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연중일기≫

고(故) 김미수 사망, 향년 31세
현실 속 캐릭터도 위로와 웃음 안긴 배우
사진=텐아시아DB

≪우빈의 연중일기≫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인의 일기를 다시 씁니다. 상자 속에 간직했던 일기장을 꺼내 읽듯 그날을 되짚고 오늘의 이야기를 더해 최근의 기록으로 남깁니다.
2년 전 배우 김미수를 처음 봤을 때 고요한 바다에서 잠영 중인 인어 같았다. 귀여우면서도 장난스러운 미소는 언젠가 모습을 드러낼 때를 기다리며 시간을 온전히 즐기고 있는 느낌을 줬다.

드라마 '루왁인간' '하이바이, 마마'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 등 여러 작품에 출연하면서 조금씩 얼굴을 알리던 김미수는 갑작스럽게 우리의 곁을 떠났다. 1992년 3월 16일에 태어난 그는 2022년 1월 5일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나같은 혹은 나의 언니, 친구처럼 현실적인 연기를 했기 때문일까. 김미수의 연기는 늘 마음에 닿았다. '하이바이, 마마'에서 유리(김태희 분)의 여동생을 연기했을 때 김미수 때문에 늘 눈물을 흘렸다. 그래서 김미수를 웃을 때 함께 웃고 울 때 함께 울 수 있는, 따뜻하고 좋은 연기자로 기억한다. "제가 나오는 작품을 보고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누군가 '내 삶이 이래도 괜찮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힘이 돼주고 싶죠. 이게 제가 배우로서 살아가는 원동력이에요." (2020. 4.27 텐아시아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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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수가 연기하는 이유는 '위로'였다. 알바한 돈과 대출을 받아 창업한 사회 초년생, 언니를 먼저 떠나보냈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동생, 일과 육아 사이 고민하는 워킹맘이자 경단(경력단절)녀 등 현실적인 인물을 맡아 세심한 감정 연기로 공감과 위로를 안겼다.

본투비 배우인 것 같았던 김미수의 반전은 배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는 것. 김미수는 "원래 꿈은 아이돌이었다. 그러나 부모님의 권유로 대학교 진학을 준비하게 됐고 마음에 맞는 학과를 찾던 중 뮤지컬과를 알게 됐다"며 "진학을 위해 연기학원을 다녔다. 그때 원장님께서 연극영화과를 추천해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사실 아직도 가수에 대한 열망이 마음 한편에서 끓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미수는 매체 데뷔에 앞서 연극 무대에 올랐다. 2013년부터 연극무대에 올라 꿈을 펼치다 2018년 단편영화 '립스틱 레볼루션'을 시작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늦게 데뷔한 편이지만 김미수는 똑똑하게 연기했다.
사진제공=풍경엔터테인먼트

"대중들이 제 연기를 비슷하게 느끼는 건 싫어요. 캐릭터가 비슷하게 해석될까 봐 걱정이죠. 그래서 새 배역을 맡을 때마다 어떤 차별점을 둬야 할지 고민하면서 자료 조사나 인터뷰 등으로 준비해요." (2020.09.28 텐아시아 인터뷰 中)김미수가 텐아시아와 마지막으로 인터뷰했던 시기는 '설강화' 출연을 확정 짓고 대본 연습이 한창이었다. 시대극을 꼭 하고 싶었던 그는 '설강화' 속 캐릭터에 설렘을 드러냈다. 김미수는 "즐겁게 연기하려고 한다. 나 자신이 완벽한 배우가 되려는 경향이 있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욕심을 내려놓고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김미수는 "누군가 나로 인해 위로받았다는 메시지를 받고 난 후부터 '계속 연기를 해야겠다'고 느꼈다. 지금도 연극할 때 팬들이 보내준 편지를 꺼내 보면서 에너지를 얻는다. '내가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었지'라고 떠올리면서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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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수의 연기를 보며 우리는 울고 웃었다. 그가 팬들의 응원으로 에너지를 얻었듯 팬들도 그의 연기를 보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연기에 대한 그의 순수한 열정은 아름답게 기억되리라.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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