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수사극 '경관의 피'서 빌런
"몸무게 증량하니 연기도 묵직해져"
"평소 엄두 못 내던 곳에서 맞춤 슈트도 제작"
"높아진 K콘텐츠 위상, 배우로서 동기부여"
"몸무게 증량하니 연기도 묵직해져"
"평소 엄두 못 내던 곳에서 맞춤 슈트도 제작"
"높아진 K콘텐츠 위상, 배우로서 동기부여"
선악이 공존하는 얼굴을 가졌다는 건 배우로서 폭넓은 연기를 펼쳐 보일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게 된다. 배우 권율은 드라마 '보이스' 시리즈에서는 악랄한 사이코패스 살인마 역으로 긴장감을 드높였고, '며느라기'에서는 어설프지만 노력하는 초보 남편 역으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개봉한 영화 '경관의 피'에서는 상류층 출신의 범죄자 나영빈 역을 맡아 무게감 있는 독특하고 묵직한 빌런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경관의 피'는 위법 수사도 불사하는 광역수사대 반장 강윤(조진웅 분)과 그를 감시하게 된 원칙주의자 신입경찰 민재(최우식 분)의 위험한 합동 수사극을 그린다. 권율은 "서로 다른 신념을 지닌 두 인물의 오해와 충돌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적인 나영빈 역할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권율은 더 완성도 높은 캐릭터를 위해 12kg을 증량했다."걸음걸이나 옷매, 덩치 같은 것에 퉁퉁하고 무거운 느낌을 줘서 건들 수 없고 범접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아침, 저녁으로 운동하며 대사량을 높이고 알람을 맞춰 4시간마다 똑같은 양의 식사를 꾸준히 하면서 점차 증량해나갔죠. 하루에 여섯, 일곱끼를 나눠 먹었어요. 성악가들이 무게감을 싣고 노래하는 것처럼 몸무게를 늘렸더니 연기도 묵직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탁탁탁 치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툭툭 밀고 가는 느낌이었죠."
나영빈은 넘치는 부와 여유로 세상을 발아래에 둔 듯 거침없이 행동한다.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상위층과 교류하며 불법적인 사업을 키워나간다. 권율은 외적인 것뿐만 아니라 연기법에도 변화를 주며 색다른 빌런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다."저는 화술이나 발성, 이미지가 '스탠다드'한 편이에요. 그런데 이번에는 좀 더 관념적이고 추상적으로 접근하면 어떨까 했어요. 나영빈이 처한 상황들을 스케치북에 그려보면서 상상하고 몰입해보고, 내가 나영빈이 됐다고 생각하고 시나리오 대사가 아닌 나영빈의 언어일 거라 상상되는 말들을 내뱉어보는 연습을 했어요. 욕도 해보고 신조어도 해보고…. 그랬더니 의식하지 않아도 나영빈 언어로 대사가 나오곤 했어요. 새로운 훈련법, 접근법이 좋았어요."
극 중 나영빈은 외제차에 명품에, 범죄자인데도 쉽게 다룰 수 없을 것 같은 아우라로 가득하다. 권율은 이런 캐릭터 표현을 위해 슈트도 맞춤으로 제작했다.
"맞춤 슈트를 제작한 곳이 유명한 숍이에요. 평소 슈트를 맞추고 싶을 때도 비싼 곳이라 엄두가 안 났는데 나영빈 의상을 거기서 다 진행하길래 깜짝 놀랐죠. 옷을 맞추는 과정과 시간이 다른 작품을 할 때보다 네다섯 배는 더 들었죠. 원단, 소재뿐만 아니라 조명을 비췄을 때 광택까지도 감안하더라고요. 나영빈 이미지를 잘 만들어갈 수 있게끔 패브릭 하나하나 준비과정이 더 타이트했고, 더 공을 들였어요."
권율은 함께 호흡을 맞춘 조진웅을 향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권율은 "형은 새로운 연기법을 시도한 내게 얼마든지 하고 싶은 걸 다해도 된다고 이끌어줬다"고 말했다.
"평소 형과 절친한데, 그래서 더 배우로서도 권율로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제가 휴대폰을 막 내리치면서 부서뜨리는 장면이 있는데, 너무 세게 치다 보니 손가락 한쪽이 찢어져 피가 뚝뚝 떨어지는 거예요. 형이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뭐라고 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병원에 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걱정해서 괜찮다고 했더니 제 마음을 알아챈 듯, 감정이 올라왔을 때 한 번 더 찍는 게 어떠냐고 스태프들에게 먼저 얘기해주고 이끌어줬어요. 다친 부위는 잘 봉합해서 지금은 멀쩡히 아물었습니다. 하하."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OTT를 오가며 다양한 작품으로 대중들을 만나고 있는 권율. K콘텐츠의 높아진 위상에 배우로서 새로운 꿈을 꾸게 됐을 것 같기도 하다고 하자 이렇게 답했다.
"대학교 1학년, 스무 살 때였으니 21년 전 일이에요. 한 선배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물었더니 할리우드 진출이 목표라더군요. 이 선배와는 거리를 둬야겠다 생각했어요. 하하. 그런데 이제는 그것이 현실이 됐죠. 할리우드 콘텐츠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리딩할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 당장 해외 진출에 목표를 두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K콘텐츠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겁니다.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도록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더 많은 분들을 만난다는 마음으로 노력할 거예요. 배우로서 많은 동기부여가 됩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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