떻게 번질지, 이대로 사그라질지 주목된다.
지난 1월, 넷플릭스 '솔로지옥'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송지아(프리지아)가 짝퉁 명품 논란에 휩싸였다. 송지아 역시 인기에 힘입어 여러 예능 출연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SNS를 통해 사과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후 송지아는 미리 찍어 놓은 '아는 형님'에선 그대로 등장했고,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는 통편집 됐다. 이후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곽윤기가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다. 네티즌 사이에서 공방이 일어나는 상황에 지켜보는 것만이 해답일까. 조금 더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말을 아낄수록, 의혹만 키울 뿐이다. 시청자는 불편함 없이 '올림픽 영웅'을 다시 보고 싶을 것이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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