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룡포를 입은 이준호의 '우리집'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2일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일 방송된 '옷소매 붉은 끝동' 16회는 전국 17.0%, 수도권 16.4%, 2049 7.3%, 순간 최고 19.4%를 기록했다. 이어 17회(최종회)는 전국 17.4%, 수도권 16.8%, 2049 8.1%, 순간 최고 18.1%를 돌파, 동시간대 1위를 수성하며 왕좌를 굳건히 지켰다.이날 방송에서는 이산(이준호 분)이 성덕임(이세영 분)에게 승은을 내리고, 왕과 후궁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후궁이 된 덕임은 산과 함께 하는 순간에 달콤한 행복을 느끼는 한편 그저 산을 기다리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자신의 삶에 서글픔을 느꼈다.
하지만 머지않아 산과 덕임에게 새 생명이 찾아왔고 두 사람은 가족이 된 기분 속에 절정의 행복을 만끽했다. 그도 잠시, 덕임은 어린 자식과 친구 영희(이은샘 분)를 앞세워 보내는 불행을 겪게 됐다. 일국의 제왕인 산은 덕임을 평범한 지아비로서만 대할 수 없었고 이에 덕임의 괴로움은 커져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나날이 쇠약해지던 덕임은 만삭의 몸으로 산의 품에서 숨을 거뒀다. 그리고 '정녕 신첩을 아끼신다면 다음 생에서는 신첩을 보시더라도 모른 척, 옷깃만 스치고 지나가 달라'는 덕임의 유언이 마음에 못처럼 박힌 산은 고통스럽게 오열했다.홀로 남겨진 산은 국정에만 매달린 채 14년의 세월을 보냈다. 덕분에 조선에는 태평성대가 열렸고 과업을 이룬 산은 그제서야 고단했던 삶을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저승인지 꿈결인지 모를 곳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의 덕임과 재회했다.
산은 지난 날을 후회하며 왕이 아닌 지아비로서 덕임의 곁에 남는 것을 선택했고, 덕임에게 "제발 나를 사랑해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에 덕임은 따뜻한 입맞춤을 건네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비로소 왕과 왕의 여인이 아닌 필부필부(평범한 남편과 아내)로 사랑을 완성했고, 그들의 순간은 영원이 됐다.
이처럼 '옷소매 붉은 끝동'은 2021년 하반기를 뒤흔들었던 명품사극답게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새피(새드+해피)엔딩으로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호평 속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에 MBC 사극의 완벽한 부활을 꾀한 동시에 사극 로맨스의 새로운 기준이 된 '옷소매 붉은 끝동'이 남긴 것들을 되짚어본다.기록이 증명하는 '옷소매 붉은 끝동' 돌풍
'옷소매 붉은 끝동'은 첫 방송 직후부터 가히 기록 제조기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매주 각종 인기 지표들을 갈아치우며 대중을 놀라게 만든 것. 먼저 전국 시청률 5.7%로 시작한 '옷소매 붉은 끝동'은 방송 4주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하며 쟁쟁한 경쟁작들 속에서 흥행 독주를 시작했다. 그 결과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평에 힘입어 전국 17.4%로 종영, 첫 회 대비 3배 상승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달성했다.
또한 각종 화제성 지표 및 OTT 순위에서도 돌풍을 일으켰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조사한 TV화제성 지수 기준으로 '옷소매 붉은 끝동'은 드라마 부문 7주 연속 1위를 차지, 첫 방송 직후 단 한 차례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본격적인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11월 4주차부터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인 웨이브 드라마 시청 건수 1위, IPTV 유료 VOD 이용건수 1위, SMR 클립 조회수 드라마 부문 1위를 독식하는 기염을 토했다.나아가 '2021 MBC 연기대상'에서 '올해의 드라마상'을 비롯해 '남자 최우수상(이준호)', '여자 최우수상(이세영)', '베스트커플상(이준호-이세영)', '공로상(이덕화)', '작가상(정해리)', '여자 조연상(장혜진)', '남자 신인상(강훈)' 등 8관왕을 차지하며, '옷소매 붉은 끝동'의 돌풍을 입증했다.
