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바다' 공유 인터뷰
"배두나는 한국의 아이코닉한 배우, 지켜보니 너무 좋더라"
"로맨스 일부로 피하는 것 아냐, 메시지 전달하고픈 작품 선택"
"배두나는 한국의 아이코닉한 배우, 지켜보니 너무 좋더라"
"로맨스 일부로 피하는 것 아냐, 메시지 전달하고픈 작품 선택"
"아쉬움이 안 남는다면 거짓말이죠. 그렇지만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SF우주물 치고는 꽤 훌륭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관점으로 봐주시는데, 그 관점 역시 그만큼 관심이 있다는 거로 생각해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30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배우 공유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를 향한 호불호 평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고요의 바다'는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지구에 물이 부족해진 근미래를 배경으로 자원부족, 기후변화, 자원경쟁, 계급문제, 연구윤리 등 여러 주제를 건드린다.
공유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고요의 바다'는 공상과학물을 띄고 있지만, 인문학적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지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이어 "필수 자원인 식수의 부족으로 인해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인류는 그걸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을 찾기 위해 달로 떠났고, 아이러니하게도 고갈을 해결하기 위해 찾아간 달에서 물로 인해 죽음을 맞는 지점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인류의 희망이 될 수도, 금단의 열매가 될 수도 있는 양면적인 관점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고요의 바다'를 찍고 샤워 습관이 바뀌었다는 공유. 그는 "겨울에 샤워할 때 따뜻한 물을 미리 틀어서 욕실 안에 온기를 채워놓고 샤워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 드라마를 찍고 난 다음부터는 나도 모르게 물을 잠그더라"며 웃었다.
'고요의 바다'는 2014년 제13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호평받은 최항용 감독의 동명 단편 영화를 시리즈화 했다. 최 감독이 다시 연출을 맡았고, 영화 '마더'와 '미쓰 홍당무'의 박은교 작가가 대본을 썼다.공유는 원작과 차별점에 대해 "원작을 너무 잘 봤다. 첫 미팅 때 감독님, 작가님을 만나고 이야기를 해보니 이들과 함께라면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파이팅있게 갈 수 있겠다는 느낌이 생겼다. 원작인 단편 영화는 기지 안에서 벌어지는 일만을 다뤘다면, 넷플릭스 시리지는 지구의 모습, 한국의 모습, 달의 모습이 교차적으로 나올 수 있어서 세계관을 보여주는데 여유가 생기고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단편보다는 CG 퀄리티도 높아져서 볼거리나 오락적인 요소도 강해지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공개된 '고요의 바다'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나뉘고 있는 상황.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는 시청자들은 과학적 고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설정과 늘어지는 전개에 혹평을 쏟았다.
이에 공유는 "이 작품을 시작하면서부터 호불호가 갈릴거라 당연히 예상했다. 장르가 가진 특성이 있는데 SF 장르는 보는 관점이 너무 넓으니까"라며 "부족한 점이 많은 걸 안다. 광할한 우주의 모습과 다이나믹한 모습을 기대했다면 실망하셨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고요의 바다'는 애초에 그런 작품이 아니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현실범주 안에서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요의 바다'는 한국 SF 우주물의 발전 가능성을 열어준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뭐든 계속해봐야 발전하잖아요. 이 작품이 초석이 될 거라 자신합니다."
극중 공유는 대원들의 안전과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하는 우주항공국의 최연소 탐사 대장 한윤재 역을 맡아 열연했다. 공유는 한윤재 캐릭터에 대해 "엘리트 군인이기도 하지만, 아픈 딸에게 많은 식수를 주고자 하는 평범한 아빠이기도 하다. 그래서 윤재가 작품에서 딱 한번 웃는 장면 역시 딸 앞에서다"라며 "임수를 수행하는 윤재의 얼굴에서는 사회 생활을 하는 아버지처럼 고단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기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고된 군인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묻자 공유는 "어느 정도 비슷한 부분을 느꼈다. 똑같지는 않지만, 윤재가 가지고 있는 시니컬함이 나한테도 있다. 그리고 나 역시 정의로운 걸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다. 윤재의 굳건함과 책임감은 내 성격과 닮은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배우가 아닌 사람 공유라면 목숨을 걸고 달에 있는 발해기지로 갈 수 있을까.
"자식이 있다면, 자식을 위해서는 갈 것 같아요. '고요의 바다'처럼 식수 배급 등급에 대한 베네핏이 확실하게 있다면요."
