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의 문제아들' 나태주 시인/ 사진=KBS2 캡처

나태주 시인이 MZ세대에게 사랑받는 작가가 된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개그맨 정형돈은 자신의 장모가 시인에 등단했다고 자랑했다.

지난 4일 방송된 KBS2 예능 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 신년특집에는 나태주 시인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MC 김용만은 "어릴 땐 시집을 읽어서 외우는 시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시를 읽을 감성이 안 되더라"고 말했다.이에 나태주 시인은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시가 어려운 것도 있고 본인이 시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를 지나오면서 사람들이 외롭고 우울하고 답답하니깐 시를 많이 읽었다"고 했다.

송은이는 "남아있는 오랜 시들은 격변의 시기에 아플 때 많이 탄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나태주 시인은 "시라는 게 아픔, 위기, 실패, 결핍에서 나온다"며 "맨날 위기가 있다. 위기를 넘어가니까 좋은 것이다"라고 털어놨다.

나태주 시인 역시 26살에 첫사랑 실패에 대한 아픔을 시로 승화시켜 등단했다고 한다. 그는 "프러포즈를 했는데 강하게 거절해서 집까지 찾아갔다가 그 집안 남자들에게 건방지다고 두들겨 맞고 쫓겨 나왔다. 선도 보고 결혼하고 신혼 여행도 다녀오는 걸 보고 속이 뒤집혔다. 제가 죽게 생기니까 시골로 다시 데려왔다. 그런데도 그 여자가 보고 싶고 생각나서 그 감정을 가지고 쓴 시가 나를 시인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연애에 대한 솔직한 감정이 드러나서일까. 나태주 시인은 MZ세대에게 사랑받는 시인으로 꼽힌다. 김숙은 "연예인분들도 좋아하지 않냐"고 물었다.

나태주 시인은 "BTS(방탄소년단) 제이홉 씨하고 만난 적은 없지만 내가 책을 보냈다"며 "태연이라는 가수한테도 보냈고 이종석이라는 사람은 만나기도 했고 책을 내게 됐다. 그 책이 중국어로 번역됐다. 연예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시를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내가 젊은이들의 세계를 이해하니까, 그 사람들 옆에 있으니까, 그 사람들에게 도움 주는 말, 위로와 축복을 글에 담으니까"라고 분석했다.이어 "강연에 갔을 때 중학교 2학년 아이가 시 '혼자서'를 읽으며 울먹였다. 그래서 어느 대목이 좋냐고 물으니 '너 비록 오늘 혼자서 꽃으로 피었을지라도 너무 힘들어하지 마라'는 대목이 좋다더라"고 회상했다.

나태주 시인은 "젊은 사람들이 힘든 건 너무 잘하려고 애쓰니까. 너무 잘하는 사람들은 빛나니까. 내가 힘들고 루저가 되는 거다"며 '너, 너무 잘 하려고 애쓰지 마라'를 낭송했다. 그러면서 "새해에는 너무 잘하려고 자기 자신을 닦달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칭찬하면서 '나에게도 오늘 한 해가 열릴 것이다'라고 소망하라"고 조언했다.
'옥탑방의 문제아들' 나태주 시인/ 사진=KBS2 캡처

이날 정형돈은 "조광자 시인이라고 아시냐"고 물었다. 나태주 시인은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고, 모두가 어리둥절했다. 이에 정형돈은 "저희 장모님인데 시인으로 등단하셨다"고 밝혔다.

그러자 나태주 시인은 "다음에 시인협회로 오시라고 하라"며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그는 한국시인협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나태주 시인은 "회원이 1500명 정도"라고 말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에 다른 멤버들도 나태주 시인의 명함을 받기 시작해 웃음을 안겼다.

끝으로 나태주 시인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새해에는 더 좋아지고 밝아지고 찌그러진 젊은이들이 펴져서 좋은 깡통이 되면 좋겠다"며 "모두 새 사람이고 첫 사람이다. 날마다 새 사람으로, 첫 사람으로 새날과 첫날을 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