新 정조-의빈 로맨스 탄생시킨 밀도 높은 스토리
'옷소매 붉은 끝동'을 통해 정해리라는 걸출한 작가가 탄생했다. '군주-가면의 주인', '계백' 등 공동 집필을 통해 사극 장르에서 두각을 드러낸 정해리 작가가 처음으로 단독 집필한 '옷소매 붉은 끝동'. 정해리 작가는 이통해 포텐셜을 제대로 터뜨렸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대중에게 이미 익히 알려진 정조와 의빈을 소재로 하면서도 새로운 관점과 밀도 높은 스토리텔링으로 기시감 없는 새로운 로맨스를 선보였다. 또한 원작 소설의 장점을 살리는 동시에 영정조 시대의 권력 암투를 비롯해 드라마만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적극 활용해 빈틈 없는 재미로 시청자들을 열광케 했다.
각 인물들의 서사와 매력을 극대화 시킨 캐릭터 구성력을 통해 과몰입 유발 드라마로 우뚝 섰다. 진부한 클리셰를 비틀어 신선함을 부여한 역클리셰와 현대적 감성이 살아있는 대사와 설정들을 통해 사극 장르의 전통적인 소비층인 중장년 세대뿐만 아니라 MZ세대까지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정지인 감독표 연출력
'옷소매 붉은 끝동'이 웰메이드 사극으로 각광받은 데에는 정지인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과 자타공인 사극 명가 MBC의 노하우를 살린 스페셜리스트들의 시너지가 단단히 한몫을 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풍부한 한국적 색채, 고즈넉한 궁궐의 풍경, 고전미가 물씬 느껴지는 의상들과 각종 오브제들로 프레임 안을 가득 채우며 빼어난 영상미로 방영 내내 호평을 얻었다.
전통과 모던의 밸런스를 맞춰 몰입도를 극대화 시킨 명품 음악, 로맨스-권력 암투-코믹을 넘나드는 완급조절 또한 일품이었다. 그런가 하면 수많은 명장면들도 탄생했다. 덕임이 연못의 물반사를 통해 산의 정체를 알아챘던 3회 엔딩, 산과 덕임의 시경 낭독부터 둘만의 계례식으로 이어지는 5회 엔딩 시퀀스, 폐위와 선위의 갈림길에서 산과 영조(이덕화 분)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11-12회의 시퀀스 연출 등은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옷소매 붉은 끝동'은 탄탄한 만듦새를 통해, 2년 만에 돌아온 엠사사극의 저력을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증명했다.
이준호·이세영부터 강훈·이덕화까지 모두가 빛났다
차세대 연기파 커플로 주목받은 이준호-이세영이 '옷소매 붉은 끝동'을 통해 킹준호와 갓세영으로 우뚝 섰다. 군 전역 후 복귀작으로 '옷소매 붉은 끝동'을 선택한 이준호는 대중의 기대치를 배로 뛰어넘는 연기력과 함께 정조 이산이라는 캐릭터에 은근한 섹시미를 덧입혀 대체불가한 이준호표 정조를 탄생시켰다. 더욱이 2PM 활동을 통해 '우리집 신드롬'을 일으킨 이준호는 '우리궁 신드롬'까지 양산하며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이세영은 사극 무패 타이틀을 가뿐히 뛰어ㄴ머었다. 특히 이세영은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빚어진 사극 발성, 섬세한 감정 연기로 성덕임이라는 인물의 감정선을 시청자들에게 오롯이 설득시켰다. 또한 기존 사극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주체적인 궁녀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구현해내며 ‘사극 여성상’의 새로운 롤모델로 자리잡았다.
이준호-이세영 뿐만 아니라 강훈(홍덕로 역), 이덕화(영조 역), 박지영(제조상궁 역), 장희진(중전 김씨 역), 장혜진(서상궁 역), 조희봉(홍정여 역), 서효림(화완옹주 역), 강말금(혜빈 홍씨 역), 오대환(강태호 역), 이민지(김복연 역), 하율리(배경희 역), 이은샘(손영희 역) 등 모든 배우들의 호연이 '옷소매 붉은 끝동'의 완성도에 방점을 찍었다.
강훈은 권력욕에 의해 파멸해가는 홍덕로'의 모습을 폭발적인 연기력으로 소화해내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고, 이덕화는 51년의 연륜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사극 대가의 연기로 매순간 탄성을 자아냈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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