무거운 우주복을 입고 연기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냐고 묻자 공유는 "근미래 설정이라 과거 우주복보다 많이 경량화되었음에도 처음 접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며 "헬멧을 쓰면 산소가 부족해져서 폐소공포가 있는 배우들은 처음에 적응하기 힘들어했고, 오래 못 쓰고 금방 벗기도 있었다. 촬영을 계속하면서 점점 여유를 찾았다"고 밝혔다.
이어 "나 같은 경우는 다른 배우들보다 액션이 많았다. 아무래도 우주복을 입으면 가동 범위도 제한적이고 뛰거나 와이어액션을 할 때도 몸을 컨트롤 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배두나와의 호흡을 묻자 공유는 "배두나 씨와는 처음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다. 나는 배두나 씨가 한국의 아이코닉(상징적)한 배우라고 생각해 작업을 해보고 싶었는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연기에 임하는지를 옆에서 지켜보니 너무 좋더라. 동갑내기 친구라 마음도 편했다"며 "결국 배두나 씨가 드라마의 중심축이고 큰 서사를 가지고 가는 인물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리거나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잘 잡아줬다"고 고마워했다.
한윤재는 극 말미 기지 안에서 밖으로 나갈때 기압 조절을 위해 들어가는 에어락 공간에서 기기에러가 발생하자 밖에서 작동을 하기 위해서 문 밖으로 나가 희생하는 결말을 맞는다.
죽음을 선택한 한윤재의 감정은 무엇이었을지 묻자 공유는 "윤재만 놓고 생각했을 때는 한국에 두고 온 딸이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도 떠올랐을 것 같다. 그는 대원들이 죽어나갈 때도 슬퍼할 겨를이 없었다. 임무를 끝까지 수행하기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은 문드러질때로 문드러졌을 거다. 마지막 죽을 때 눈물 한 방울이 윤재다운 마지막 감정 표현이지 않았나 싶다. 윤재다운 희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유는 드라마 '도깨비' 이후 '82년생 김지영'부터 '서복', '고요의 바다'까지 로맨스 서사가 없는 작품을 선택했다. 로맨스 장르를 피하는 것인 묻자 공유는 "일부러 피하지는 않는다"며 "언제부턴가 기획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들에 자연스레 들어갔던 것 같다.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데, 그걸 작품 속 인물로서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불특정다수가 맞다고 하는 것에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 보다 개개인의 신념과 소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다수에 주눅 들지 말고 해야 할 말이 있을 때는 할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서복', '고요의 바다' 등 철학적인 질문들을 담고 있는 작품들을 선택하는 이유도 이러한 이유의 연장선일까.
"저의 부족함을 채우고 싶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런 상황에 놓이고 그런 시간을 겪다 보면 제게 남는 게 있거든요."
올해를 돌아보며 가장 잘한 일은 뭐라고 생각하냐고 묻자 공유는 "'오징어게임' 때 황동혁 감독님을 도와드린다고 우정출연한 것과 '고요의 바다' 촬영이다. 보람됐고 오히려 내가 도움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 시즌2~3에서 딱지맨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요즘 너무 바빠서 연락을 거의 못했다. 마지막으로 연락 받은 게 미국 활동 끝내고 돌아와 자가격리할 때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아직 안해서 잘 모르겠지만, 시나리오 보고 판단할 것"이라며 웃었다.
공유는 최근 데뷔 20년 만에 SNS 계정을 개설했다. 이에 그는 "인스타그램을 개설한 결정적 이유는 해외팬들 때문이다. 이전부터 지지해줬던 해외팬들의 연합이 있었다. 생일때나 특별한 날 주기적으로 축하해줬는데 그들과 할 수 있는 소통의 창구가 없더라. 오래전부터 고민하다 20주년을 맞아 개설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사진 올리는게 다지만, 그것조차도 고마워하더라. 멋있는 사진은 오글거려서 싫어서 내가 낚시해서 잡은 오징어 사진을 올리고 했다. 어떤 사람들은 제대로 된 사진이 없다고 인스타 그렇게 하지 말라고 그러더라"라며 "SNS를 개설한 것에 대해 걱정을 표하는 팬들도 있는데, 내 SNS는 진지함과 엉뚱함, 병맛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배우를 넘어 프로듀서로서의 도전도 꿈꾸는 공유. 그는 "제작에 관심이 많고 언젠가는 직접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며 "'고요의 바다' 제작자였던 정우성 선배님을 보고 자극이 아닌 반성을 하게됐다. 나 정도의 열정을 가지고는 덤빌 일이 아니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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