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진의 프리즘》
풍자와 패러디로 포장했지만…
장애인 비하, 웃음코드 될 수 있나
유세윤 사과→신동수 퇴출→SNL은?
풍자와 패러디로 포장했지만…
장애인 비하, 웃음코드 될 수 있나
유세윤 사과→신동수 퇴출→SNL은?
《서예진의 프리즘》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현황을 살핍니다. 프리즘을 통해 다양하게 펴져 나가는 빛처럼 이슈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최근 장애인을 희화화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SNL이 대중과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방송 중 다소 우스꽝스럽게 표현돼 보이는 수어(手語) 패러디 때문이다. 그간 다양한 풍자와 패러디로 유쾌한 웃음을 안겼던 이들이지만, 웃음 욕심이 선을 넘어버렸다는 일부 시청자의 반응이다. 더욱이 사과나 해명 없이 어물쩍 넘어가려는 듯한 태도는 불난 민심에 부채질하는 꼴이다.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의 지난 12일 방송분은 농인을 비하했다는 논란이 휩싸였다. 이날 한 주의 핫한 이슈를 전하는 ‘위켄드 업데이트’ 코너에선 기자 역할을 맡은 정혁과 AI 통역사 '기가후니'로 분한 정상훈이 콩트를 선보였다. 이 과정에서 정상훈은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몸짓으로 수어를 패러디했고, 청각장애인을 비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영상은 쿠팡플레이 공식 SNS 계정에도 게재됐다. 네티즌들은 “이 영상의 삭제와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한다”는 댓글과 함께 “엉터리 수어 삭제, 수화 언어 법, 농인 분노” 등의 해시태그를 이어 달았다. 한 네티즌은 “듣지 못하는 농인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수어를 모독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가족 중에 농인이 있는데 SNL 보고 눈물 난다.” 해당 방송을 접한 네티즌들은 SNS뿐 아니라 여러 커뮤니티와 동영상 플랫폼 등을 통해 유감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쿠팡플레이 측이나 SNL 제작진은 아직 어떤 해명이나 사과문을 전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2020년 12월 신동수(전 삼성 라이온즈)는 KBO(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제재금 징계를 받았다. 개인 비공개 SNS에 나긴 패륜적 막말 등이 유출되면서 물의를 빚었기 때문. 그는 동료 선수들과 야구관계자, 팬 들을 비난하고, 미성년자를 성희롱하는 글을 지속해서 올렸다. 더불어 코로나 19 확산이 심각할 당시 대구를 ‘코로나국’이라고 부르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신동수의 무차별적인 비난의 대상은 장애인에게도 뻗쳤다. 그는 “내 앞에 장애인 탔다”면서 기차 안에서 앞 좌석에 앉은 사람의 뒷모습을 찍어 올렸다. 그러면서 “나 장애인 공포증 있는데 혼잣말로 계속 말하는데 누구랑 대화하는 걸까. 제발 조용히만 갔으면”이라고 적었다. 삼성 라이온즈는 논란을 일으킨 신동수에 즉시 방출 결정을 내렸다.
신동수의 퇴출이 결정된 후, 그의 게시물에 동조하는 듯한 댓글을 남긴 삼성의 황동재, 김경민, 양우현은 각각 벌금 300만 원과 사회봉사 80시간, 벌금 300만 원과 사회봉사 40시간, 벌금 200만 원 징계를 받았다.
유세윤 역시 장애인 비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2017년 7월 유세윤은 ‘SM 타운 라이브 월드 VI 인 서울’에 참석해 무대를 꾸몄다. 이날 유세윤은 자신이 속한 그룹 UV의 노래 ‘이태원 프리덤’ 안무를 설명하다가 “팔을 반만 올리면 XX 같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곧바로 무릎 꿇고 사죄했지만, 이후 온라인에선 그의 발언을 두고 장애인을 비하했다는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과한 해석이라는 주장이 뒤엉켰다.
이후 유세윤은 소속사를 통해 사과했다. 소속사 측은 “유세윤은 해당 단어가 공석에서는 물론 사석에서도 근절해야 할 시대가 만든 차별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언행을 하는 데 있어 신중함을 더하고, 많은 사람에게 본보기가 되는 방송인이 될 수 있도록 정진하고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유세윤은 2015년에도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한차례 구설에 올랐던 바 있다. 당시 유세윤은 장동민·유상무와 함께 개그 트리오 ‘옹달샘’으로 활동했다. 팟캐스트 방송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에서 유상무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엄지 손이 불편하셨다”고 말했고, 유세윤은 “항상 최고(엄지 드는 행동)는 못 하겠네”라고 말하며 기괴한 소리를 내며 장애인을 희화화하는 행동으로 논란을 키웠다.
장애인은 누구나 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피해가거나 돌아갈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선천적일 수도 있고,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올 수도 있다. 나 혹은 내 가족이 신체적, 정신적 불편함으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사회 생활에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면, 그들을 비하하거나 웃음거리로 소비할 수 있을까.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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